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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온 GALLERY ON 서울 종로구 사간동 69번지 영정빌딩 B1 Tel. +82.2.733.8295 www.galleryon.co.kr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센타우르스 자리에 있는 프록시마이다. 가깝다지만, 1초당 30만km의 빛의 속도로 4년을 조금 넘게 달려야 도착하는 거리이다. 그 거리가 실감 나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도 좋다. 중력을 벗어나 태양계로부터 탈출 가능한 우주선의 속도로 약 15만년이 걸린다. 프록시마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위성이 있는데, 2013년 현재까지 지구의 천문학자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 위성의 이름은 「포르트다Fort_Da」. 포르트다의 이른 저녁 어느 카페, 태양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창가,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뉴턴 : 어떤가? 포르트다에 온 지 1주일 정도 되었는데 적응하기가. 아인슈타인 : 앗! 1주일밖에 되지 않았나요? 지구력으로 1955년에 제가 죽었으니 60년 가까이 되었는데... 아무튼 한마디로... 굿입니다. 무엇보다도 말년까지 끈덕지게 저를 괴롭히던 '불확정성원리'에 대해 고집 부리지 않아도 되고.... 뉴턴 : 지구력으로 우주력을 가늠하려 들지 마시게! 시간과 무의식을 다룬 화제의 영화 「인셉션」을 못 본 게로군. 그리고 고집 부렸다는 말은... 양자역학의 핵심인 불확정성원리를 고스란히 인정한다는 말인가? 아인슈타인 : 허! 스스로의 역설에 당했군요. 뉴턴 : 그러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둥 쓸데없는 소릴... 2006년「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으로 과학계와 종교계의 찬사,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도킨스가 코웃음 치겠네. 그 친구 아마도 옥스퍼드 출신이지? 아인슈타인 : 여기서 출신대학을 언급하시는 건 좀.... 선생님이 영국 양대 사학인 케임브리지 출신이시라 도킨스 편드시는 뉘앙스로 들립니다만.... 뉴턴 : 그건... 콤플렉스? 부족은 열등을 동반하고 열등은 우등을 우러러 본다네, 뭐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아인슈타인 : 제가 비록 학력은 좀 딸리지만 200년이 넘게 선생님이 이루신 고전물리학에 치명타를 가한 사실을 익히 알고 계시겠죠? 학력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닙죠. 뉴턴 : 인정하네! 학력이야 말로 작위적 표상 중의 하나이지. 그러나 자네가 치명타를 가했다는 '고전물리학의 이론'은 여전히 유효하잖은가? 나의 걸작인 중력, 굴절률, 광학, 미적분, 이항정리, 무한급수 등등의 위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그럴 것이고. 에헴! 아인슈타인 : .... 뉴턴 : 왜 말이 없나? 아인슈타인 : 선생님의 이름인 아이작Isaac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토스트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뉴턴 : 뭣이라! 내 이름이 한 끼 식사에 불과한 토스트라니.... 아인슈타인 : 한 끼가 얼마나 귀한뎁쇼! 드셔보시겠습니까? 이번에 새로 출시된 햄 스페셜 이삭Isaac 토스트! 뉴턴 : 이런, 된장!
19세기 말경, 벨기에의 화학자 겸 기업가 솔베이는 비누, 유리, 직물 등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암모니아소다법을 개발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그는 1911년에 물리 화학분야의 연구를 후원하는 국제솔베이물리학협회를 설립하여, 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데 소홀함이 없었다. 1927년 벨기에의 브뤼셀 레오폴드공원, 당대의 걸출한 과학자들이 모인 제5차 솔베이회의가 종료될 무렵 그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이 사진은 16세기 초에 르네상스의 화가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학당」을 떠올리게 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알렉산더대왕 등 시대를 달리하는 영웅들을 하나의 캔버스에 그려 넣은 라파엘로의 그림처럼, 20세기에 촬영된 솔베이회의 기념사진은 당대의 대천재들을 기록한 포스트 아테네학당처럼 보인다. 제5차 솔베이회의의 주제였던 양자역학에 대한 정리를 두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측과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측의 대립이 매우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면서 불확정성과 우연성, 확률론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취하였다. '양자'라는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인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의 심도 있는 연구와 성과에 반대 입장을 표한 것은 매우 역설적인 경우로 남아있다. 격한 토론에 이를 중재하던 아인슈타인의 친구 에렌페스트는 아인슈타인에게 '자네는 자네의 '상대성이론'에 반대했던 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양자역학'에 반대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였다. 여기서 여담 한마디. 기념사진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자리한 유일한 여성 퀴리부인은 아테네학당의 유일한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의 환생과도 같다는 상상은 망상일까?
아인슈타인 : 선생님, 아쉬우시죠? 선생님의 그 빛나던 시대에 사진술이 발명되었더라면.... 뉴턴 : 사실, 내가 사진술까지 발명하고 싶었네만....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그때는 내가 워낙 바빴던지라.... 아인슈타인 : 아! 네, 만약에 선생님께서 사진술을 발명하셨다면 사진이 문 연 이미지 시대의 시작을 150년 정도 앞 당겼을 겁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선생님의 리얼한 초상사진이 자료로 남았을 테고, 그 당시 격렬한 전쟁이었던 「앤 여왕전쟁」은 사진으로 기록된 최초의 전쟁이었을 테고, 18세기에 역사의 분기점이었던 프랑스 대혁명과 루이16세 그리고 마리 앙뚜와네트가 단두대에 목이 잘리던 장면이 손으로 그린 삽화가 아닌 명증한 사진으로 기록되었을 테고, 또 19세기 초반에 제리코의 그림인 '엡솜의 경마'는 말이 달리는 순간의 동작을 정확하게 보여준 머이브릿지 사진과 '비교되는 증거물'로 전락하는 예는 없었을 겝니다. 아마도 뤼미에르형제보다 더 빨리, 누군가로부터 영화라는 장르가 만들어졌을 테고요. 아우라의 지존 벤야민의 명성은 익명의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했겠군요. 그렇게 역사는 과거로 쉬프트 되는 건가요? 헉.... 뉴턴 : 숨 좀 돌리시게! 아인슈타인 : 휴~우. 뉴턴 : 흠, 자네도 선형적인 시간관념을 가졌군. 유클리드의 공리를 시작으로 절대공간, 절대시간, 등속과 가속운동, 인과율, 그리고 불세출한 나의 저작「원리」의 기본 틀을 뒤흔든 자네가 말이지. '과거로 쉬프트' 되는 거냐고? 질문이 믿기지 않는구먼! 시간과 공간이 비선형적임을 자네가 밝히지 않았던가. 아인슈타인 : ㅠㅠ. 아무래도 이 곳, 포르트다의 적응기간이 좀 더 필요할 듯합니다. 여기는 차원이 다른 듯하군요. 4차원 이상의 세계라고나 할까요? 두통이.... 뉴턴 : 그렇지. 차원이 다른 세계. 3차원에서 빛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는 2차원의 세계고, 입방이 없는 평방, 그리고 색이 없는 2차원이 바로 그림자 아닌가. 저 아래 내려다 보이는, 지구에 사는 이들은 자기네들의 세계를 3차원의 세계라고 믿고 있다네. 하지만 그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3차원의 세계가 4차원의 그림자라면? 아인슈타인 : 아! 민코프스키 시공간 띵~. 뉴턴 : 민코프스키. 자네가 골치 아파할 만하지. 허나 게으르기 짝이 없다고 자네를 비난했지만 그분은 자네의 스승 아닌가? 한번 스승은 영원한.... 민코프스키도 결국 자네 연구를 도운 결과를 낳았잖은가. 자네도 이제는 혼자 잘난 척 그만하시게. 척하는 사람 치고 오래가는 사람 없지. 오래전 노자 어르신께서 '생이불유 공성이불거生而不有 功成而弗居'라 하셨거늘.... 후훗! 아인슈타인 : 띠~띵~~. 두통 뉴턴 : 아! 마침 저기 노자 어르신께서 이리로 오시네. 인사드리시게.
노자의 도덕경 2장의 한 구절인 '생이불유 공성이불거'를 직역하면 '만들었지만 소유하지 않고 공을 세우되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아인슈타인은 불확정성원리를 두고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이 주축 된 해석에 끝까지 반대했다. 아마도 뉴턴이 인용한 도덕경의 말씀은, '상대성이론'으로 물리학의 금자탑을 이룬 아인슈타인이, 새로운 혁명적 이론인 '불확정성원리'에 취한 부정적 태도를 꾸짖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아성에 도전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아집 혹은 자기가 성취한 공에 머무르려 한, 아인슈타인의 지극히 인간적 욕망에 대한 꼬집기라 하겠다. 현대철학에서 심심찮게 회자되는 도덕경은 약 2500년 전 노자 가르침을 정리한 글이다. 흔히들 노자의 도가사상을 세상과는 한걸음 떨어진, 유유자적의 세계관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게 연분홍빛 로맨틱 사상만이 결코 아님을 일부 대중들은 이미 깨닫고 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예를 들어보자.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는 도덕경 첫머리의 구절이다. '도가 도라고 말하여지면 그것은 그러한 도가 아니다.' 사랑이 사랑으로 말하여질 때. 즉, 구체화된 언어로 표상되어질 때 이미 그 언어화된 사랑은 언어화되기 이전의 사랑을 모두 담을 수 없는, 빈 깡통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그 열병을 앓아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다. 언어란 코드화된 잣대이다. 세상과 만물의 무한한 이치를 조금이나마 간결하게 깨닫기 위하여 만들어낸 인간의 언어는 늘 결핍을 수반한다. 색을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가지로 분절한 것이나 소리를 궁상각치우 또는 도레미파솔라시도로 구분한, 언어의 결핍상태! 빨강과 주황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색을 놓치고 도와 레 사이의 무한 음계를 외면한다. 그렇게 언어는 미묘한 떨림을 스쳐지나간다. 그리하여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원리를 표현할 언어 선택에 고심에 고심을 더하면서 '적절한 단어가 없다.'고 탄식하였던 것이다.
뉴턴 : 어서 오세요. 노자 어르신. 노자 : 안녕하신가요? 뉴턴 선생. 아인슈타인 :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난다. 뉴턴 : 아! 이 사자머리 친구를 소개 하자면, 타임지라는 유력지에서 백 년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인물로 선정되었던 아인슈타인입니다. 지구 두 번째 밀레니엄 시기에 말이지요. 아인슈타인 : 주뼛주뼛,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노자 : 반갑습니다, 노자입니다. 악수를 외면하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이어 말한다. 저는 손을 마주잡는 인사법은 모른답니다. 저의 가장 극진한 인사는 목례지요. 아인슈타인 : 아! 네. 뉴턴 : 어르신, 녹차 한 잔 하시지요. 서양 홍차의 꿈 녹차! 그중의 으뜸 우전으로.... 참! 손에 들고 계신 것은 무엇입니까? 노자 : 가로 세로 21.5cm 크기의 정방형 작은 책자를 들어 보이며, 최근, 지구의 한 아마추어 과학자가 양자원격전송시스템을 발명하였는데요. 그 기술로 보내온 어느 무명작가의 전시 안내 책자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뉴턴 : 책자를 받아들고 뜨겁던 녹차가 식을 때까지 찬찬히 훑어본다. 아인슈타인도 함께.... 뉴턴 : 꽤 흥미롭습니다. 우선, 매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시도가 눈에 띄는 군요. 사진으로 출발한 작가가 자기 매체의 경계를 허물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물론 회화 전공자가 회화와 함께 사진 혹은 동영상, 설치 작업을 하는 예는 흔합니다만 말이지요. 유명한 평론가들 중에 매체의 속성을 유난히 강조한 이들이 있는데요. 그들의 주장 속에는 매체의 독립적 특성을 탐구하면서 그로부터 일탈과 변형을 채근하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쓰는 매체의 특성과 한계 같은 것 말이지요. 여기 무명작가는 작품 「그리다, 쓰다, 찍다」를 통해, 21세기에 이르러 급속도로 보급된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는다'는 행위가 그리거나 쓰는 행위에 비해 하등의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듯합니다. 사실 요즘 대학 강의에서는 필기하는 학생보다 스마트폰으로 내용을 녹음하거나 카메라로 찍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지요. 더군다나 쉬는 시간이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가 쉴 틈 없이 이어지곤 합니다. 일명 '쎌카'! 아무튼 오랜 인류 문명사에 지식 축적의 방법론으로 인식되었던, '그리고 쓰는 행위'에 '찍는 행위'가 추가되었다고나 할까요? 재밌군요. 하지만 거기에 요즘 문제되는 소위 '몰카'라는 것도 포함시켜야 할지 고민이네요. (중략) 노자 : 허, 그렇습니까? 자, 이번에는 「멈춰 흐르다ⅰ,ⅱ」란 작품을 한번 짚어 보십시다. 아인슈타인 : 멈춤은 정지이고 흐름은 운동인데, 여기 계신 뉴턴 선생님의 전공분야가 아닙니까? 뉴턴 : 아닐세! 나의 정지와 운동은 절대공간에서의 이론인데 「멈춰 흐르다ⅰ,ⅱ」는 절대공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시공간과의 관계가 더 깊은 듯하군. 그래서 자네의 분야일 거란 말일지. 그리고 정지하면서 운동한다는 이율배반적 제목만 보더라도 자네의 명쾌한 해석이 더 필요 할 듯하이. 아인슈타인 : 네, 그러시다면... 허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민코프스키 선생이 제시한 4차원의 시공간 도형도 그러하고요. 우리 언어는 3차원의 경험에 의해 철저히 제한되므로 4차원을 온전히 설명할 언어가 없는 까닭이지요. 그러므로 멈춤과 흐름을 나누어진 개별자로 인식해온 오랜 습관에 따라 그들을 잇는 개념의 생성이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멈춤의 정지와 흐름의 운동이 구분됨 없이 이어진 상태는 3차원에서 분명히 존재합니다. 「멈춰 흐르다ⅰ,ⅱ」에는 멈춘 듯 보이는 바위와 그 주변을 흐르는 물이 함께 있습니다. 멈춘 듯 보이는 바위는 실제로 지구 적도를 기준으로 음속 약340m/s보다 빠른 속도로 자전하고 있으며, 초속 약30km의 속도로 태양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는 초속 약 250km의 속도 회전하고 있고요. 여기에 허블에 의한 팽창 우주론에 따라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은하계는 팽창운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바위는 침식작용에 의해 아주 조금씩 하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위는 운동에 운동에 운동에 운동에 운동을 더한 5겹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물의 경우는 더욱 놀랍습니다. 물 분자는 끝임 없이 불규칙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브라운운동'이죠. 물은 결국 운동+운동+운동+운동+운동+운동.... 아무튼 우리 눈에는 멈춘 듯 보이는 바위지만 절대공간을 벗어난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멈춘 게 아닌 것입니다. 바로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관찰 결과가 달라진다는 상대성원리의 논리인데.... 그렇게 본다면 뭐, 그리 신선할 것도 없는 「멈춰 흐르다ⅰ,ⅱ」입니다. 노자 : 아... 네, 그런가요? 신선할 것도 없다니... 갸웃. 어찌되었든 이미 많은 예술가들이 아인슈타인 선생의 이론에 빚을 지고 있지요. 하지만 19세기의 몇몇 탁월한 예술가들은 1916년 당신의 그 원리에 앞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제가 존경하는 애드거 엘런 포는 1864년 에세이 「유레카」에서 시간과 공간이 융합되고 확장되는 우주에 관한 놀라운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간 나시면 정독을 권합니다. 그러고 보니 뉴턴 선생께서 좋아하시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유클리드의 기하학적 세계에 의문을 표시한 내용이 담겨 있지요? 그때가 1880년이니 선생보다 36년이 앞서.... 더군다나 포는 선생의 이론이 일반화될 쯤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에 말입니다. 또한 19세기의 마네는 공간을, 모네는 시간을 탐구하였으며, 그들과 더불어 세잔느가 공간, 빛, 물질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로 일생을 바쳤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멈춰 흐르다ⅰ,ⅱ」는 뉴턴 선생의 지적대로 그리 신선할게 없어 보이는 걸 부인할 순 없겠습니다. 하지만 오브제의 선택에 있어서 고체 성질의 바위, 유체 성질의 물은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둘 다 질량을 가지지만... 아! 여기서 질량 문제는 논외로 하시지요. 질량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듯합니다. 문제는 형태입니다. 형태를 인식하는 것은 우리 눈을 통한 뇌의 지각이지요. 다시 말하면 빛의 작용입니다. (중략) 아인슈타인 : 꿈보다 해몽이신 듯.... ㅋㅋ. 뉴턴 : me too! 노자 선생님께서도 상당히 감상적인 부분이 있으신 듯합니다. 일찍이 도덕경을 설파하신 뒤 검은 소를 타고 흰 수염 날리며 허난성의 한구관을 떠나 서쪽으로 홀연히 사라지신 이유가... 혹시 변화시키지 못하신 사랑의 상처? 노자 : 끙!
이때, 저편에서 이리로 눈부신 자태의 한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색 하이힐에 검은색 스타킹,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색 코르셋 위로 터질 듯 유방의 상단부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출렁거렸다. 코르셋 위에는 검은색 가죽점퍼를 걸쳤는데 지퍼를 채우지 않은 상태였다. 검은색 긴 머리를 가지런히 묶어 내려 온통 검은색 일색인 그녀의 전신에서 유난히 빛나는 컬러가 있었는데, 두툼한 입술에 짙게 바른 립스틱의 붉은 색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온 그녀는 정중히 자리를 구하는 인사를 건네자 세 남자는 일제히 일어났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인슈타인 : 은근 슬쩍 자신의 옆자리를 권한다. 이리로, 이리로 앉으세요. 뉴턴 : 거 누구신지? 검은... 소? 검고 붉은 여자 : 누구란, 이름을 말씀하는 것인지 아니면 성별을? 이름이나 성별, 검은색이나 붉은색으로 무엇을 구분하시려함은.... 여기 계신 노자선생님께서는 '오색영인목맹五色令人目盲'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것과 저것을 너무 구분하려하지 마세요. 그리고 검은 소라뇨? 제가 노자 선생님 등에 태운 그 영광의 소라면 점퍼와 코르셋, 스타킹을 이 자리에서 홀라당 벗어 버리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속옷을 입지 않는답니다. 다만 저는 세 분의 대화가 흥미로워 감히 자리를 청하였어요. 용서하시고, 저도 대화에 참여하게 해주신다면 감히 사이사이 거들겠습니다. 어떠신지요. 뉴턴 : 쩝! 노자 : 오색영인목맹, 다섯 가지로 구분된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아! 추억의 검은 소의 등짝, 다른 말로 등심.... 아인슈타인 : 눈길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모르겠군요. 검은색 스타킹, 검은색 코르셋, 입술의 붉은색, 아니면 당신의 그 출렁거리는.... 뉴턴 : 자, 자, 계속 진행 하시지요. 자작나무로 보이는 「관찰된 결과 ⅰ,ⅱ,ⅲ,ⅳ,ⅴ」 아인슈타인 : 일단 저는 작품의 제목에서 불편함을 느낍니다. '관찰된 결과'라니.... 찰칵, 일순간에 찍은 몇 장의 사진으로 심오한 상대성원리의 관찰자와 행보를 같이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어째. 뉴턴 : 뭐 그렇게까지야.... 더군다나 자네는 「그리다, 쓰다, 찍다」를 논할 때와는 다른 어조로 찍는 행위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네. 내가 보기에는 그럴싸한 단어로 예쁘장하게 치장한 제목보다 훨씬 솔직하구먼.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거 「꿈속의 자작나무」라든지, 요즘 유행한다는 「피톤치드의 힐링」같은 제목보다 술수가 덜해 오히려 신선하고, 자네가 말한 관찰자의 속도에 따른 시공간의 상대적인 변화도 그런 대로 잘 보여주는 같고.... 함께 제시된 「관찰의 결과 ⅰ,ⅱ,ⅳ」의 경우는 시간의 변화에 따른 관찰 결과가 대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드러내고 있다는 말이네. 시간의 변화란 카메라 셔터 시간의 변화로 추측할 수 있을 텐데, 사실은 내가 카메라 메커니즘에 문외한이라.... 혹, 카메라에 정통하신 분이 계시면.... 검고 붉은 여자 :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사실 저는 꽤 오랫동안 사진작업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대화가 흥미로웠고요. 그럼 제가 거드는 걸 허락하시는 걸로 알고 카메라 메커니즘, 그러니까 사진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9세기 사진술 발명 초기에는 1초라는 촬영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빛에 반응하는 감광유제의 화학적 한계, 렌즈의 광학적 설계의 문제와 더불어 카메라에 빠른 속도를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말이지요. 20세기에 이르러 사진의 기술적 완성은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1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시각의 혁명을 사진술이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관찰된 결과 ⅰ,ⅱ,ⅳ」의 경우, '빨리 빨리'를 추구하는 21세기에 1/8000초, 아마도 그 이상의 빠른 속도로 대상을 관찰하는 행위가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매우 느린 속도로 대상을 관찰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관찰된 결과 ⅲ」을 제외하고요. 우리의 눈으로 보지 못했던 더 빠른 순간의 장면에 열광하는 때에 오히려 저속의 셔터스피드로 촬영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오브제인 자작나무는 눈으로 보기 전에 이미 우리 뇌에 고정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자작나무 특유의 하얀 껍질, 나무 기둥에 굵은 붓으로 그려넣은 듯한 눈썹 모양의 무늬, 바람에 나풀거리는 작은 손바닥 크기의 잎사귀, 어느 카페의 실내를 장식한 자작나무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뭐, 자작나무의 자일리톨을 떠올리는 분도 계시겠군요. 아무튼 그렇게 우리 뇌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이미지에 대한 반란이라고 한다면 과한 표현일까요? 그리고... 아인슈타인 : 잠깐만요. 사진작업을 하셨다 했는데, 혹시 어떤 작업을? 검고 붉은 여자 : 조금 전에는 눈길이 방황하시더니, 이제는 궁금증이 더해지시는군요. 궁금宮禁이란 왕이 사는 궁궐을 말합니다. 왕이 어찌 사는지 당연히 궁금해 할 만하지요. 또한 궁금은 관심의 시작입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궁금해 하는 쪽이... 집니다. 이기고 싶으면, 궁금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제 작업은.... 나중에 말씀드리지요. 아인슈타인 : 헉! 검고 붉은 여자 :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어디까지 했더라.... 죄송합니다. 제 기억의 휘발성이 매우 강하여.... 그래도 과다기억증후군보다는 훨씬 낫지요. 호호호. 아, 이미지에 대한 반란까지 말씀드렸군요. 호호호. 작품 제목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분도 계십니다만, 제목은 작품의 일부입니다. 다시 말해 예쁜 장식용 그림에 치장을 더한 역할에 머무는 제목이 아니라 이미지 주지하며 환기시키는 역할이라고 할까요. 뉴턴 : 그렇다면 구체적인 촬영기법이 궁금하오. 참, 나의 궁금은 그 궁금이 아니라오. 어흠. 검고 붉은 여자 : 호호호. 뉴턴 선생님께서 눈치채신 것처럼 궁금은 한자어가 아니지요. 재미로 언어놀이를 해본 것 뿐 입니다. 음... 촬영기법은 아마도 쉐이킹이라고 하는 카메라 흔들기 기법 같습니다. 촬영 순간에 카메라를 좌우, 상하 등으로 움직이며 촬영하는 것이지요. 셔터의 속도와 쉐이킹의 속도, 그리고 피사체의 운동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관찰된 결과 ⅰ,ⅱ,ⅳ」는 관찰자가 움직이면서 만든 결과이고 「관찰된 결과 ⅲ」은 아주 일반적인 관찰방법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관찰된 결과 ⅴ」는 매우 특이합니다. 인간의 시각으로는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없는데요. 물론 쉐이킹 기법을 통한 사진들도 그러합니다만, 이 경우는 모호함의 폭이 매우 커 보입니다. -중략- 노자 : 의심을 통해서 궁금이 해소될 때, 앎의 지평이 열립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암흑의 세계로 갇히는 듯한 경험들은 없으신지요? 대상을 자명하게 알려고 하면 할수록 대상은 점점 모호해 질뿐입니다. 안다고 하는 순간이 모를 때인데 어찌 안다고 말하겠습니까? 검고 붉은 여자 : 호호호. 역시 노자 선생님답습니다. 저는 「지퍼zipper」라는 제목의 작품에 관심이 가는데요, 제가 지퍼 달린 옷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런가요? 보시다시피 제가 입고 있는 가죽점퍼의 지퍼를 한번 닫아볼까요. 드르륵. 이번엔 반대로 드르륵. 연 게 좋으신지, 닫은 게 좋으신지? 뉴턴 : 열고 닫는 것은 본인의 자유. 마음대로 하시오. 검고 붉은 여자 : 까칠하시긴요, 호호호. 아인슈타인 : 열고 닫는 건 단순한 행위가 아닙니다. 둘로 나누기와 나누어진 둘을 잇는 기능을 가진 지퍼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데요. 현대 물리학에서는 통일장이론을 시작으로 초끈이론, 힉스입자를 찾기 위한 대형강입자충돌기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 내용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제 후배 학자들이 가진 연구의 공통점은 '나눔'이 아닌 '이음'의 개념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자면 거시세계에서 작용하는 중력과 미시세계의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하나로 잇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인문학에서 대두되는 통섭도 어찌 보면 '이음'의 또 다른 양태라고 생각됩니다. 아, 조금 전에 노자 선생님께서 '아는 동시에 암흑의 세계에 갇힌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참으로 놀라운 혜안입니다. 최근 지구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를 '우주가속팽창'이라고 하는데요. 팽창속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보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겨우 4.6%에 불과하고, 나머지 23.3%는 암흑물질, 그리고 72.1%는 암흑에너지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95.4%에 달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제가 살던 시대보다 몇 배나 빠르게 발전한 최신 물리학의 연구 결과,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겨우 5%도 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그러니 제가 노자 선생님의 혜안에 감탄치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 '안다고 하는 순간이 모를 때'라뇨. 노자 : 허허. 과찬이십니다. 제가 보기에 서양식 사고의 약점은 너무 알려고 하는 것입니다. 구분하고 쪼개고 나누어 만든 기준들. 그렇게 합의된 기준은 때론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검고 붉은 여자 : 그러게요. 저를 너무 알려고 하지 마세요. 다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인슈타인 선생님. 호호호. 아인슈타인 : 왜 나만 갖고 그래~요. 뉴턴 : 자, 자, 아인슈타인. 자네로부터 지구의 최신 과학이론을 간략하게나마 듣게 되어 기쁘네. 기회가 되면 자세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시게. 아무튼 작품 「지퍼」는 나눔과 이음의 메타포였군. 노자 : 매우 유익한 대화였습니다. 여기서는 그만 마무리 짓는 게 어떠실지요? 배도 고파오고, 등심 생각도 나고... 제가 사유의 논리보다 몸의 본성에 민감한 편이라서. 아인슈타인 : 그러시면... 자리를 옮겨 저녁식사를 함께 하시지요. 미쿡산 소고기 등심으로... 제가 쏘겠습니다. 여성분께서도 함께 가시지요. 참! 이름이라도 알려 주셔야... 검고 붉은 여자 : 아! 제 이름은 피에르 몰리니에Pierre Molinier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인터넷 검색창에 '몰리니에'를 쳐보세요. 제 사진작품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양성구유자, 그러니까 여자이자 동시에 남자랍니다. 호好호好호好. 노자, 뉴턴, 아인슈타인 : 에구머니나, 멘붕+꽈당!
자리를 옳긴 네 사람은 미국산 소고기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달콤한 디저트가 끝날 때까지 전시회 소책자에 관한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작품 「D=(1/㏐)²_Earth of the Future」와 작품 「156개월, 13개월, 3개월 된 오렌지」에 관하여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매우 흥미롭고 때론 위태로웠던 그들의 대화를 여기에 남기지 못한 것이다. 대다수의 무명작가가 그러하듯, 소책자를 만든 작가의 재정 상태도 심각하였으므로 더 이상 페이지를 늘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포르트다Fort_Da는 '없다. 있다'라는 뜻이다. ■ 안수영
Vol.20130814a | 안수영展 / AANSUYOUNG / 安壽永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