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of FLying

이경희展 / LEEKYUNGHEE / 李庚姬 / painting   2013_0814 ▶ 2013_0819

이경희_Dream of flying 1-LS_디지털 프린트, 혼합재료_108×108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1층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보편적이나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의미들에 대한 물음표1. 작가 이경희는 차이를 가시화하고 있다. 그림에서 드러나는 감각적인 흐름과 그에 따른 행동주의는 시간의 속도를 뛰어넘고 있으며, 마음 속 기의를 어떻게 외적으로 변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언어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증표들은 그림 곳곳에 숨어 있다. 일단 근작에 드리워진 형상의 경우 확연함이 두드러지지 않은 과거와는 달리 '새'가 주요 모티프로 자리하고 있다. 간략하게 도화된 이 새는 아주 작은 모습으로 도시를 배회하거나 동그랗고 각진 화면 전체에 도포되다시피 부유하기도 하며 때론 인지하기 힘든 공간을 배경으로 군무처럼 휘돌기도 한다. 이처럼 이경희의 근작에 묘사된 새는 공간 속에, 도시 속에, 감각으로 구축된 자신의 자아 속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경희_Dream of flying 4-L_디지털 프린트, 혼합재료_60×60cm_2013

사실 이 딱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는 시공간에 대한 초월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이경희 작품 안에서 행복을 일깨우거나 정체성을 확인하는 좌표로 기능한다.「꿈」연작이나「날고 싶은 꿈」시리즈에서 드러나는 작품 제목처럼 미몽이 아닌 실체를 염두에 둔 기표요, 염원의 상징으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새가 내포한 의미는 일차적으로 매일, 매 시간 깨트리기 어려운 자아성을 지정하는 것이자 이차적으론 삶에서 마주하는 어떤 두려움과 희망, 나를 중심으로 한 현재와 미래의 불투명한 관계망에 관한 단상의 기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각각의 새는 개인일 수 있고, 색을 달리한 채 서로 다르게 떠돌며 군집하는 새들은 문명 속 나의 투영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새는 (실존의 범주에서)작가 자신을 투영한 대리물이며, 동시대인들이 쉽게 잊고 지나치는 삶과 여정, 그 보편적이나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의미들에 대한 물음표로써 작동한다 해도 그르지 않다.

이경희_Dream of flying 13-L_디지털 프린트, 혼합재료_60×60cm_2013

2. 서두에 거론했듯 이경희의 새는 그 자체로 자아의 의미에 보다 가까우며 스스로의 정체성과도 연계된 인간 내면의 공통분모적인 특질을 전달한다. 무의식적 욕구와 욕망, 그룹 내 홀로 남는 것들의 발현이면서도 단 1초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생에서 수수께끼 같은 하루하루의 문제들을 담담하게 맞닥뜨리며 살아가는 나와 우리의 초상으로 자리하곤 한다. 어느 경우 그것은 개별적 자화상 마냥 들어차 있는 여러 의문을 가정하고, 인생사에 관한 고뇌, 매 순간마다 다가서는 감정의 복선들, 나를 찾기 위한 '삶의 주제'가 화면에 안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그의 의도에 맞게 드러난다.(이 부분은 그의 신작들이 꽤나 혼잡스럽고 복잡한 구성을 하고 있음에도 특정한 형상성을 통해 정리하는 일련의 포박성에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삶의 주제'는 이전 작품에서도 엿보인 측면이 없지 않다. 전개 방식과 조형요소 간엔 간극이 있으나 현대회화라는 시대적 관점에서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위한 이종예술의 정립과 확장은 물론, 디지털시대 디지털이미지를 통해 스스로가 고립된 이론적 존재로서 삶의 내용을 작금의 작품 아래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의 동일성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희_Dream of flying 3-2_디지털 프린트_60×60cm_2013

표현방식에 있어 시대변천에 따른 예술언어의 변화와 반복을 현실 내부로 수용하는 (변함없는)작가적 입장을 읽는 것 역시 까다롭지 않다. (이것이 해마다 그의 작품들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를 유추케 하는 분동이곤 하다.) 더불어 미화된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기호들을 분포시키는 추상적인 작품을 통해 심미적 상상력을 담금질하는 것이나 그리하여 잉태된 이미지로 말미암은 인간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냉정함과 포근함, 관계의 건조함과 뜨거움, 욕구와 욕망, 이성과 감정, 관념과 이상을 디지털 사진 및 불명확한 언어기호들로 드러나는 점 또한 이전 작업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디지털 회화 방식을 통해 내면에 존재하는 무형을 어떻게 표현(유형화)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의 강조와 이미지의 조합을 통한 감성의 해체와 재구성은 지금도 이경희 작업을 해석하는 유효한 알고리즘이다. 다만 최근의 작품들은 지난 작업의 주요 소제였던 '아네모네' 꽃과 같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사물의 디테일을 배제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놓여 있는 무형의 정신성을 흑과 백, 혹은 무리 중 떨어져 나온 '새'라는 보다 단순화된 대체물로 치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 네모나거나 원형의, 하지만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무리를 근간으로 스토리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해석의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것에서도 일정한 차이를 논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형상이 변화했다하여 특별함을 부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은연 중 드러나던 옛 그림에서의 스타일과는 달리 원색과 '새'를 밑동으로 한 심상의 전면적 분출이야말로 확연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근작들은 추상적이고 모호함에도 훨씬 직설적으로 어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경희_Dream of flying 12-1_디지털 프린트, 혼합재료_40×40cm_2013

3. 작가는 자신의 작업관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제작 단계를 거치고 그에 따른 고된 노동의 시간을 반복한다. 앞선 작품 대비 더욱 견고하게 기존의 전통적 회화 기법과 디지털 회화 방식을 결부시킴으로써 자신만의 정신세계와 세계관, 또는 가치관이나 이야기를 보다 원활하게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려 한다. 이는 작가의 조형세계를 이루는 거푸집이 탄탄한 시각언어로 구현되고 있음을 고정시킬 뿐만 아니라, 어떤 게 중요한지, 덜어 낼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고 있음을 지정한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의 작업과 관련해 두 번째 글을 작성하던 중, 문득 작가 이경희가 추구하는 삶에서의 꿈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모르긴 해도 현실을 기반으로 한 자아의 정립과 희망으로의 초대가 아닐까싶다. 왜냐하면 그림에서 엿보이듯, 있는 그대로의 경험적 주체의 의식을 일컫는 자아는 우리 내면에 안주된 원시적이고 비인격적인 무의식충동의 욕구가 그 결과로서 발생하는 긴장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해석을 덧붙이자면 그것은 쾌원리(快原理)를 좇아 작용하는 것으로, 의식의 표면에 발생하는 자연적인 상태를 말한다. 즉, 작가에게 있어 그림은 다양한 감정과 충동이 현실이라는 외계와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자아 그 자체에 있으며 이는 결국 에고(ego)로 나아감이라는 것이다.

이경희_Dream of flying 1-L_디지털 프린트, 혼합재료_108×108cm_2013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사회적 규범에 따라 주어지는 개인 내부 정사(正邪)의 의식을 미술이라는 시각표현 예술로 소화한다. 비록 때론 자아마저 비판하는 초자아(超自我)성을 지니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그림으로 실어 나르기에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가 있고, 이러한 과정의 새로운 시도와 반복은 긍정성을 담보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 또한 작가 이경희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검토하는 변환점인지도 모른다. 한편 근작에서의 아쉬움도 있다. 그건 바로 그림에 완전한 젖어듦에 관한 부분이다. 즉, 근작들에서 비춰지는 일부 형식에의 얽매임, 온 몸과 마음을 던져 펼쳐내는 것에 두려움과 계산이 깔려 있음을 조형요소와 원리들이 말해주는데, 이는 아직 온전히 베어든 감각의 질은 느끼기엔 다소 부족함을 증거한다. 따라서 향후 작업에선 보다 자유롭게, 매체와 기법, 소제와 형식을 뛰어 넘는 양태가 두드러지길 기대한다. 그 어떤 것보다 정신의 올곧은 구현이 우선이고, 지향점은 그곳에 있다. ■ 홍경한

Vol.20130814e | 이경희展 / LEEKYUNGHEE / 李庚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