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717_수요일_06:00pm
총괄기획 / ReaLee
행궁갤러리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붙잡아 둘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과 함께 많은 것이 흘러간다. 흘러간 것은 모습을 바꾸기도 하고 없어져 버리기도 하며 또 어떤 때에는 새로운 발아의 양분이 되기도 한다. 흘러가버리는 것을 아쉬워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붙잡아 둘 수 없는 그것들을 한줌이라도 붙잡아두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은 오늘도 그칠 줄을 모른다. ● RollingStones 2013의 결성 목적은 무심코 흘러가버리는 것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이다. '무심코'와 '인지' 사이에 들어갈 '무엇을' 선택하는 일은 기획자와 작가 모두 각자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의 방식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한 명의 기획자와 세 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팀으로서 순수하게 그리운 것을 찾아 자신들의 손으로 붙잡아 두기 위한 회의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그리움의 이유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별이 아니더라도 더 이상 만남을 지속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거듭되는 회의를 통하여 작가들은 그들에게 그리운 공간을 전시장 안으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작가들에게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시장이 선정되었다. 인터넷 쇼핑과 백화점에 익숙해진 요즘 세대들에게 어쩌면 시장이란 만나보지도 못하고 이별을 맞이한 과거의 공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이며 알지 못했던 호기심의 대상이기도한 시장이라는 공간의 인지와 집중은 팀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연과 어울어져 밀도를 더해갔다. ● 시장의 바깥에서 작가들이 훔쳐보는(peeping)시장과 그들이 직접 발로 뛰며 마주한 시장은 상이했다. 시장을 '어떻게' 전시장 안으로 옮겨올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 논의는 작가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정보와 느낌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어디서 전해들은 것이 아닌 그들이 직접 보고 마주한 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시간들과 그 시간들을 지탱하는 사연들이 모이고 흩어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한 끊임없는 작용의 현장에서 작가들은 상자를 보았다. 거래와 교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품안에 무언가를 잠시 붙잡아 두는 것이 상자가 가진 시장적 기능이다. 또한 상자에는 물건뿐만이 아니라 사고파는 사람간의 시간과 사연 또한 배어있다. 상자는 트럭에 실려 대량으로 시장 안으로 유입되기도 하고 할머니, 어쩌면 우리의 할머니일 수도 있는 그녀들의 머리에서 내려와 또 다른 누군가의 어머니에게로 흘러가기도 한다. 상인들과 어울리고 그러한 과정들을 마주하며 작가들이 본 것은 끊임없는 순환과 생성의 작용이었다. ● 거미줄처럼 엮인 아케이드 밑에서 하나의 사연은 상자에 담겨 골목을 도는 순간 또 다른 사연으로 모습을 바꾸고 그 사연들은 또 다른 시간을 발아시키는 양분이 되었으며 일부는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다시 작가들에게 돌아왔다. 흘러가버리는 것을 되돌리거나 붙잡아 둘 수는 없다. 그러나 작가들은 시장이라는 무심코 지나쳐왔던 장소의 사연들을 전시장 안으로 불러들임으로서 사회라는 공간 속에서 정맥으로 기능하고 있던 시장의 의미를 되살리고 잊고 있었던 정겨운 것을 다시금 떠올려 보고자 하는 것이다. * 프로젝트의 진행기간 동안 자문을 맡아주신 경기대학교 안필연 천의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 ReaLee(이주희)
Vol.20130717i | Rolling Stones 2013-한진연_김아라_고우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