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92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소년의 색은 푸른 색이였다. ● 강석태는 이번 전시에서 2002년 개인전에 다루었던 어린왕자에 대해 재언급한다.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가 어른들을 위해 바친 동화로 이미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동화란 어린이의 시각으로 되돌아간 작가가 본인이 가진 삶의 철학을 은유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그 안에 보이는 비밀스러운 지식들은 우리에게 원초적인 진리를 선사하곤 한다. 작가는 현실을 아름다운 동화로 만들어 줄 꿈과 자유의 심상을 구체화시키고자하며 어린왕자의 에피소드들에 등장하는 소재들을 그 매개로 삼는다. reread에는 작가가 반추하고 싶은 동화 속 순수함과 그를 통해 내면을 되돌아보고자하는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 그가 보여주는 이상을 향한 동경은 어린왕자와 닮아있으며 그 안에 담긴 진실한 이야기들이 작품을 통해 다시 읽혀지기 원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푸른색은 특별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하늘과도 같은 무한함 속으로 한없이 빠져들게 하며 동시에 순수하고 초감각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깊숙이 젖어 들어가는 색의 농담 안에서 작가는 내면의 유토피아를 발견한 것이다. 장지의 염색을 통해 만들어지는 푸름의 무늬들과 우연적인 여백은 자유로운 상상을 위한 바탕지가 된다. 염색된 장지의 뒷면에 색을 입혀 안료가 앞으로 배어나오도록 하는 배채법은 그 푸름을 더욱 깊고 은은히 내비친다. 염색이라는 고된 과정을 애써 선택한 이유에는 모든 일이 생겨나는 과정과 그에 대한 사유를 중시하는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다. 강석태에게 예술은 내 몸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동요된 마음 속 작은 부분들로부터 시작된 변화와 이를 매체로 옮기는 과정 안에서 겪은 모든 직접적인 경험들이 하나의 결과물로 드러내는 것을 작품으로 여긴다.
작가는 일장연설을 하듯 특별하고 거창한 것들에 대해 피력하기보다는 삶에서 느낀 작은 깨달음들을 조근 조근 속삭이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강석태는 이번 전시에서 탁본을 새롭게 시도한다. 탁본을 통해 먹색으로 덧칠해진 거칠고 반짝이는 질감은 본인의 정신성을 드러내는 조형적 요소가 된다. 이처럼 염색 후 한지를 짜내거나 탁본처럼 문지르는 등의 직관적인 행위는 작가를 이끌고 매료시키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작업의 행위들은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부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에 항상 마음을 열어둔다. 덧그려진 탁본이 가진 흔적의 이미지와 긴 생명력을 가진 한지와 먹의 다양한 활용은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동양의 정신성과 조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작가만의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게 된다.
다시 '왜 어린왕자인가'에 대해 질문해본다. 작가에게 어린왕자는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푸른 동화이다. 가공의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인 동화이며 그 함축성으로 인해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그 안에 숨어있는 고차원적 판타지는 예술적인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가 어린왕자의 줄거리 속으로 들어가 상상을 펼치고 시각적으로 다시 표현해내는 과정들은 본인 스스로가 꼭 해야 할 당위성을 전제로 한다. 어린왕자가 담고 있는 철학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새로운 삶의 관점은 우리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고 작가는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꿈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순수로의 열망이 있는 한 강석태의 마음 속 푸른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술이 되어 우리에게 푸른 하늘과 그 사이를 떠다니는 낭만적인 구름처럼 현실의 포근한 쉼표가 되어 다가올 것이다. ■ 김미향
이번작업은 너무나 잘 알려진 혹은,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어린왕자의 존재는 늘 동화적이면서 철학적인 물음을 내게 대답할 준비도 없이 던져준다. 현재 자신이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느냐에 따라서 이야기의 색깔은 완전히 달라진다. 10 여 년 전 『별을 찾아가다』전시에서 어린왕자의 도움으로 유년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직까지도 완전한 어른이 되지 못한 나는 또다시 어린왕자를 찾는다. 다시 읽는다. 내 마음속 어린왕자에게 말을 걸어본다.
이번작업의 동기는 나의, 혹은 우리가 잊었던 지난 시간의 기억을 찾고자 함이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들리는 노랫소리에 지난 시간과 공간들이 나를 휘감고 지나감을 느낀다. 그 기억의 단편들은 문득-웃음 짓게 하거나, 설레게 하거나 또는 안타깝게 느껴질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나는 그때의 공간에 다녀온 셈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봄은 평화롭고 중요한 일이다. 나의작업에서 장지를 물에 불리고 염색을 하고 칠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태는 점차 나타나고 하늘과 구름사이로 기억이 그려진다. 그 과정이 나를 돌아봄이다. 서서히 나타나는 형상처럼 기억이 다시 읽혀진다. 밀밭의 밀알을 하나씩 만들어 붙이고 완성된 밀밭을 탁본으로 뜨는 순간-그것은 밀밭을 만들었던 그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 특별한 시간을 다시 읽는다.
파란 하늘과 구름 속에 있는 그들을 상상하며 불러낸다. 그 만남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이번작업의 결과이다. 그 존재들을 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그것은 매우 설레는 순간이다. 지난날 내가 이해했을법한 상황들을 오늘은 다른 눈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만약 예전처럼 다시 읽혀진다면 지금이 변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그때가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을까? 이 작업을 통해 어린왕자를 처음 만났을-그때의 나를 만나는 행운을 가져봤으면 한다. 과연 양이 장미꽃을 먹었을까? 그것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번의 쉼표를 던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강석태
Vol.20130924b | 강석태展 / KANGSEOKTAE / 姜錫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