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90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주말_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이목화랑 YEEMOCK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94(가회동 1-71번지) Tel. +82.2.514.8888 www.yeemockgallery.co.kr
사진의 중첩이 만들어낸 삶의 몽타주 ● '일상'이란 반복되고 되풀이 되는 삶의 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일상적'이라 하면 새롭다고 느끼거나 놀랄만한 사건이 없는 흙먼지처럼 건조하여 또렷한 형상으로 기억이 크게 남지 않는 나날을 지칭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일상에서 다른 일상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계기들이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교복을 입는 중학교에 진학할 때, 대한민국 대다수 남자의 경우 성인이 되면 의무적으로 다녀와야 하는 군대를 갈 때, 혼자만의 삶에서 또 다른 혼자인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할 때, 결혼하여 아이를 얻고 첫 생일을 맞을 때, 또 아이가 자라나고 부부는 늙어 칠순과 팔순의 생일을 맞을 때 등이 그러한 계기들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이러한 날들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나는 거의 매주 결혼식과 돌잔치, 고희연 등을 촬영 하러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들의 모습에 내 자신이 투사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있을 삶의 모습에 대한 애잔함과 함께 스스로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사진의 피사체가 되는 그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이 내게는 그저 일상이며, 다른 한편 기념일에 찍힌 사진의 한 장면과 같이 나 역시 그들처럼 살아가면서 비슷한 형태의 사진 속에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전환점이 되는 특별한 날들이 그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그저 그런 일상의 하루이며, 그러한 누군가의 기념일 역시 사실상 일상의 여러 날들 중 하루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결혼식, 군대, 첫돌, 고희연 등 여러 사람의 삶의 기념일들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그 사진들은 지금까지 길게는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촬영한 사진들이다. 수 십여 장의 사진들을 모으고 이를 디지털의 다중노출 기법으로 중첩시켰다. 사실상 기념사진은 그 주인공이 다를 뿐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유사한 형식으로 촬영되기 때문에 한 장으로 중첩시켰을 때 공통된 하나의 이미지로 모아지게 된다. 그러나 수 십여 장의 사진들이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을지언정 그 안의 사람들과 촬영된 시공간은 각기 다르다. 따라서 완성된 한 장의 사진에는 하나의 시공간으로 압축되어진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 그 결과 조금씩 다른 세부 이미지로 인해 흔들린 것처럼 윤곽이 흐려지고 디테일은 무너져 희뿌연 한 장의 사진이 되는 것이다.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은 뭉개져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조금씩 다른 디테일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추상적 형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돌상 주변의 배경은 상차림의 과일들로 인해 환상적인 정글이 되기도 하고, 웨딩홀 바닥은 복잡한 아라베스크 무늬를 띄기도 하며, 군인들의 단체사진은 군복 무늬로 인해 절묘하게 위장된 숲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각의 기념사진에서는 분명히 실재하던 현실의 피사체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모아진 후에는 개별적인 정체성을 잃고 또 다른 새로운 추상적 실체로 변모하는 것이다.
한 장의 기념사진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에게만 '특별한' 것이었다면, 그러한 여러 장의 기념사진이 중첩된 이 한 장의 사진은 그 모든 사람을 담고 있는 동시에 그 기념일의 '보편적'인 의미와 하나의 유형을 말해준다. 보통 한 장의 사진에 30명 이상의 인물이 포즈를 취하는 군대 단체사진이나 결혼식 단체사진의 경우, 이러한 사진을 30번 중첩하여 완성된 한 장의 사진 안에는 결국 900명이 담기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혼식 사진'과 '군대 사진'의 유형을 보여주며 누구나의 결혼과 군대와도 관련되어진다. 즉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기념사진은 보편성을 가지는 사진으로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는 사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처럼 기념사진을 하나의 '삶의 몽타주'로서 재해석하고자 한다. ■ 이종규
Vol.20130910c | 이종규展 / LEEJONGKYU / 李宗奎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