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905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갤러리 아트사이드 GALLERY ARTSIDE 서울 종로구 통의동 33번지 Tel. +82.2.725.1020 www.artside.org
이성의 공간을 부유하는 감성의 일상들 ● 인간의 실존에 대한 가장 확실한 근거는 어쩌면 실제 우리가 공간을 점유하고 있음을 깨닫는데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은 그 공간에 실존하는 물질로서 공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역시 이성적으로 알고 있다. 현존하는 과학기술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의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공간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몸은 그 작은 단위의 물질들이 점차적으로 각각의 공간들을 점유하며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우리 몸의 구성단위를 물질의 최소단위로 치환할 수만 있다면 우린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다. 그럼 이러한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의 정신은 어떤가. 경험과 기억들로 구성된 정신 속의 공간들은 그 어떤 것을 점유하고 있지 않다. 단지 모든 것이 이미지만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거기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 인한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신은 물질화 될 수 없는 것일까. 반대로 물질은 정신화 될 수 없는 것일까.
히로시 고바야시는 이성적 판단과 한계성을 지닌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자유롭게 점유하고 있는 인형들을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과 같은 색 레이어로 그리고 있다. 콘트라스트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강력한 조명으로 사진을 찍고 그 이미지를 컴퓨터에서 다시 재조합 하여 그 이미지를 회화로 옮기는 작업 과정을 거친다. 이는 빛에 의해 가상으로 구성되어있는 이미지를 최소단위의 색 레이어로 물질화 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게 물질화된 레이어들은 작가의 일상의 경험과 유년의 기억들을 재현하고 그 기억으로부터 구성되는 뮤지컬과 같은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기하는 인형들로 형상화 된다. 정신과 물질의 일치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이러한 과정으로 진행될 듯싶다. 이미지가 물질화 되고 물질은 다시 개념화 되는 과정.
2011년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와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된 원전 사태들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히로시 고바야시는 인간의 고통과 한계 그리고 자연 앞에서의 나약함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작품의 제작과정이 이성과 감성, 물질과 정신의 관계성에 가깝다면 작가의 작품이 지닌 내용들은 인간과 자연, 삶과 일상, 욕망과 권력 같은 일반적이지만 우리의 삶에 끊이지 않는 직접적인 문제들이다. 개인과 국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인간 그리고 그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에 도전하고 개발하는 인류의 이중성에 대해 작가는 다양한 인형들을 캐스팅하여 한편의 뮤지컬처럼 메시지를 전한다. ● 인간은 고통을 받는 순간에도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즐거운 일들을 상상하거나 실제로 고통 속에서 웃기도 하고 즐겁게 노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우리는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감성적 근거들이 생겨난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누군가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또한, 반대로 내가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작가는 여전히 그 희망을 노래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비상 대피"와 같은 일본의 대지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방향을 잃은 인형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잔뜩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 어쩌면 생사를 다툴 수 있는 절박한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인형들로 연출하면서 해학과 색다른 공간감이 연출된다. 이렇게 히로시 고바야시에 의해 연출된 인형들의 동작들은 다음의 동작을 상상하게 만들고 또한, 인형들의 몸짓 그리고 소품들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쫓다 보면 작가가 옆에서 자신의 이야기들을 작품에서 연출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찬찬히 들려 주는 듯 하다. ● 작가의 인형들은 멈춰 있는 듯한 단순한 동작이지만 오히려 더 큰 운동감과 방향성을 지닌다. 정중동과 같이 공중에 떠 있음으로써 뮤지컬의 극적인 장면을 스틸컷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각각의 인형들이 극적인 운동성을 지니고 있다. 흡사 그들이 연주하고 있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 임대식
Vol.20130906h | 히로시 고바야시展 / Hiroshi Kobayashi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