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 눈부시게 빛나는 죄의 날 SUNDAY : The bright shining day of sin

이주형展 / RHEEJOOHYEONG / 李宙亨 / painting   2013_0913 ▶ 2013_0926 / 월요일 휴관

이주형_수치심의 평면도_캔버스에 유채_180×150cm_2013_부분(캔버스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514d | 이주형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913_금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쿤스트독 갤러리 KunstDoc Gallery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9번지 Tel. +82.2.722.8897 www.kunstdoc.com

애정, 우정, 집단에의 귀속,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존경, 경제적 여유 등, 내가 욕망하는 많은 것들은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패를 통해 좌절감이나 그에 따른 슬픔, 불안, 두려움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 '일요일, 눈부시게 빛나는 죄의 날'은, 나의 삶에서 끊임없이 마주치는 욕망과 욕구, 그리고 이의 좌절에서 오는 자괴감과 불안 등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나아가, 나 개인을 넘어서, 인간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욕망과 그의 좌절에 따른 불안의 인과관계를 탐구한 것이다.

이주형_일요일 : 눈부시게 빛나는 죄의 날_쿤스트독 갤러리_2013
이주형_일요일 : 눈부시게 빛나는 죄의 날_쿤스트독 갤러리_2013

전시의 제목은, 어느 일요일 오후에 겪었던 나 스스로의 감정에서 유래하였다. 나는 언제 부터인가 술을 자주 마시게 되었는데, 그 전 날인 토요일 밤에도 애정과 우정 등 글의 서두에 언급한 것들을 욕망하며 많은 술을 마시고, 일요일 오후에 일어난 것이다. 어제 밤의 일을 기억해 보려고 해도, 어느 시점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았고, 주머니에 들어있는 영수증을 통해서 나의 동선을 짐작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다. 당시의 판단에 의하면, 당시의 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었다. 왜냐하면 삶의 방식에 문제가 많은 듯 보였으며, 그 동안 이루어 놓은 것도 적어 보였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슬펐고, 수치스러웠으며, 동시에 불안했고, 두려웠다. 나에게 나는 죄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창밖은 햇살로 눈부시게 빛났으며,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은 그런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그 일요일은, 눈부시게 빛나는 죄의 날이었고, 나는 그 날의 죄인이었다. 아마도, 나 스스로가 인간인 이상, 내가 가진 욕망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동시에 헛된 것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은 나에게 끊임없이 불안을 유발한다. 나는 자연스러운 동시에 헛된 것을 위해, 스스로의 삶을 조이고 있다.

이주형_눈부시게 빛나는 죄의 날_캔버스에 유채_180×150cm_2013
이주형_묵념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13

전시는 페인팅 작품과 오브제 작품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페인팅 작품은 털과 합판이라는 은유적 소재를 사용하여 형상을 만들어 냈다. 털은 깊이를 알 수없는 검은 공간에서 자라나 올라오거나, 형상들을 뒤덮거나, 합판들의 사이사이에서 자라난다. 모든 캔버스의 공간은 나의 심리적 공간으로 기능하는데, 그 공간에서 끊임없이 자라나거나, 무언가를 뒤덮는 털들은 나의 불안을 말해준다. 그리고 나의 신체를 의미하는 조각난 합판들은, 그러한 털들이 자라나는 숙주가 된다. 오브제 작품은, 내가 정해준 매뉴얼에 의해, 한국, 중국, 그리고 북한의 공예가가 만든 것이다. 나는 해당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과, 바다에서 나는 조개껍질, 혹은 나무판을 이용해, 전 세계 지도에서 여섯 곳을 선정하여 이를 재현하게 하였다. 선정된 곳은, 분쟁이 일어났거나 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곳으로, 상충하는 욕망의 충돌 지점들이다. 강과 바다는 머리카락으로 뒤덮고, 육지 부분은 조개껍질을 깍아서 만든 자개나 다듬은 목재로 뒤덮었다.

이주형_Heart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12
이주형_Scene1_혼합재료_86×86cm_2013

나는 스스로를 인간종(種)의 하나의 샘플로 삼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욕망과 불안의 인과관계를 관찰하고 표현하였고, 이렇게 이루어진 이번 전시를 통해,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유희하고, 함께 극복의 희망을 갖기를 기대하였다. ■ 이주형

Vol.20130913b | 이주형展 / RHEEJOOHYEONG / 李宙亨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