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801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옵시스 아트 OPSIS ART 서울 종로구 소격동 36번지 Tel. +82.2.735.1139 www.opsisart.co.kr
한국 영화 「넘버 3」에 보면 51%와 49%에 대한 주인공들의 의미심장한 대화가 나온다. 자신을 몇 퍼센트나 믿느냐는 여자 배우의 질문에 남자 주인공은 51퍼센트라고 대답한다. 그 숫자에 적잖이 실망한 여자에게 남자는 말한다. 그래도 50 퍼센트는 넘지 않냐고. 자신이 51페센트 믿는다는 건 100퍼센트 믿는다는 것이고, 49퍼센트 믿는다는 건 하나도 안 믿는다는 얘기라고... 51은 반을 조금 넘긴 숫자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이미 반을 넘어 100을 향해가는 숫자로 볼 수도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이 숫자에 대해 기획글 서두에서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51%』에 기획 의도와 전시의 성격이 상당수 들어있기 때문이다. ● 이 전시는 옵시스아트에서 1년에 두 차례 정도 마련하는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전시로, 미술 작가로서 발을 떼고 100%를 향해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젊다는 기준을 물리적인 나이에 국한하지는 않았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이번 전시 중 1부에서는 60세를 넘은 나이에 순수 예술의 길에 들어선 작가도 있고, 대부분 서른 살을 가뿐하게 넘긴 작가들이 참여한다. 그야말로 나이나 경력 등에 상관없이 좋은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이는 신진 작가들을 조명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특히 아직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갓 졸업하여 전시에 거의 참여해보지 않은 신인들 위주로 진행되는 2부와 달리, 1부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자신을 조금씩 선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위주로 전시가 이루어진다. 구나, 이지송, 이현민, 최성임, 네 명이 1부를 장식할 작가들이다. ● 구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나 사진 또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관해 온 인쇄물이나 이미지 등이 작가의 감정선이나 과거의 기억과 딱 마주칠 때, 혹은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공간이나 냄새 등이 자신의 어떤 기억을 끌어낼 때, 그것들을 그리거나 그 오브제를 이용해 설치 작업을 한다. 이목구비가 분명하지 않은 인물들, 칠하다 만 듯한 색 등 때문에 미완성인 듯 보이기도 하는 그의 작품은, 오히려 분명하지 않음으로 인해 보는 사람이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또 완벽하지 않은 데서 유발되는 불안함은 작가의 불안한 마음 상태를 여실히 드러내며, 작가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동기가 된다.
한국 광고계의 대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지송은, 순수미술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하고 30년 간 몸 담았던 광고계를 떠나 신진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를 여행하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 작업을 하는데,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우연히 눈에 포착된 이미지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아내고자 했다. 때로는 한 순간에 흘러가버리는 찰나를, 너무 사소하여 사람들의 눈이 전혀 머물지 않는 자연의 한 귀퉁이를 영상에 잡아보려 했고, 때로는 한 공간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장면들을 한 화면에 담기도 했다. 이런 작품의 과정에서 인생이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그의 눈으로 포착한 영상이 보는 이들에게도 어떤 울림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최근에는 움직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이를 공부해 작품에 반영해보려고 한다.
이현민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며 취미로 미술을 해 보기도 했으나, 결국 미술대학에 다시 진학했고, 치열한 작가의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길을 오가거나, 작업실에 앉아 있거나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들에서 갑자기 느껴지는 것들, 플래시처럼 반짝하는 인상적인 순간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때로는 작가 자신이 현실에서 하는 질문들이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는 종종 하나의 전시를 기획하는 마음으로 주제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한도'(추운 시절의 그림)라는 범주 안에서 그려낸 것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계절적인 추위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추운 상태를 포함시켰다. 추위라는 것은 견뎌내기 어려운 감각이지만 오히려 추울수록 자신의 감성에 집중하게 되고, 많은 것들을 감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성임은 대학원 졸업 후 오랜 시간을 침묵하다 2011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최근 몇 년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 침묵했던 시간 속에서 예술가의 태도, 예술 행위에 대해 스스로 질문할 수 있었고, 그 시간 동안 마주했던 삶과 예술에 대한 모순은 그가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드로잉, 설치, 사진, 글쓰기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고 있는데, 특히 지금까지 진행했던 「작은 텃밭」, 「황금이불」, 「missing home」 등의 설치 작품에서는 매번 재료는 다르지만 지속적으로 삶의 양면성이나 모순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예술이 죽어있는 재료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듯, 우리들의 실제 삶이 그러하듯 말이다.
이미 50%를 넘어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이 네 명의 젊은 작가들에게는 때로는 기쁨과 흥분의 시간들을, 때로는 인내 혹은 고뇌의 시간들을 걸어가며 남은 49%를 채워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어쨌든 이번 전시가 자신을 점검하고, 다음 한 걸음을 떼는 디딤돌과 같은 장이 되었으면 한다. ■ 장유정
Vol.20130805c | 51% - Part 1-구나_이지송_이현민_최성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