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전시는 2013년 '사진공간 배다리'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주최한 '문학과 사진' 작품 공모에서 선정된 수상자의 작품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가비 GALLERY GABI 서울 종로구 화동 127-3번지 2층 Tel. +82.2.735.1036 www.gallerygabi.com
사진공간 배다리 '문학과 사진' 작가 공모 심사평 ● 문자예술인 문학과 시각예술인 회화나 사진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회화의 경우 그것은 시화전이란 형식으로 이미 일반화되어 왔고 사진의 경우도 접목의 내용과 형식면에서 회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 그러나 그간의 작업은 대체로 해당 문학 작품의 분위기나 주제를 충실히 옮겨내는데 주안점을 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추상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작업은 서로 다른 작동방식을 갖는 문학과 사진이라는 두 예술 모두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새로운 통섭으로서의 작품 생산으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 텍스트의 충실한 시각적(사진적) 해석 및 재현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한 단계 뛰어넘어 새로운 은유를 창조하는 작가의 감수성과 창의성이 없다면 이러한 접목 작업에 있어 사진과 사진 예술가는 문학의 보조적 역할밖에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지점이 서로 다른 두 예술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의 감동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진, 그리고 사진의 말하지 않은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사진에서의 감동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문학, 이러한 새로운 통섭으서의 창작물을 기대하면서 8분의 작가분들과 그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응모 작품 모두는 사진미학적 측면에서 보면 모두 일정한 수준에 올라있는 수작들이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러나 나는 일단 본 응모의 주제가 '문학'과 '사진'이었음을 염두에 두고 심사에 임했음을 밝혀둔다. ● 이은의 작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의 여백'을 텍스트로 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그의 작품에는 많은 여백이 존재한다. 일상에서 항용 마주치는 사소한 사물들과 그것이 공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분위기에 주목한다. 그런 점에서 이은의 작품은 '어깨에 힘들어가지 않은 편안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여백은 단순한 편안함에 머물지 않고, 아련한 그리움을 환기한다. 그것은 일상의 구체성과 상상의 절묘한 긴장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 문계봉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의 여백』은 이국에서 한 고독한 작가의 살아가는 소소한 것에 대한 애정의 산물이다. 외국에서의 생활상을 좀 더 여유로운 느낌과 홀가분한 기분으로 즐기며 써내려간 글을 통해 하루키의 내면을 나타낸다. 하루키식 세상 읽기에 관한 책이라 볼 수 있다. ● '레종 데트르'즉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는 작가 하루키의 "모든 사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 두기" 의 일상버전이다. '작가 하루키' 이전의 '인간 하루키'의 면모를 솔직하게 드러낸 《일상의 여백》은 이방인으로서 존재하며 자신의 일상을 즐길 줄 아는 행복을 창조하는 근본적인 힘들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일상의 여백』에서는 하루키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떠올렸다. 맑은 날 혼자 먹는 점심식탁에서 에피소드가 담긴 몇몇 사물을 응시하며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을 떠올리며 느꼈던 순간의 감정과 시간이 정지한 듯 한 사소한 순간들을 사진에 담았다. 순간포착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정지된 순간들이다. 몇 분쯤 흘렀다고 해도 무리 없는 시간들이다. 이렇게 채워지는 일상의 여백들은 아주 단순한 일상의 흔적이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복잡하다. ● 이 시기의 나는 자꾸만 멈춰 한 곳을 바라보며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윗집에서 널어놓은 이불 끝, 거울에 비치는 방의 모서리, 냉장고 뒤에서 튀어나온 전선- 끝없이 무언가 되뇌였다. 그때의 나는 이 사물들에 무언가 투영하기도 했고 그와 상관없는 순간의 대상들을 떠올려 생각에 잠기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식의 세상 바라보기는 보통의 시선으로는 꽤나 공상에 빠져 한량없어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시선들 외에 하루키와 같이 삶의 여백을 읽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보며 나와 또 다른 자신만의 순간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이은
Vol.20130808a | 이은展 / LEEEUN / 李垠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