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916_월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민정_구본아_권소영_손창범_신영훈_이동환 이현호_이호욱_정연지_정희정_조나라_허용성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성균갤러리 SUNGKYUN GALLERY 서울 종로구 명륜동 3가 53번지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1층 Tel. +82.2.760.0575 www.skku.ac.kr
묵선, 소통(小桶)아닌 소통(疏通)의 중도를 취하다 ● 새로운 것에 특권을 부여하고 글로써 가치의 전복을 노리다. 각을 세우고 바라본 역사의 뒤안길이라 하기에 뭔가 현실과 변함없음을 깨닫는 시간이 너무 짧지 않나 싶다. 모더니즘에 post를 덧대고 alter를 더해가며 예술적 가치가 변화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 바빴다. 사지선다형에 익숙한 우리에게 주어진 정답은 행복한 것이라고, 우리는 다만 그 틀에 끼어 맞추기만 하면 된다고. 사용 언어만큼이나 가치와 의식이 서로 다르고, 정책, 과학 등의 이유로 등돌리고 살아온 날이 얼마인데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와 미래만이 더 소중할 뿐이던가. ● 참신한 척하는 참한 기획, 떠도는 담론을 수집하기 바쁜 개념 없는 개념미술, 예술가라기보다 발명가를 꿈꾸는 물성 연구에 여념 없는 작가군, 대중과 소통(疏通)하자면서 소통(小桶) 만드는 예술계. 서구 모(더니즘)선생은 한국땅에서 오래도록 자신의 가치가 통용됨에 기뻐할 것 같다.
가치혼동의 시대, 악재를 거듭하며 지쳐가는 이때, 매번 새로움에 자리를 뺏기고 장기간 유지하기가 가장 힘든 이 시기에 조용하지만 꾸준히 자기 소리를 내는 전시 중 하나가 묵선展이 아닐까 싶다. 묵(墨)이 주는 어감은 찰랑거리는 도토리 '묵'처럼 바닥에 착 달라붙은 느낌이다. 묵찌빠를 외칠 때, '묵'은 그 뜻이 바위인 만큼 묵직하게 발음한다. 묵! 그에 대비해서 선(線)은 가볍다. 선(善)을 행하고 난 후의 가벼운 마음 같다. '선'비(士) 의 마음 같다. 오래도록 유지하는 전통을 상징하는 길게 뻗은 역사의 선(線)이다. '묵'과 '선'은 음양의 조화로움이요, 한국화와 서양화, 전통과 변화의 융합이다. 7번째 '소통을 위한 장'으로써 원색(原色)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그 이름의 품은 뜻만큼이나 무겁고 꾸준한 발걸음을 보여주고 있다. ● 한국화의 방법론으로 틀 지우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해석을 추구하는 전시가 목표인 만큼, 열린 접근으로 대상과 사회를 바라본다. 뿌리에 둔 전통을 서구의 것으로 가치 전위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의 접점을 연구한다. 2013년에는 강민정, 구본아, 권소영, 손창범, 신영훈, 이동환, 이현호, 이호욱, 정연지, 정희정, 조나라, 허용성 12명의 작가가 중도(中道)를 실험한다. 한국화(동양화)를 전공한 참여 작가 개개인의 힘에 의지하기 보다, 그들 작품 사이의 상관적 연결고리가 다양한 해석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기에 묵선展은 가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힘든 길이다. 하지만 입안을 적시는 사탕의 달콤함은 한약의 쓴맛이 있은 후 이기에 더욱 풍부한 것처럼. 쓴맛을 참기 위해 인상을 찌푸린 12명의 작가들 뒤의 행복한 미소를 그려본다. ■ 조재현
Vol.20130917g | 묵선 墨線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