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아니한家

2013_0828 ▶ 2013_0924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3_0828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 권인숙_김리윤_김승택_김영봉_오은정_최성임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K_광주 SPACE K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 460-17번지 2층 Tel. +82.62.370.5948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_광주에서 8월 28일부터 9월 24일까지 기획전『좋지 아니한家』展을 개최한다. 주거라는 본래의 용도를 넘어 먹고 입고 쉬고 생각하고 즐기는 다양한 행위를 수반한 '삶을 닮는 그릇'으로서 집을 조명한 이번 전시는 집에 대한 여러 예술가들의 내밀한 스토리텔링을 전한다. 물리적인 토대 위에 구축된 이 사적이며 정신적인 공간에 대해 권인숙, 김리윤, 김승택, 김영봉, 오은정, 최성임 등 여섯 작가들은 회화, 사진, 입체 작업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구사하며 저마다 다른 조형 언어로 집에 얽힌 추억과 경험 그리고 기억들을 여섯 가지 이야기로 풀어낸다.

좋지아니한家展_스페이스K_광주_2013
김승택_성북로산책 seongbuk ro stroll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12 김승택_창밖 look out of the window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11
김영봉_군산 인쇄소_폐목재_45×35×11cm_2010 김영봉_대포집과 노래방_폐목재_25×87×13cm_2009

먼저 작가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풍경을 작품에 담아내는 김승택은 거주했던 공간이나 작업실 또는 기억에 머무른 추억의 장소를 대상으로 풍경을 재구성한다. 작가는 주로 성북동, 이태원, 이문동 등 도시 개발에 떠밀린 서울의 이른바 구시가지의 한 켠에 서린 세월의 더께를 포착한다. 다초점으로 재구성한 그의 작품은 삭막한 고층 빌딩에 가려진 좁은 골목, 아담한 주택, 작은 상점 등 삶의 냄새와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풍경으로 따뜻함을 더한다. 이와 비슷하게 과거의 기억과 회상이 교차되는 풍경을 보여주는 김영봉은 군산의 근대 도시 풍경을 폐목재를 사용하여 부조 형식으로 재현한다. 그의 작품에는 학업을 위해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 군산에서 생활한 유년의 아련한 추억과 애정이 녹아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쉽게 버려지곤 하는 폐목재를 작품의 주재료로 삼은 작가는 과거의 현재를 이어주는 근대 건축물을 통해 평범하기에 가볍게 지나치곤 하는 일상의 흔적을 상기시킨다.

김리윤_어떡하지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3 김리윤_아를의 기분_캔버스에 유채_72×53cm_2013
권인숙_The Room of My Secret 비밀의 방_혼합재료, 미니어쳐_38×61×29cm_2010 권인숙_비돌_혼합재료, 미니어쳐_30×36×33cm_2010

이와 반대로 익숙한 생활 공간을 떠나 낯선 공간에서의 유목민과 같은 경험은 집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김리윤의 작품은 여행을 하며 촬영한 사진에서 촉발된 우발적인 기억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일상생활로 돌아와 잊고 지내던 여행의 기억은 한 장의 사진을 매개로 환기되어 새로운 감각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일상으로 불러들여 시공간이 혼재된 몽상적인 분위기의 회화를 완성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권인숙은 생경한 여행지에서의 공간 체험을 유년시절 놀이에 대한 기억과 연결한다. 자신이 체험한 공간들을 미니어처로 제작한 그의 작업은 축소라는 코드를 통해 일상의 공간과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실제의 그곳에 위치한 사물들을 동일하게 배치하고 간접 조명과 같은 세심한 장치를 통해 기억 속 공간을 한층 사적이고 은밀하게 연출한다.

오은정_나의 눈부신 펜트하우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08 오은정_나의 눈부신 펜트하우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08
최성임_둥근집_각설탕_가변설치_2012_부분 최성임_둥근집_각설탕_가변설치_2012

한편 공간에 대한 색다른 시각과 해석이 돋보이는 작가도 있다. 오은정은 현대인의 삶터인 도시가 내포한 달콤 씁쓸한 패러독스를 유희적으로 그려낸다. 그는 삶의 보편적인 단편들을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도시의 건축물을 수집 분해하고 재조립하여 자신이 살고 싶은 이상적인 새로운 도시의 공간을 탄생시킨다. 그의 작품은 회색 빛 우울한 도시 속에서 현대인의 자유로운 갈망과 그 이면에 안주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작품에 투영한다. 마지막 작가인 최성임은 각설탕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집을 형상화 한다. 언뜻 견고한 석조 건축물을 닮은 듯하지만 그의 각설탕 집은 가루 설탕을 임시로 뭉쳐놓은 연약하고 섬세한 구조체에 불과하다. 충격이나 습기에 언제라도 무너질 각설탕을 쌓는 반복적 행위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상기시키며 인간 존재의 굴레를 암시한다. 마치 기복적 바람을 담은 돌탑 쌓기처럼 간절한 소망을 인내의 시간으로 전치시킨 그의 작품이 결과물 이상으로 그 과정과 행위에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네 삶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좋지아니한家展_스페이스K_광주_2013

이렇듯『좋지 아니한家』展은 현대인들에게 물리적 크기나 경제적인 수치로 치부되곤 하는 오늘날 집의 훼손된 의미를 회복하고자 한다. 우리 곁에 편재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잊혀지기 쉬운 소중한 가치들을 내포한 집, 삶의 최소 단위이면서 삶의 최대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인 집에 대한 기본 정의는 결코 퇴색될 수 없을 것이다. 물적 구조물로서의 집(house) 그 이상의 정서적인 토대로서의 집(home)의 의미를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스페이스K

Vol.20130828b | 좋지아니한家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