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OK

어릴 적 성적표를 받은 날, 내 얼굴에는 커다란 멍이 들었다. 피아노 위에 있던 전기스탠드가 내 얼굴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작 성적표는 가방 속에서 꺼낸 적도 없는데...

유진영_I'm OK_혼합재료_높이 127cm_2009

유진영_I'm OK_혼합재료_높이 125cm_2009

유진영_I'm OK_혼합재료_높이 127cm_2010

유진영_I'm OK_혼합재료_높이 127cm_2010

유진영_I'm OK_혼합재료_높이 130cm_2011

유진영_I'm OK_혼합재료_높이 127cm_2010 유진영_I'm OK_혼합재료_높이 130cm_2011

다음날 나는 집안의 모든 손수건 중 가장 화려한 것을 갖고 학교에 갔다. 그리고 그 손수건을 종일 얼굴에 대고 있었다. 성적표를 받아간 다음날, 얼굴에 커다란 멍이 든 아이보다는, 화려한 손수건을 얼굴에 대고 있는 이상한 아이가 되는 것이 더 좋았다. 아이들은 내 행동에 의문을 가졌고, 이상한 질문과 이야기들을 해대긴 했지만, 그 관심은 금방 사라졌고, 아무도 내 얼굴의 멍은 보지 못했다. 나는 좋았다. 이것만 감출 수 있다면,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어른이 되었고 많은 약점들을 숨기고 다닌다. 누구나 다 그렇게 하니까. ■ 유진영

Vol.20130918d | 유진영展 / YUJINYOUNG / 柳眞英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