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25-13번지 Tel. 070.7723.0584 www.space15th.blogspot.kr
요즘의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돌아간다. 넘쳐나는 재화들, 과잉의 이미지들, 1분 1초가 아깝다는 듯이 빠르게 빠르게 걸어가는 사람들. 우리들은 이렇게 바쁘게 삶을 살아간다. 일상의 삶을 짚어 볼 여유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의 삶에는 크고 작은 여러 사건들이 존재하고 그런 사건들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틈이 생겨나고 예상치 못했던 순간들이 생긴다. 나는 이런 일상의 예기치 못한 비일상적이고 이질적인 순간의 경험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상 속의 이런 경험들은 비현실적이며 비이성적인 특성을 띠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한순간에 낯설게 만들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오게 하는데 이는 곧 일상의 판타지를 창조해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의외의 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바쁜 삶의 연속에서 멈추어 주변을,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사색의 여유를 가지게 한다. 그러나 이런 경험들은 누구나가 겪는 것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음미하기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너무도 바쁘다. 현대인들은 복잡한 도시 공간에서 이성과 논리의 자세로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그런 바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상에 대한 발견을 하기란 힘들다. 그러다보니 개인들이 느끼는 일상에서의 여러 문제들, 불안, 슬픔, 상실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들을 긍정적으로 소화해내기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그것들은 개인들을 더 소외시키고 그들을 각자의 이상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며 사람들의 삶의 여유는 점점 메말라가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일상의 사물과 풍경의 모습들에서 사람들이 비일상적인 감성을 마주하기를 바랐다. 재현과 변형이라는 방법으로 일상의 풍경을 제시해서 이 이미지들이 어떻게 다른 의미를 유발하며 관람자에게 일상적이지 않은 다른 가능성의 사유들을 부여하는지를 알아보려 하였다. 작가의 '눈'을 통해 번안된 일상풍경의 모습들이 관람자들을 통해서 다시 번안되어 어떤 새로운 일상의 풍경을 만들어낼까.
나는 관람자들이 전시장에 제시된 작업들과 마주하는 동안에 시각적 경험과 함께 그들만의 새로운 일상의 풍경을 발견하고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짧은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그런 일상의 여유를 통해서 그들이 향유하고자 하는 이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비일상적 순간과 경험에 흥미를 느끼면서 작업을 통해 비일상적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판타지의 세계를 구현해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판타지를 단순히 시각화하여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본인 역시 작업을 하는 행위를 통해서 그림이라는 비일상적인 공간과 조우함으로써 또 다른 판타지를 경험하게 되고 일상의 쉼표를 가지게 된다. 작업과 마주하는 순간의 행위들은 또한 본인의 유토피아적 이상에 다가갈 수 있게 해주며 이 자체가 일상의 비일상적 순간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고 있는 일상은 무심코 지나치지만 우리의 하루하루가 축적된 삶으로 존재한다. 이렇듯 일상의 모습들에 대한 재인식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조금이나마 색다르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일상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 김선지
Vol.20130804a | 김선지展 / KIMSUNJI / 金宣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