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_다섯 편의 이야기

2013_0913 ▶ 2013_1110

초대일시 / 2013_0913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 서동욱_우정수_이샛별_전소정_최진욱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화이트블럭 Gallery White Block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Tel. +82.31.992.4400 www.whiteblock.org

빈 여백에 쓰인 스토리텔링 ● 사람들마다 기억하는 문(출구-입구)들이 다르다고 본다. 태어나면서 각기 다른 환경과 체험을 통해 습득해나가는 모양새가 다르며, 그것들을 기억해 놓거나 기억해내는 체질과 관심, 그리고 경험적 사건이 모두 다른 것이다. 특히 시각적인 이미지를 다루는 미술가들은 수없이 많은 사건과 기억의 편린들을 켜켜이 쌓아오며, 자신만의 프레임 안에서 이들을 저장하는 수십 수백 개의 방을 만들어놓고, 스스로 설정한 프레임(인식적 영역) 위에 판타지를 펼쳐간다. 자신만의 판타지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은 소스가 되는 이미지를 끌어오는 각자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먼저 대상을 인식하는 프레임을 설정하는데, 그저 쉽고 자연스럽게 노는 관점의 태도로서 '안과 밖'을 사유하고 위치시키는 지점을 일컫는다. 삶(밖)의 프레임을 통해 미술(안)의 프레임으로 다가가, 그 영역 안에서 자율적으로 해석해내어 표현해내는 의미 폭을 확장시킨다. 그 내용에 따라 형식(그림, 드로잉, 영상, 사진, 설치 등)의 폭이 달라지며, 이를 담는 그릇의 크기도 달라지는 것이다.

서동욱_S# 밤, 실내, 아이리스의 방_캔버스에 유채_50×65.1cm_2011
우정수_피해망상_종이에 목탄_154×120cm_2008
이샛별_특별한 시기_캔버스에 유채_162×112.2cm_2009

'스토리텔링', 앞서 언급한 프레임의 자율성을 지니며 미술 내적인 조형성보다는 삶을 진실성 있게 담아내는 몇몇 작가들의 작품을 떠올리며 착안한 개념이었다. 막상 이 용어를 전시 제목으로 설정한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는지, 일상에서 편히 읽혀지며 쉽게 가져오는 보편적인 제목은 아닌 것인지를 의심하며 여타 제목들을 떠올렸지만, 이보다 더 명확한 개념은 없었다. 다른 의미를 생각하면 할수록 겉도는 이 현상을 보며, 이야기를 엮어 이미지로서 서술하는 '스토리텔링'은 그 이상의 의미들을 모두 밀어낸다. 작가들이 삶 속에서 그 현상들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목격한 사실을 마치 자전적 스토리로서 써내려갔기에 지어내려고 하는 모든 의미들이 미끄러지는 것이다. ● 그러하듯 '스토리텔링' 전시는 작가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을 자기시각을 통해 직접적인 언술로 다가가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다. 작가 다섯 명이 쓴,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일상의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생겨나는 서사성을 띤 에피소드의 성격이 강하다. 가령, 친구나 우연히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과 일상적인 바깥 풍경에서(서동욱), 책, 예술가들, 국외자들 등과 얽힌 일상의 부조리에 대한 인식으로서(우정수), 사회적인 현상과 심리적인 현상을 서로 혼합하고 교차시켜가는 지점에서(이샛별), 특별한 경험과 기억 그리고 내면의 변화를 통해 각각의 인물들이 처한 삶의 비판적인 움직임에서(전소정), 책, 사회적 사건, 논픽션, 메타적 회화에 관한 현상학적 체험의 순간(최진욱) 등 작가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내러티브적인 요소를 끌어낸다. 이러한 표현들은 문학 장르로 보자면 논픽션에 가깝다. 공통적인 것은 다섯 명 모두 사건을 유추해내는 현장성에 염두 해둔다는 점이다. 다만, 그들은 서로 다른 정서로서 일상적 자잘함, 소시민적 생활, 도시의 대중적 풍경, 비현실적 상황 등등을 목격하고, 다르게 역술함으로써 언어에 대한 '자기근거'로서 정체성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전소정_꿈의 이야기 순이, 제1막_종이에 펜, 목탄_110×126cm_2008
최진욱_학교괴담3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13

2000년대 이후 국내의 현대미술이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면에는 90년대 정체성의 혼란기를 거쳐 모더니즘적 시각을 낮추거나 그 가식을 허무는 반성적 태도와 작업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미술현장의 시스템의 변화도 뒤따랐다. 전시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에서 현저하게 눈에 띠는 경향은, 모호한 추상 형태는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일상과 기억, 사회적 변화에 따른 사건들을 이어나가는 서사에 기반을 둔 작품들이 많아졌다. 이번 전시는 미술사적 맥락이나 미학, 철학적인 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개념을 세운 것이 아닌, 미술계 곳곳에서 드러난 작품들을 응시하는 직관의 형태로서 엮은 것이다. ● 작가들마다 스토리를 엮어내는 구성은 각기 다르다. 글로 쓰지 않고 이미지를 스토리로 엮어낸다는 것은 소통되는 글보다 더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텍스트가 깃든 작품들의 내용과 사유에 따라 한 작품이 한권의 책으로, 몇 개의 작품의 시리즈가 한권의 책이 되기도 한다. 작품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들여다본다면, 작품을 보는 이들은 작가들이 하나의 작품을 서술하면서 발생시킨 '빈 여백'에서 관객 자신의 풍부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 여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술된 이미지를 텍스트로 다가가기 보다는 바라본 입장에서 잠재된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서로 함께 공유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상상해본다. 쉽게 펼쳐져 쉽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속에 깃든 상상력을 가져가는 것은 관객의 양식이자 힘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전시는 수동적인 감상 차원에서 느끼는 것 이상의 언어를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전시라 할 수 있다. ■ 이관훈

Vol.20130915d | 스토리텔링_다섯 편의 이야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