은하철도의 밤

A Night on the Galactic Railroad展   2013_0924 ▶ 2013_1201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3_0924_화요일_02:00pm

참여작가 고병성_김쎌_박병래_박상화_박재영_신년식 오제성_왕지원_이동주_이장원_정승_조이수 진시영_차민영_최황_한승구_홍지훈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남포미술관 NAMPO ART MUSEUM 전남 고흥군 영남면 팔영로 1081(양사리 552번지) Tel. +82.61.832.0003 www.nampoart.co.kr

"'나'라고 하는 현상은 가정(假定)된 유기(有機) 교류 전등의 하나의 파란 조명입니다." 고작 그의 생전 남에게 자비로 펴낸 시집과 우화집 5권밖에 팔지 못했지만, 사후 80년 동안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널리 사랑 받는 국민작가로 여겨지는 미야자와 겐지(Miyazawa Kenji / 宮澤 賢治, 1896~1933)의 유고 우화소설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의 엔딩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는 일평생 궁벽한 농촌 사람들을 위해 고향 이와테 현의 농업학교 교사로 교육에 힘쓰고(힘쓰며) 평생 소박하고 절제된 박애주의자의 삶을 살다가 불과 47세에 폐결핵으로 쓸쓸히 숨졌다. 그의 사후, 친구들에 의해 유고 원고를 정리한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은하 철도의 밤』이다. 우정으로 맺어진 주인공들인 죠반니와 캄파넬라의 이름과 쓸쓸한 밤의 여정 동안 스쳐가는 은하의 지명들은 만국공통어 '에스페란토'로 명명되었다.

박재영_Downleit digital hypnosys machine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김쏄_CELLORMOON Mythology_마네킹_가변설치_2013
고병성_TRACE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2

1920년대 다른 곳보다 낙후되었던 그의 고향 일본 동북지방에서 거대한 증기기관차는 하얀 증기를 힘차게 내뿜으며 먼 대도시로부터 이어지는 철길을 달리며 경의로운 근대 문물을 실어 날라왔지만, 지방의 농산물, 광산 자원, 그리고 젊은 사람들을 동경 등의 대도시로 끊임없이 실어 날랐고, 화차에 실려 떠난 것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이산의 두려운 존재였다. 군국주의로 치닫는 시대상 속에서 도시로 떠난 내지의 젊은이들은 이후 대부분 다시 그리운 고향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광산이나 공업 도시의 값싼 임금 노동자, 작부,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와 같은 쓸쓸한 배경 속에서 식민주의적 수탈로 가난으로 내몰리는 시대상을 풍자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환상을 빌어 농촌 어린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이 우화를 쓰게 된 것이다. 역사는 어디선가 되풀이 된다는 말처럼 이처럼 쓰라린 광경은 일제 식민지 하의 조선에서, 전쟁을 딛고 일어서는 근대 산업화 시기의 한국에서 되풀이되었다.

박병래_Zeboriskie Point I, II, III_HD, 스테레오, 칼라_00:09:53_2011
박상화_Tower of Babel_단채널 영상 프로젝션_00:04:17_2002
신년식_Bands_자작나무 염료_39.5×82×3cm_2012

은하수의 꿈과 신화와 때로는 쓸쓸한 전설, 그리고 별무리가 흐르는 수로를 거슬러 오르는 우주로의 여행 등이 서로 결합하는 환상으로 충만한 이 작품은 1978년경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연재 만화와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제작의 바탕에 깊은 영감을 주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1980년대, 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TV에서 거듭 재방영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 받고 있다. 또한 베트남 출신의 여성학자이자 작곡가면서 영상작가인 쩡 틴 민하(Trin T. Minh-Ha, 1952~) 역시 필름아티스트이자 그녀의 파트너인 부르디에(Jean-Paul Bourdier)와 함께 겐지에 대한 오마주 작품 『밤의 여로(Night Passage)』를 2004년에 제작하였다. 이 작품은 3인의 여행과정을 축으로 삼아 1시간 50분 가량 테크놀로지와 감성적인 네러티브가 만난 화려한 빛과 소리의 향연이자 미디어아트의 축제를 보여주는 디지털 영화이다. 전술한 사례들을 참고하여서, 이 전시는 동명의 동화에서 영감을 받아들여서 고흥의 지역적 특징을 은하수 여행에 맵핑(mapping)하는 뉴 미디어 아트와 퍼포먼스가 결합한 또 다른 오마주(homage) 전시 형식으로 구상하게 되었다.

오제성_각자의 삶_비치볼, 나무합판, 바퀴_80×100×50cm_2013
왕지원_Mechanical Xanadu S_우레탄, 금속 재료, 기계, 전자 장치(CPU 보드, 모터)_가변설치_2011
이동주_Family+Zoetrop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3

첫 문장에서 인용한대로 미야자와 겐지는 자신을 자연 그 자체를 재생하는 단순한 도구로서 인식하고, 스스로를 자연 현상의 혼돈스런 작용을 전달하는 실험적인 매체라 부르고 있다. 은하수는 미세한 빛의 입자들이 무수히 겹쳐져서 빛나는 하늘의 강이다. 고대적부터 인류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흐르는 은하수를 보면서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꿈꿔왔으며, 하늘에서 유독 반짝이는 별들을 가상의 선으로 이어 신화와 전설의 주역들의 이름을 붙이고 여행의 이정표로 삼아왔다. 즉 은하수는 우주의 탄생 이후 아주 오래된 빛의 매체이다. 그리고 예술가들 각자는 모두 하나의 세계를 품고 산다. 그것은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별이다.

이장원_Prehistory #1301_작동모습 편집, 이미지파일_2013 정승_Plastic Chair_플라스틱 의자_30×40cm_2004
조이수_The Sunken Universe_디지털 프린트_80×120cm_2013
진시영_Flow_모니터에 나전칠기 프레임, 단채널 비디오_46×29.5×5.5cm_2011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17작가의 대다수의 작품은 디지털 매체와 빛, 그리고 외계라는 우주적 관심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따라서 각 작품과 설치장소들은 모두 하나씩 거쳐야 하는 역 또는 행성으로, 관객은 우주 여행자로, 관람 행위를 은하수 여행에 가정해 보았다. 인식과 감각의 환상적인 작동을 통하여 관객들의 감성을 일깨우기 위하여 문학적 상상계의 우주 여행을 구상하고, 죠반니와 캄파넬라 두 소년이 하늘을 나는 기차여행을 동행하면서 들르는 공간과 만나는 사람들, 환상적인 경험의 이야기 구조를 빌어와서 남포미술관과 그 주변에 입혀보려고 한다. 은하철도로 여행하는 동화 속의 주요 역(처음 출발하는 은하역, 120만년 된 화석으로 이루어진 백조역, 옥수수밭, 그리고 마지막 역인 남십자성역 등)들을 참여작가의 작품이 놓인 지점으로 비유하여 연결한다. 상상해보라. 관객은 티켓과 지도를 들고 은하수를 여행하며 각 역에서 차장의 안내를 받고 티켓에 여정을 확인하기 위한 스탬프를 찍을 수도 있다.

차민영_환승역_혼합재료_40×44×20cm_2009
최황_Personal Universe-Blue Moon_디지털 프린트_60×83cm_2013 한승구_MirrorMask(GasMask ver)_랜티큘러_64×111cm_2013

남포미술관이 자리잡은 고흥은 남쪽 땅 끝 바다에 면한 국립 다도해 해상공원을 마주보고 있는 아름다운 도서 지역이다. 하지만 과거 아이들부터 어르신네들까지 함께 복작거렸을 영남면 양사리는 여느 농어촌 마을들이 그렇듯이, 근대화/산업화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대다수 청년들이 도시로 이주한 나머지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 적막함마저 감도는 한적하고 작은 동네이다. "고흥은 우주다"라는 슬로건처럼 로켓을 발사하는 나로우주센터와 청소년우주체험센터, 천문대가 인근에 있으며 근대 역사의 슬픔을 간직한 소록도 병원도 있다. 서로 사뭇 다른 고흥 지역의 사회 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모든 세대의 꿈을 아우르는 은하철도의 신비한 여정을 빌어서 시각예술과 전자예술로 재해석하려고 이 전시에서 시도하였다. 가상의 우주여행을 체험케 하여 인류의 우주를 향한 환상, 꿈, 동경을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인 매체예술로 전시를 구성하여 공간과 비전의 확장을 제시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장소도 찾기 어려울 듯하다.

홍지훈_will-o-the-wisp_단채널 영상, 소리_00:09:14_2012

올 해 열리는 『은하 철도의 밤』 참여 작가들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령대이며 미술계에 지명도를 굳혀가며 한국 미술계의 차후를 짊어질 역량과 열정을 겸비한 작가들이다. 물론 다양한 양상으로 보여주며 작가 사이마다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이 전시는 현재의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예술의 트렌드를 가장 여실히 반영할 수 있다고 보이는 작가들로 선정 되었기에 최근 사회 문화계 전반에서 촉구하는 다원적, 학제적 예술 융합에의 요구와 맞물려 미디어아트의 예술적 체험을 통한 소통과 참여를 구현하는 최적의 전시 구조를 제시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장차 예술계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기획 공모를 연계하는 예술 프로그램으로써 장차 고흥 전체의 대표적인 페스티벌로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음을 밝힌다. ■ 최흥철

Vol.20130924d | 은하철도의 밤-A Night on the Galactic Railroad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