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차원

Hidden Dimension展   2013_0905 ▶ 2013_1102 / 월요일 휴관

숨겨진 차원展_갤러리 스케이프_2013

초대일시 / 2013_0905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정욱_김성수_김명범_이형구_임소담_정수진 레이나우드 아우츠혼 Reinoud Oudshoorn 타카히로 이와사키 Takahiro Iwasaki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 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8-4 Tel. +82.2.747.4675 www.skape.co.kr

숨겨진 공간의 차원에 진입하다 ● 벌써 네 번째 개관전이다. 그러는 동안 갤러리는 어느새 열 번째 해를 맞이했다. '십주년이 된다면...' 막연했던 그 읊조림은 이 공간을 지속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바램의 가정형 표현이었다. 그렇게 갤러리는 열 해 동안 2004년 서교동, 2006년 가회동, 그리고 2010년 한남동을 거쳐, 이제 막 소격동으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공간의 이동은 단순한 물리적 환경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변화의 기저에는 이 움직임을 추동한 공간의 욕망이 있다. 자기변화(self-transformation)에의 쉼 없는 열망은 공간을 새로운 삶의 장소로 내몰았으며, 이렇게 '마련된' 공간에서 갤러리는 진화하기 위한 산통을 반복하며 그 가능성들을 실험해 오고 있다. ● 소격동에서의 재개관전인『숨겨진 차원(Hidden Dimension)』은 그간 공간을 이전하며, 새로움을 모색해왔던 갤러리의 공간적 배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인 전시공간인 화이트 큐브는 재료, 구조, 형태와 같은 물리적 요소만을 본다면, 단순히 기하학적인 다면체일 뿐이다.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 시적이지 않다.(The building itself is never poetic.)'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터(Peter Zumthor)의 이 짧은 어구는 공간을 형성하는 수많은 잠재 요소를 생각케 한다. 공간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 사물 그리고 빛, 온도 등 유입된 환경적 요소를 통해 공간의 성질을 입는다. 거기에 시간, 기억과 같은 비가시적 요소들이 공간에 자리하면서, 공간은 시간과 기억의 지층이 켜켜이 쌓인 복합적 차원을 지니게 된다. 예술 작품을 위한 이 백색의 공간은, 이러한 비가시적 요소에 더불어 예술 작품이 지닌 상상력(imaginary)를 통해 다층의 세계로 전환될 수 있다. 소격동에서의 첫 전시는 이러한 공간의 잠재력에 주목해, 물리적 차원을 넘어서는 공간적 상상력을 조명하고자 한다.

숨겨진 차원展_갤러리 스케이프_2013

본 전시에서 다루고자 하는 공간성은, 여덟 명의 작가들에 의해 각기 다른 차원으로 경험된다. 이들은 그간 예술을 조형적 구조 그 자체보다는 비가시적 영역(invisible realm)으로 탐구해왔다. 타카히로 이와사키(Takahiro Iwasaki)와 김명범의 작업은 일상적 오브제의 차원을 기억, 공간과 관련해 확장된 차원으로 보여준다. 직조된 오브제의 실오라기를 뽑아내어 송신탑과 같은 건축적 구조를 제작해 낸 이와사키의 작업은 사물로서의 오브제를 건축적인 풍경으로 변모시키며, 사사로운 존재에 숨겨진 차원을 공간화한다. 김명범이 다루는 일상 속 오브제는 기억, 추억과 관련해 시간성, 공간성이 담긴 모티브이다. 소 뼈의 한 부분과 만자니타(manzanita) 나뭇가지를 조합시킨「Untitled」와 의자가 밧줄에 묶여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Dining Chair」는 먹는 행위(eating)와 창조하는 행위(creating)의 언어적 차원을 시공간적 차원으로 매개시킨다.

타카히로 이와사키
김명범_Dining Chair_의자, 밧줄_가변설치_2013

'현실은 시각적 착각(optical illusion)'이라 한 아인슈타인의 말은, 이형구와 레이나우드 아우츠혼(Reinoud Oudshoorn)의 작품과 관련해 볼 수 있다. 이형구의 안구추적장치「Eye Trace」는 인간의 시각적 한계로부터 고안된 것으로, 동물, 곤충과 같은 타존재의 시지각적 차원에 접근한다. 신체가 기계적으로 확장된 형태의 이 가젯(gadget)은 평범히 지각된 공간의 차원을 팽창시키거나 수축시키며, 현실 세계의 질서를 변화무쌍한 차원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상대적인 공간의 차원은, 아우츠혼의 조각 작품에서 공간의 환영과 관련해 살펴 볼 수 있다. 유리와 스틸 프레임으로 이뤄진 이 추상적 다면체는 빛의 상황에 섬세히 반응하며, 시선의 각도에 따라 다른 차원의 숨겨진 공간을 일루전으로 드러낸다.

숨겨진 차원展_갤러리 스케이프_2013

회화에서의 공간적 차원은 2차원의 평면으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회화적 차원으로 모색된다. 본 전시에서는 회화의 평면성을 극복하여, 자유로이 구현되는 공간성에 주목하여 네 작가를 선보인다. 회화에서의 재현과 관련해 볼 때, 김성수와 임소담의 작업은 2차원의 회화적 특질을 극대화하며 공간적 차원으로 전개된다. 김성수의「Metallica」는 추상회화와 같으면서도, 평면적 구조 너머의 무한한 공간감을 전하는 이중적 차원을 지닌다. 그의 신작「Non-lieu」는 비장소성에 대한 의미로 존재하면서도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중첩의 공간감을 전한다. 망각에 스친 풍경이 섬세하나 힘있는 붓터치로 재현된 임소담의 회화는 기억의 장소를 불러일으키듯 심적 감흥을 자아낸다. 감수성이 짙게 묻어나는 회화의 붓터치는 내면의 인상을 촉각적 공간으로 이끌어 낸다. 김정욱과 정수진의 회화는 평면의 구조를 무심히 넘어서며, 다층의 혹은 깊이 있는 차원의 회화의 공간성을 구성해 낸다. 밤 하늘을 그린 듯한 김정욱의 산수화는, 세밀한 먹의 흔적이 담긴 우주적 공간감을 선사한다. 망막의 이면에서 심적 조응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풍경은, 진경산수의 현실감과 상상화의 비현실감이 중첩된 신비스런 공간이다. 정수진의「다차원 생물의 전시장」은 회화적으로 구현된 경이의 진열장(cabinet of curiosities)이다. 그리드형의 구획된 진열장의 칸은 그곳에 존재하는 입자, 사물, 생물, 붓터치, 색, 형(形) 등 물성의 파동을 통해 각기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전개된다.

김성수_Non-lieu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19×99cm_2013
김정욱_한지에 먹_45.5×53cm_2013

본 전시에서 주목한 여덟 작가들의 공간에 대한 열렬한 탐구는 물리적 공간에 얽힌 다양한 층위와 이를 가능케 하는 이미지너리의 힘을 보여준다. 작가들이 이 보이는 않는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은 일상 생활의 경험에서부터 실존적, 사회적 고민이 개개인의 심리적 세계와 조응하는 가운데 각기 다르게 발생된다. 개개인의 상이한 경험과 기억, 그리고 상상력은 동일한 공간을 상대적 공간으로 느끼게 하며, 공간의 차원을 다른 차원으로 매개시킨다. 이는 개인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시공간을 공유하는 사회적 기억과도 관계된다. 예술 작품과 공간 사이의 상호적 관계는 개인과 집단의 기억과 상흔, 그리고 꿈, 몽상 등과 내밀히 소통하며, 확장된 공간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공간의 숨은 차원을 가시화한 작품들로부터 본 전시는 갤러리의 새로운 공간성을 발견하고, 동시대와 그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 ■ 심소미

Vol.20130905f | 숨겨진 차원 Hidden Dimension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