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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7:00pm / 둘째주 화요일 휴관
갤러리 아래아 GALLERY AREA 서울 광진구 광장동 121번지 유진스웰 B101호 Tel. +82.2.457.1012 www.galleryarea.co.kr
이전 전시 『She is Who She is』와 『Paradise Lost』에서 물속에서 이미지를 인공적으로 연출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전 작업들이 실내의 수족관에서 의도적으로 '갇힌' 물을 보여주었다면, 『바당, 결』에서 작가는 자연 바다라는 '열린' 물의 공간을 새로이 발견한 것이다. 제주 출신인 작가는 유년 시절 바다에 얽힌 자신의 기억과 고향이 주는 느낌을 바다가 가진 다양한 얼굴에 담아 렌즈로 포착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 작가는 바다를 보는 관점을 새롭게 전환시키고, 물결의 흐름을 세세히 잡아내어 바다의 다채로운 색을 보여준다. 사진이라기보다는, 회화를 연상시키는 김미경의 작품들에는 현재와 공존하는 기억의 서사들과 바다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관념이 유기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김미경의 작업들은 보는 이에게 바다가 주는 평온과 고요를 느끼게 한다. 지친 일상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제주 바다가 주는 한 모금의 휴식과 평온을 선사할 것이다. ■
섬 아이들은 바다에서 나고 자란다. 내 어린 시절은 바다가 내쉬는 숨결로 가득했다. 바다 냄새가 온몸을 채웠다. 해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나는 결코 해녀가 될 수 없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나는 물을 피해 안전한 내 온실로 달아났다. 물이 두려웠다. 바다에 빠져 죽을 뻔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늘 내 발목을 붙잡았다. 호흡이 가빠오고 온 세상이 시퍼렇게 나를 짓눌러가던 순간, 내가 보았던 바다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엇'이었다. 그 뒤로 나는 절대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다에서 도망칠수록, 나는 도리어 바다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랑과 증오는 같은 뿌리를 갖는다고 했던가. 바다에 대한 내 감정을 애증이라 표현하기는 어렵다. 바다는 내가 감히 좋아하고 미워한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애증과 마찬가지로, 상반되는 감정들이 같은 대상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두려움과 설레임, 무한한 동경과 알 수 없는 거부감, 바다를 떠올리면 나는 매번 양가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조차도 바다 앞에 서면 사라졌다. 바다 그 자체가 언제나 나를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는 일은 한없이 좋았다. 그럴 때면 가슴이 뛰었다. 그 순간만은 바다와 나, 단 둘이 은밀히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작업 과정에서 나는 예전처럼 바다와 조용히 나누던 대화의 순간들을 맛볼 수 있었다. 『바당, 결』의 작업은 내가 어릴 적 보았던, 그리고 내 안에 공존하는 기억의 바다를 끌어내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사진을 시작한 순간부터, 또는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훨씬 이전부터 내가 태어나고 자란 그 공간을 내 몸은 예감하고 있었다. 때가 되면 바다로 돌아가겠다고. 그 '때'는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왔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바다의 얼굴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기억과 느낌을 찾아 셔터를 누르기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눈을 감아도 보였다. 오딧세우스를 유혹했던 세이렌처럼, 물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은 사라지고 오로지 물빛과 물결만 남는다. 소리도, 시간도, 나 자신도 전부 지워졌다. 물결은 바다가 전하는 메시지이며, 기억의 흔적이다. 작업과정에서 나는 우선 물결에 착안했다. 그 날 물결의 흐름에 따라 작업도 달라졌다. 그 뿐만 아니라 수면 아래 감춰진 모래, 돌, 해초의 움직임까지 고려하여 바다를 담아내고자 했다. 희미한 흔적으로 보이는 바다 속의 형태와 색감을 잡아 낼 수 있어야 바다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 렌즈에 담은 얼굴들은 모두 제주도의 바다에서 나왔다. 때로는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어머니와 같다가도 불현듯 침묵을 지키고,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으로 보는 이를 매료시키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는 바다. 그 낯선 풍경들 속에서도 나는 낯익은 바다의 모습을 본다. ■ 김미경
Vol.20130716h | 김미경展 / KIMMIKYUNG / 金美庚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