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82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8월 무더위에 갤러리 담에서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이정희 작가의 전시를 마련하였다. 이정희 작가는 오래 전부터 자신이 추구하는 진리에 대한 궁금한 것을 원과 동심원 혹은 둥근 돌 등을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은 작가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원의 궤적들은 시간들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다른 곳을 향해 보고 있음은 또 다른 시공간으로의 이동을 원하는 것을 형상화 한 것으로 끊임없는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정희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와 미국 뉴욕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인도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이번이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작품 15여 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 갤러리 담
문득, 엎어져 있는 하얀 사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 익숙한 모습의 사발에서 형태 없는 그 무엇을 본다. // 형태 있음도 형태 없음도 아닌, / 보는 것도 보지 않는 것도 아닌, // 그 짧은 순간의 조우(遭遇)가 긴 여운을 남기며 / 나를 캔버스 앞으로 이끈다. // 그것이 힘겹게, 조금씩 / 원으로, 점으로, 사람으로, 자연으로, 시간과 공간으로...드러난다. // 그림은 어느덧 나를 닮아 있다. / 삶에 대한 나의 사유가 그대로 녹아 있다. // 무한반복의 끝없는 시·공간 속에 놓여진 '나' / 그리고 그 반복의 고리를 끊고 우주의 에너지와 교감하고자 하는 / 나의 열망이 // 큰 바다에 일어났다 스러지기를 반복하는 작은 파도와 같은 / 나의 붓질과 그 지움의 과정에서 / 하나하나 캔버스에 그 흔적을 남긴다. // 'This is it!'이라고.
문득, 창 밖을 향해 놓여 있는 빈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빈 의자에서 느껴지는 존재감, 그리고 무수한 전언(傳言)들 그 짧은 순간의 조우(遭遇)가 긴 여운을 남기며 나를 캔버스 앞으로 이끈다. 그것은 내 안의 구도적 열망과 어우러져 서서히 원으로, 사람으로, 자연으로, 시간과 공간으로...드러난다. 내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동심원과 분할된 시·공간, 구도자의 모습은 거대한 우주와 합일되고자 하는 염원과 이를 위해 노력하는 유한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내 작업의 어휘들이다. 다양한 크기와 색채의 '원'은 내가 속해 왔고, 내가 속해 있고, 내가 속하게 될 무한반복의 시간과 공간의 다층적 이미지이다. 파문(波紋)을 이루며 퍼져나가는 '동심원'은 끊임없이 생멸(生滅)을 거듭하는 시·공간이 결국엔 하나의 큰 흐름 속에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우주와 교감하고자 하는 나의 구도적 염원이 담긴 내적 에너지의 파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먼 곳을 응시하는 '사람'은 이러한 구도적 염원을 그림에서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낸 오브제이다. 나에게 현실은 '그럴듯함'이고 이상은 '그러함'이다. 나의 그림은 '그럴듯함'에 서서 '그러함'을 향해 다가가는 조그마한 발자국들이다. 큰 바다에 일어났다 스러지기를 반복하는 작은 파도처럼 나의 멈추지 않는 붓질과 그 지움의 과정은 바로 'This is it!'. ■ 이정희
생각을 지우고 마음의 울림으로 그리다 ● 허리를 곧추 세우고 바닥에 편히 앉는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칠흑같은 어둠이 몰려온다. 하지만 이 어둠도 오래가지 못한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보지 못한 불빛이 어른거린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깜빡인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제 맘대로 꿈틀댄다. 그러는 사이 온갖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부서진다. 갈피를 못 잡고 두서없이 사방으로 퍼덕인다. 그런데 이 생각을 떠올린 것은 내가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나! 잡념雜念 혹은 망상妄想. ●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하나씩 하나씩 생각을 털어낸다. 생각하기를 쉰다. 무아無我의 상태를 찾아간다. 급류처럼 몰아치고 회오리치던 마음의 동요가 점점 사그라진다. 잔잔한 호수처럼 사방이 고요해진다. 생각의 찌꺼기, 마음의 앙금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흙탕물처럼 탁하던 물빛이 점차 투명해진다. 호수 밑바닥에 아련히 남아 있던 내 마음이 선명하게 보인다. 비로소 진짜 나를 바라보고 마주한다. 명상冥想. ● 작가 이정희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 그림이란 명상의 일부분이다. 그림이 명상이고 명상이 곧 그림인 셈이다. 흔히 화가들은 자신의 생각을 그린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정희의 그림은 역설적이라 하겠다. 그는 생각을 그리지 않는다. 생각이 증발된 상태, 즉 무념無念의 경지를 그리기 때문이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동심원'은 생生과 멸滅을 반복하는 초월적인 이미지의 상징이다. 시간과 공간이 무한無限한 우주를 표현하는 어휘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영원永遠'에 대한 오마주다. 이정희는 깊은 명상을 통해 에너지의 떨림, 즉 진동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경험에서 비롯된 에너지의 파장을 동심원 형태로 형상화 한 것이다. 구도자를 연상케 하는 인간형상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화면 밖을 응시하는 모습은 작가의 또 다른 분신分身으로 읽힌다. 화면 위를 부유하듯 가볍고 단순하게 표현한 인간은 그가 꿈꾸는 초월적 존재의 표상이다. ● 그림의 색채는 전체적으로 푸른빛을 띤다. 마치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에서 위쪽, 푸른빛에서 보라를 향하는 형국과 흡사해 보인다. 위쪽은 정신mental, 아래쪽은 물질physical에 빗대어 비유할 수도 있겠다. 인간신체를 보더라도 상반신과 하반신은 각각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측면을 암시한다. 이 대목에서 이정희의 그림에 드러나는 색채감각의 근원을 짐작할 수 있다. ● 그림을 해독하는 또 하나의 키워는 배경에서 보이는 얇은 층layer의 중첩이다. 그는 세심한 붓질을 수없이 반복하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물감을 지층처럼 쌓아간다. 여기서 의도하지 않은 물감의 흘러내림이나 번짐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배경 위에 도드라지게 표현한 모티프는 평면화면에 일루전illusion을 풍부하게 하는 회화적 장치다. 견고하게 정착시킨 물감의 질감 위에 섬세한 필치로 펼쳐놓은 곡선의 율동은 화면에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면과 점, 직선과 곡선, 가벼움과 무거움, 밝음과 어둠, 구상과 추상처럼 서로 상반된 조형요소가 적절히 혼합되어 화면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제 50대 중반으로 접어든 이정희는 오랜 세월을 낯선 장소에서 지내왔다. 미국에서 5년 인도에서 13년. 그 기간은 지금까지 그의 인생 3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세계의 수도라 일컬어지는 뉴욕 맨해튼에서 학업을 계속했고, 인도에서는 샨티니케탄Santiniketan이란 작은 도시 한 곳에서만 줄곧 머물렀다. 캘커타에서 동북쪽 내륙으로 한참 떨어진 샨티니케탄은 타고르의 생가가 있는 도시로 일찍이 그가 세운 국제학교로 유명하다. 맨해튼과 샨티니케탄은 여러 면에서 다른 도시다. 이정희는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 듯 극과 극의 환경을 체험했다. 화가가 동시대 예술의 메카인 뉴욕을 찾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하지만 순간이동 하듯 어느 날 갑자기 인도로 떠난 연유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당시 그는 아무런 사전지식도 전혀 없이 작은 봇짐하나만 달랑 들고 무작정 인도로 향했다. 어쩌면 이게 다 이미 예정된 운명이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정희는 그것을 자연스레 따랐을 뿐이다. 음식도 입에 안 맞고 급격한 환경변화로 한동안 힘들었지만 차츰 적응하며 인도에서 제자리를 찾아 갔다. 이정희의 말대로 '에너지가 물갈이 된 것'이다. 이처럼 맨해튼에서 샨티니케탄으로의 이주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이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서양과 동양, 이성과 감성, 물질과 정신, 겉과 안, 나아가 시각의 세계에서 심상의 세계로의 교차를 의미한다. 이런 외적인 변화는 오랫동안 그를 지배해왔던 내면의 변화를 가져왔다. 세상을 대하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한 것이다. 먼 길을 돌아 고국으로 돌아온 이정희는 이제 뉴욕이나 인도로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굳이 그 곳이 아니라도 지금 마음이 머무는 곳이 중요함을 깨달은 까닭이다. ● 우리가 이정희의 그림에 접근하는 통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그림을 그린 작가의 입장이 되어 그 의도와 경험을 간접적으로 연상해 보는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것처럼 텅 빈 흰 캔버스를 처음 마주 대했을 때 작가의 막막함. 그리고 붓을 들고 처음 화면위에 흔적을 남기는 순간의 떨림. 집중해서 한 획 한 획 동심원을 그려 나갈 때의 호흡을 느끼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상상을 통해 일정부분 작가와 교감交感할 수 있다. ● 나머지 하나는 그림에서 한 발 물러나 개관적 입장에서 온전히 그림 자체에 몰입하는 것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그림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족적 실체 自足的 實體'다. 새로운 생명生命이다. 완전한 없음에서 시작해 작가의 마음과 손에 의해 창조創造되어 비로소 우주의 부분이 된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창작자와 관람자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그것을 해석하고 향유하는 것은 철저히 관객의 몫이다. 그림을 보면서 그의 생각과 마음의 깊이를 헤아리려는 태도. 이정희의 그림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 이준희
Painting which is aware of letting go of thoughts and mind ● Sit comfortably with spine straightened and eyes closed. After brief moment's of darkness and alternating on and off of glimmering lights, soon do the thoughts surge upon and fall down again and again. Unleashed thoughts jumps around here and there alive , they are illusions not real me. ● As breathing becomes calm and thought becomes less and less turmoil of mind subsides little by little and finally whole world seems to be serene like a placid lake. By debris of thoughts, clots of mind sinking down all together I face real me at last. ● Junghee Lee, painter, does meditation every morning before doing painting. For her, painting is meditation and vice versa. Generally, painters try to express their thoughts on canvases but she tries to annihilate her thoughts on her works, which is quite contradictory to others. ● The lines of circles which appear often in her works are the symbol of transcending repeating births and deaths. It is the vocabulary which reveals the infinity of time-space and is a homage to that. Through deep meditation does she see and feel the sheer vibration of energy which is then transformed into multi lines of spreading circles and human figures who are looking at far beyond and could be appreciated as her avatar, or, it takes the transcendental being's place. ● The colours she uses most are bluish which correspond to the colours of the upper part of the rainbow, which is known as spiritual sphere of human being also. It is said that the upper body of human being implies spirituality and the lower one does physicality, from which we can presume the fundamental source of the colours of her paintings. ● Another important fact in her works is a background done with delicate multiple layers and along with that do the looking embossed motifs enrich the illusion effect on the flat plane. ● By the proper mixture of the opposite formative elements such as lines and planes, lightness and heaviness, brightness and darkness, and figure and abstract do her works get deepened. ● Her subtle and sensitive brush movement does not allow any casual dripping or incidental outcomes. Solid and stabilized texture of her works draws out somewhat tight tension along with dextrous movement of lines. ● Junghee, Lee, in her mid fifties, had been abroad for many years. 5 years in America and 13 years in India, which amount to one third of her life time. She continued her study in Manhattan well known as a capital city of the world and then did further study in a small town Santiniketan where there is a house of deceased Nobel laureate poet Tagore's birth and an international university established by him. Mahattan and Santiniketan differ from each other in many ways. She experienced, somehow, two opposite extremes. Maybe it's not so difficult to imagine that an artist goes to Mahattan, a mecca of contemporary art but sudden shift to a small unknown town of India is quite difficult to imagine. She headed to India without any tip of information and with a small bag only. She was just pushed by something which she could not figure out back then. Maybe she was destined to go to India and she just followed it. ● Though the sudden change was not easy and comfortable, gradually did she adjust herself to a new environment. At that time, according to her, did her inner energy go through a big change. The shift from Manhattan to Santiniketan does not simply mean the change of places but it does mean the crossing over of the west and the east, reason and emotion, material and spirit, and inside and outside and it extends it's meaning further to visual sight and mental image. It was the moment of the change of paradigm which had been dominating her for long time and acquired the way to her inner self as well. ● There are two main ways to appreciate her paintings. Firstly, we try to see her works as if she does to see her own works so that we can access to her intentions and experiences indirectly trying to catch the exact emotion which she might have had in front of untouched white canvas, unsureness, trembling moment of first touch, accompanying with her to the end of her long journey of painting. ● Secondly, try to get ourself absorbed in her painting keeping objective stance by moving one step back. Completed painting is already a separate and independent entity free from painter like a new born creature of which the creation started from perfect annihilation and ended in a part of universe. ● How to appreciate and enjoy her works depends on the attitude of viewers. I hope to be able to understand the depth of her mind and communicate with her thoughts. ■ LEEJUNHEE
Vol.20130821b | 이정희展 / LEEJUNGHEE / 李定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