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展 / PARKBYUNGCHUL / 朴炳澈 / painting   2013_0801 ▶ 2013_0807

박병철_연기로 그리다_연기(煙氣), stainless steel mesh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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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80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미술관 WOLJEON MUSEUM OF ART HANBYE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35-1번지) Tel. +82.2.732.3777 www.iwoljeon.org

그려져 있지 않은 존재와 그 사물의 흔적들 ● 메를로 퐁티(Merleau Ponty, Maurice)는 "사물은 사유되는 것이 아니다... 사물들은 포괄적인 상호 감각 능력으로서의 신체 주체가 그것들을 대상으로 파악했을 때 실재적인 것이 된다. "즉 인간은 사물들 사이에 존재함으로써 세계를 얻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병철의 '연기(煙氣)'그림은 이처럼 정작 그 그림 속에는 그려져 있지 않은 존재와 그 사물의 흔적들을 연기로 그림의 표면 위로 불러들인다. 이는 마치 하이데거(Heidegger, Martin)의 전언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예술작품 가운데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예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작품의 사물적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우리는 사물이 무엇인가를 충분하고도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예술작품이 일차적으로 사물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다른 어떤 요소가 곁들여 있다든가, 혹은 예술작품은 사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기에 결코 사물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든가 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철_연기로 그리다_연기(煙氣), stainless steel mesh_2013
박병철_연기로 그리다_연기(煙氣), stainless steel mesh_2013

박병철의 작품 '연기(煙氣)'는 자신을 태움으로서 보여주는 이미지를 연기로 그리고 있다. 작가가 최근 시도하고 있는 불상 이미지의 중첩은 묘한 형태적 흔들림과 같은 일루전(illusion)을 만들며 몽환적 분위기를 선사한다. 중첩된 이미지는 그가 추구하고자 한 것이 순수조형의 세계가 아닌 초월과 구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적 관점으로 보면 부처의 세계는 절대적 권위를 지니고 있는 신의 세계가 아니다. 불상은 인류의 역사가 알고 있는 모든 불교의 가르침들, 신도들의 경건한 기도, 민족의 전통과 민중의 생명이 응집되어 있는 상징물이다. 그 모든 것들의 아우라(aura) 그 자체이다. ● "연기를 보는 자는 법(法:진리)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고 한 말이나, 연기를 보는 자는 불(佛)을 본다고 설(說)한 것과 같이 연기는 법과 동일한 것"으로 일종의 연기(緣起)설을 작가는 불교적 도상과 연기(煙氣)로서 형상을 일원화 시킨다. 문제는 부처의 깨우침의 표정을 연기(煙氣)속에 종속시키는 작가의 선택이다. 이는 고도의 정신성이 더욱 내면화되는 물질성에 강하게 암시한다. 그리고 작가에게 있어서 하나의 작품은 관찰되거나 비교되거나 서로 분석되고 사색되어져야 하는 많은 것들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는 최근 작품들은 차갑고 익명적인 느낌을 주며, 현존성(presence)이 나 구체적인 존재성(thereness)에 의존하는 기본적인 형태들을 사용함으로서 작품 이면에는 삶에 동전의 양면처럼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작품들은 시공을 초월해서 제작되고 있는 일련의 최근 작품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박병철_연기로 그리다_연기(煙氣), stainless steel mesh_2013
박병철_연기로 그리다_연기(煙氣), stainless steel mesh_2013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이내 불상의 고요한 울림이 가슴깊이 파고들어 퍼진다. 그 울림에는 헤아릴 수 없는 생성과 시간, 변화가 담겨있다. 무한히 다양한 존재들이 얽힌 울림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과연 구별될 내가 있는가. 나를 버릴 때 내가 아님으로 태어난다. 불상과 불상의 울림 속에 주관적 염원이 아닌 이타적 목적의 깨달음을 구한다. 비로소 존재는 연기(煙氣)속 불상과 염원에 녹아든다." 이처럼 박병철이 그려내는 연기(煙氣)의 세계는 순수정신의 구체화이다. 박병철은 존재적인 사물적 이미지들을 연기로 형상화한다. 기억의 심층 속에 존재하는 강렬한 자기정체성으로서의 형상들은 연기의 견고한 기둥 속에 숨겨지기도 하며, 연기가 또 하나의 공간이 되어 그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 '초감각적인 것'과 교감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다름 아닌'순간' '지금'같은 시간적 계기이며,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순간적으로 빛남 혹은 스쳐 지나감"같은 형상적 표현을 통해 그러한 시간적 계기를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유사성의 지각으로서의 작품은 다름 아닌 해석자가 서 있는'지금'이라는 현재의 시간 의식과 연관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그와 같은"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의 인식 가능성"이 작동될 때 모든 형상은 단순한 형상으로 머물지 않고'읽혀지는 형상' 혹은'변증법적 형상'으로서의 작품의 특성을 갖게 된다.

박병철_연기로 그리다_연기(煙氣), stainless steel mesh_2013
박병철_연기로 그리다_연기(煙氣), stainless steel mesh_2013

박병철의 작업은 시간과 공간, 순간과 영원과 같은 상대적인 가치의 대비와 순환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거나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윽한 관조의 시각으로 조망함으로써 그 진폭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그의 작업은'육안에 의한 객관의 눈'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극한'지혜의 눈'으로 읽어 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부처의 깨달음은 아니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색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박병철의 이번 전시가 그 모색의 통로가 되길 바란다. (2013. 7.12) ■ 김인철

Vol.20130802c | 박병철展 / PARKBYUNGCHUL / 朴炳澈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