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에 대한 어떤 기록

임희조展 / LIMHEEJO / 林熙朝 / painting   2013_0918 ▶ 2013_0924 / 추석당일 휴관

임희조_어떤 수집에 대한 기록 01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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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917_화요일

후원 / 갤러리 각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추석당일 휴관

갤러리 각 GALLERY GAC 서울 종로구 관훈동 23번지 원빌딩 4층 Tel. +82.2.737.9963,9965 www.gallerygac.com

국어사전에서 '수집'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거두어 모은 것을 뜻하는 수집(거둘 수收 모을 집集)과 취미나 연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음. 또는 그 물건이나 재료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는 수집(모을 수蒐 모을 집集), 그리고 사물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만 뽑아 모은 것을 의미하는 수집(순수할 수粹 모을 집集)이기도 하다.

임희조_어떤 수집에 대한 기록 02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3
임희조_두 번째 정물 01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3
임희조_두 번째 정물 02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3

나는 내가 특정한 물건을 모으고 연출하는 데 있어 사물을 대하는 행동이 사전적 의미에서의 '수집'에 가깝기 때문에 '수집에 대한 기록'이라고 했다. 물건들을 '수집'하는 행동에서부터 최종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인 그림에 까지 모든 것들은 흔적으로 남고 기록이 된다. '수집'은 단순히 흥미꺼리에 따라 우연히 모여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어떻게 나열할 것인가? 어떤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 의 질문으로부터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에서 비롯된다. '수집'의 구성은 부분과 전체, 각각의 개체와 수집된 상태의 것들 그리고 같은 것들과 다른 것들로 이루어진다. 작업을 위한 '수집'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앞서 말한 것들, 그것들 사이사이에서 마주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의 관계와 균형이 중요하다.

임희조_두 번째 정물 03_캔버스에 유채_150×190cm_2013
임희조_각종 사물 01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3

작업의 시작은 배회하며 물건들을 '수집'해 오는 데서 출발한다. 처음에는 작업을 하기 위해 낯선 곳에서 익숙한 대상을 마주하고 다르게 인식하기 위한 수집과정이었는데 이것의 목적이 처음과는 달리 '수집'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일반적으로 취미행위에 의해 모으는 행동이나 한 가지에 집착하여 모으는 행위를 수집이라고 하지만, 나의 '수집'은 그것들과는 달리 불특정한 물건에 대한 어떠한 강박과 집착에 의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여기서의 강박과 집착은 캔버스에 옮길 형태와 형식에 대한 것이다. 고의로 '수집'된 물건들은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이어서 일반적이고 평범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익숙하고 일상적인 물건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형태, 색감, 재질 등 조형요소로써의 이유도 있겠지만, 조형요소 뿐만 아니라 물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생기-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것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다른 이면의 모습-라던가, 선택한 것들과 나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사적인 이유에서의 만남, 인연, 사연 등 인과관계로써의 이유도 다분히 있다.

임희조_각종 사물 02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13

나는 각각의 물건들을 '수집'한 뒤 일정한 공간에 시뮬레이션을 한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물건과 물건 간의 무의미한 배치와 나열을 통해 우연한 구조를 찾고, 해체하거나 재조합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만남을 통한 익숙하고도 낯선 형태를 만들어 낸다. 이미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어딘가 모르게 낯선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것은 기존에 알던 것, 익숙한 것, 편안하고 단순한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어떤 것. 익숙하지만 낯설고 또 낯설지만 한편으론 익숙한 것. 이전에 알고 있던 것들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이것은 각각의 물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공간과 물건, 만들어진 것에서 나오는 분위기와 개별의 물건 사이 그리고 연출된 것과 자연스러운 것 사이에 존재 한다● 무엇이 진짜 모습인지, 무엇이 조작된 부분인지를 알아내고 구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낯선 모습을 보이는 물건들은 '수집'해 왔을 때 보였던 기존의 기능과 역할에 적합한 그 '물건'이 아닌 내 그림 속 낯설지만 새로운 역할에 충실한 아름다운 존재가 됐다. ■ 임희조

Vol.20130918b | 임희조展 / LIMHEEJO / 林熙朝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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