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Natural

어호선展 / EOHOSUN / 魚好善 / sculpture   2013_0923 ▶ 2013_0929

어호선_dream 피어오르다_대리석, 브론즈_170×180×200cm_2013

초대일시 / 2013_0923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조선화랑 CHOSUN ART GALLERY 서울 강남구 삼성동 195번지 코엑스 컨벤션센터 2층 110호 Tel. +82.2.6000.5880 www.chosunartgallery.com

돌이 꽃이 되다 ● 도심 외곽, 부드럽고 고운 산의 능선과 굵직하고 시원스런 바위의 힘찬 선, 여유롭게 흐르는 강물의 반짝임이 눈을 사로잡는 풍광 사이에 작가 어호선의 작업실이 자리한다. 뒤집어 쓴 뽀얀 돌가루를 대충 털고 나온 그와 인사를 나누고, 그의 작업실을 찬찬히 살펴 본 후, 마당 한 쪽에 무덤덤하게 자리한 돌확 위에 앉아 그의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담담한 말투에 담긴 그의 생각들, 천변만화하는 자연현상을 관조하며 그것 하나하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자연과 더불어 자아의 존재와 생명력을 확인하며, 사유의 시작점이자 조형언어의 단초가 되고 있음을 들었을 때, 그의 사유와 조형언어가 몸으로 체득된 자연을 닮았고 이것을 형상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호선_dream 피어오르다_대리석, 브론즈_170×180×200cm_2013_부분

작가 어호선은 「흔적」, 「여정」 「봄이 오는 소리」 등으로 물성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자신의 조형의지를 담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초기의 작업에서 기하학적인 형태와 자연적인 형태, 매끄럽게 다듬어진 부분과 조탁의 흔적이 남겨진 표면의 대조와 결합이 대비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와 달리 현재의 작업에서는 자연으로부터 유추된 추상세계와 자연현상에서 경험되는 놀라운 순간들을 곡옥(생명의 씨앗)에서 피어오른 꽃과 나무, 서로를 품고 있는 연리지, 몸을 내어주어 마음을 쉬게 하는 나무 등으로 시각화하였다. 그리고 그는 형상화될 이미지에 적합한 돌의 결과 색, 질감을 고려하며 조각을 진행한다. 이것은 물성이 지닌 생명력을 존중한다는 것, 아울러 그 형상의 숨결을 살려내는 것이다.

어호선_love_대리석_57×44×18cm_2013

조형적 측면에서는 대칭/비대칭, 열림/닫힘, 응축/확장, 연결/분절 등의 방식을 통해 유기적이고 리듬감 있는 형상으로 구현한다. 이는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과 대리석의 결과 질감, 색감이 조화로운 대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며, 대리석과 브론즈가 결합된 작품에서는 서로 상반되는 물성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서로의 느낌을 보완하는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지의 기세와 하늘로 향하는 생명의 힘이 물성의 가공적 측면에서도 잘 표현되어졌다. 이러한 점은 조각의 생명력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다시 말해 인위적 형상과 물성의 숨결들 사이의 운동성과 긴장감을 적절하게 유발시키고 있다.

어호선_dream 그곳에선..._대리석, 브론즈, LED_68×55×48cm_2013

작품의 전개과정에서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몇 가지 특질이 발견된다. 시각적, 의미론적으로 기념비적인 형상을 탈피했다는 점과, 사물의 외적 형상을 추구하기보다는 생명의 원형상과 발아한 싹과 만개한 꽃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본질세계의 추출을 꾀하고 있는 점, 그리고 자연현상의 관찰에서 경험하게 되는 숭고한 감정의 시각적 표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조형언어를 생명주의 혹은 자연주의 미학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대상을 물질적 실체로 객관화하고 자연의 생명력과 현상의 원리를 물리적으로 분석하고 해체함으로써 그 내적 질서를 찾아내려는 방식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그의 조형언어 혹은 미학은 "자연의 현상", "생성의 현상"을 자아의 원형적 사유와 몸의 직접적 체득을 통하여 접근해 나아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자연의 생성하는 에너지-비가시적 세계를 물질과 이미지-가시적 세계로 이행시키는 과정에서 과도한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조형의지를 버리고 순수한 수동적 자세로 자연현상과의 만남을 통해서 체득된 경험을 시각화한다는 측면에서 그 형상과 내용이 차별성을 갖는다.

어호선_dream 그곳에선..._대리석, 브론즈, LED_68×55×48cm_2013

아울러 그의 작품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문화, 인간과 자연이 만나 이뤄내는 다양한 생성적 의미들에 대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상징은 예술에 있어 가장 오래된 언어이고, 주관적인 정서를 함의하며 기표, 기호의 단일한 의미로 귀속되지 않으며, 인간의 이성으로 포섭되지 않는 관념의 세계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의 유기적 형태는 생명과 생성에 대한 상징으로서 주로 난형 또는 곡옥의 형상과 꽃봉오리와 새싹의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난형(卵形)의 이미지는 고대로부터 우주의 탄생, 또는 생명의 탄생과 세계와 세계의 관계 맺음의 의미 등의 상징적 도형이다. 또한 동양에서 난형은 음-양이 조화로운 형태로 구현되어 있는 천지자연의 조화로운 상태를 나타내며, 지속적인 생성-소멸의 무한반복을 나타낸다.

어호선_love_대리석_57×41×18cm_2013

그의 매스와 볼륨, 곡선은 마치 대지의 기운을 딛고 일어서는 생명의 상승, 응축된 기의 형상들이 서로 조화롭게 의지하며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상승과 하강의 반복적 상태이다. 이것은 생성과 소멸, 그리고 다시 생성이라는 순환론적 세계관을 나타내는 것이며, 순환하고 새롭게 생성하는 영원한 시간성 속의 생명성을 나타낸다. 또한 작품에서 작가 특유의 기호화된 이미지(새싹, 꽃, 씨앗 등)를 새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발아한 싹과 꽃봉오리들은 삼라만상에 피어난 각각의 세계들이며, 그것들의 희망 내지는 작가의 염원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예술을 통하여 이상세계를 제시하거나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존재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반영하며 조화로운 세계, 존재의 쉼터가 될 마음의 여백을 제시한다.

어호선_dream 물들다_대리석, 브론즈, LED_74×50×12cm_2013

작가의 금번 작품들에는 그가 자연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그 터에서 교감한 무엇의 특정한 감정들과 자연의 표정, 그 관조에서 비롯된 세계에 대한 이해들이 교차망처럼 얽혀있다. 그의 형상은 자연 그대로의 원초적인 단순ㆍ소박함을 표현하며, 물질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생명을 촉발시키는 에너지, 단순함과 고요한 흐름, 생성, 조화, 만남 등의 의미를 인간의 원형적의 형상으로 환원시켜 작품에 담담이 새겨 넣고 있다. 그리고 그 생성과 세계의 현상, 교감의 과정들을 돌에 피어나게 하였다. 이것은 자연과 대상세계에 대한 관조적 태도이고, 이것에 대한 심상이미지이며 서정적 상징이다. ● 더불어 어호선의 작품은 이헌령 비헌령 격으로 세태의 부침을 따르지 않고, 미학적 담론으로 치장하지 않으며 오직, 그의 몸으로 체득된 자연의 현상과 이치를 심화하고 온화한 시선과 행위로 돌을 품으며, 희망을 담은 꽃으로 피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형식의 답습과 고착적 상태를 유지하기보다 지속적으로 물성의 또 다른 측면을 드러내어 새로운 형식을 창출하기 위한 실험에 도전하고 있었다.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깊고 그윽한 돌의 맛과 따뜻한 온기가 그의 작품에서 계속 이어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 황찬연

Vol.20130923d | 어호선展 / EOHOSUN / 魚好善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