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

유화수展 / YOOHWASOO / 兪和秀 / installation   2013_0708 ▶ 2013_0724 / 일요일 휴관

유화수_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set 1)_합판, 각목, 시트지. 몰딩, 장판, 조명_244×488×122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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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708_월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K_서울 SPACE K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0-7번지 3층 Tel. +82.2.3496.7595 www.spacek.co.kr

코오롱그룹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서울에서 7월 8일부터 24일까지 유화수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동국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유화수는 세 번의 개인전을 거치며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해오고 있는 신진 작가이다. 그는 '노동'이라는 개념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관찰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 소외의 단면을 작품화해 왔다. 지금까지 천착해온 노동과 인간이라는 주제를 변함없이 이어갈 이번 전시에는 방송 드라마 세트를 프로세스 아트(process art)의 형식으로 새롭게 발전시킨 프로젝트 '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를 발표한다.

유화수_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set 2)_합판, 각목, 시트지. 몰딩, 장판, 조명_244×600×122cm_2013

유화수는 노동의 주체와 객체 사이의 간극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후기산업사회의 생산 환경에 지속적으로 주목해왔다. 합리와 효율이라는 절대 가치 아래 개인의 노동은 희생되고 집단의 노동이 주를 이루는 오늘의 생산 방식은 노동자와 그가 일궈낸 결과물 사이의 관계를 느슨하게, 아니 거의 무관하게 만들어왔다. 생산을 위한 일개 비용으로 치부되는 노동의 서글픈 교환가치에 대해 그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의 날을 들이대기 앞서 순수 노동 자체에 애정 어린 시선을 부여함으로써 노동의 회복과 치유를 제안한다.

유화수_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set 1)_합판, 각목, 시트지. 몰딩, 장판, 조명_244×600×122cm_2013_부분
유화수_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set 1)_합판, 각목, 시트지. 몰딩, 장판, 조명_244×600×122cm_2013_부분

그 회복과 치유를 위해 유화수가 이번 전시에 선택한 방식은 방송용 드라마 세트장을 전시장에 옮기는 설치 퍼포먼스이다. 그는 드라마 세트 설치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제작 형식을 직접 재현하여 '방향성을 잃은 노동'을 시각화한다. 협찬 받은 소품으로 가득 찬 드라마 속 공간은 각종 도색재로 포장되어 현실과 흡사해 보이지만, 그럴싸한 내부와 대조적으로 그 후면은 얇은 목재 합판과 각목으로 가까스로 지탱될 뿐인 한시적 구조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록 일회성 구조물일지언정 이에 요구되는 노동의 신속 정확함은 어디에 비할 수 없다. 이처럼 현장에서 빛을 발하는 노동의 탁월함은 드라마 종영 후 흔적도 없이 철거되는 노동의 무효화 행태와 씁쓸한 모순을 이룬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는 노동의 소외를 발견한다.

유화수_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내추럴)_폼보드, 철망, 자갈, 인조잔디_90×50×50cm_2013
유화수_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유로피안)_시멘트, 엔틱벽돌, 시트지, 원목장판_90×50×50cm_2013

이번 전시는 하나의 완결된 인스톨레이션 작업으로 드라마 세트장을 재현하기보다는 그 제작과 설치, 해체와 철거에 이르는 연출 공정을 작가와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철거된 바로 그 자리에 모든 과정을 기록한 영상을 상영하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마치 개구리와 같은 주기가 짧은 생물을 통해 동물의 한살이를 파악하기 쉬운 것처럼, 지극히 제한된 시간 내에 생성과 소멸을 다하는 드라마 세트장은 호흡이 긴 보통의 건설 현장에서는 쉽지 않을, 이른바 '노동의 한살이'를 관람객들에게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략이 돋보인다.

유화수_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_1ch dvd_00:03:30_가변크기_2013

관찰에 그쳤던 이전의 개인전에서 일보 적극성을 띤 이번 프로젝트에서 유화수는 소비된 노동이 무효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급여라는 노동의 교환가치 이상의 무언가가 필시 존재하지 않느냐 반문한다. 그는 눈속임의 예술인 드라마 무대에 노동의 흔적이 말끔히 은폐되는 실태를 들추어내면서도, 이 같은 은폐가 이른바 '업자'로 치부되는 여러 전문가들의 숙련된 노동의 결과물이라는 아이러니를 동시에 보여준다. 바로 이 전시의 제목 '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는 제한된 시간과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그들의 노동에 수식되는 부사 표현이다. 이는 작가 유화수가 무명씨(無名氏) 그들에게 바치는 최대한의 헌사이자 노동에 대한 경의(homage)이다. ■ 스페이스K

Vol.20130709g | 유화수展 / YOOHWASOO / 兪和秀 / 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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