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704_목요일_06:00pm
기획 / 김성원
관람시간 / 09:00am06:00pm / 토_10:00am~04:00pm / 일요일 휴관
주한독일문화원 Goethe Institut 서울 용산구 소월로 132 Tel. +82.2.2021.2800
트로프 프로젝트 II-이미지의 침묵 ● 지난 3월 독일문화원 재 개관을 기념하며 새롭게 시작했던 트로프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 초대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공동작업을 해 온 최승훈과 박선민이다. 2000년대초에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 한 후 지금까지 이 두 작가는 신문 헤드라인을 이용한 시 연작, 라이팅 작업, 출판 등 실험적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들의 공동작업은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적 요소들의 절묘한 결합을 시도하며 언어와 물질 사이의 간극을 가시화하고 그 경계를 탐구하는데 있다. 이들은 언어와 물질 사이에 존재하는 비언어적, 비물질적인 공간을 가시화하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상상력이라는 창의적인 정신작용이 작동 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제안한다.
최승훈+박선민의 '코드'작업의 핵심은 식물이라는 생명체를 암호화해서 새로운 알파벳을 만드는 것이다. 이 식물문자작업은 실제 식물이 코드화되는 과정을 보여 주며, 암호화된 식물들의 의미는 매 번 새로운 컨텍스트에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며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2000년대 초반에 처음 시작된 이 코드 작업은 그 동안 다양한 전시들을 거치며 편지 혹은 시들로 재탄생 되었고, 이번 독일문화원 프로젝트가 여섯 번째 코드작업이다. '코드' 작업은 최승훈+박선민이 식물학명으로 수집한 26개의 식물들과 함께 시작된다. 이들은 식물들에서 그 학명의 첫 글자를 알파벳으로 명명하고, 알파벳이 되는 식물의 실루엣과 배경을 흑백으로 촬영한 뒤 활자사이즈로 축소시킨다. 이렇게 탄생된 식물 알파벳은 이들에게 일종의 코드로 작동하며, 이들은 이 코드를 사용해서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일반적으로 전시공간에는 식물 알파벳에 사용된 실제 식물들의 설치와 이것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 가족사진처럼 찍은 사진 한 점 그리고 지인들에게 보냈던 편지들이 전시된다.
식물을 암호화하고 그 암호로 지인에게 편지를 쓰는 행위는 물론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들의 식물암호 편지는 우리의 소통욕구를 자극한다. 즉,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또는 소통된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소통을 의식하거나 소통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최승훈+박선민은 언제나 전시 컨텍스트와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하며 탄력적이고 유연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도 이들은 트로프의 개별적 형태보다는 독일문화원 공간 도처에 존재하는 17개의 트로프들의 불연속적 나열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건물을 이동 하면서 예기치 못하게 만나게 되는 트로프들의 불연속적 나열 구조는 이들에게 일종의 '미로'처럼 다가왔으며, 이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자유로운 하지만 불규칙적 동선들을 만들어 낸다는 점을 흥미롭게 생각했다. 이 두 작가는 이러한 불규칙적 구조에 일련의 연속성을 구성할 수 있는 내러 티브를 상상해 보았고, 이것은 하나의 문장이기는 하나 미로를 거니는 것처럼 예기치 못한 만남들을 통해서 그 의미가 생성될 수 있는 이들의 '코드' 작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들은 이 '미로'를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묘책으로서 자신들이 만든 식물암호들로 17개의 트로프에 텍스트를 쓰기로 했다. 식물암호로 표기된 이 텍스트는 독일신문의 헤드라인에서 발췌한 단어들로 구성된 시로서, 「이미지의 침묵」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17개의 트로프 안에 설치된 오브제들은 식물 사진을 확대, 커팅해서 둘둘 말아 놓은 식물조각들이며 동시에 이 조각들은 독일어로 '이미지의 침묵'이라는 문장을 구성하고 있다. 독일어로 이미지의 침묵 Das Schweigen der Bilder은 모두 21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들은 이 21개의 알파벳을 식물조각으로 전환하여 17개의 트로프에 설치했다. 그리고 식물 알파벳 구성에 사용된 식물들의 가족사진 한 점과 이 암호들로 쓴 시들이 인쇄된 포스터들이 전시된다. 최승훈+박선민의 '소리 없는 식물들이 글자가 되고 시가 되고 또 어떤 추상적인 이미지들로 자라나는 작업'은 관객들에게 트로프들 안에 설치된 식물조각들의 '암호'를 해독하며 언어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상상력의 풍요로운 세계를 제안한다. ■ 김성원
Vol.20130713c | 최승훈+박선민展 / CHOISUNGHUN+PARKSUNMIN / 崔昇勳+朴善敏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