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기억하는 방법

정희우展 / JEONGHEEWOO / 鄭希宇 / painting   2013_0626 ▶ 2013_0728

정희우_구 도하부대 목욕탕 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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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우 홈페이지_www.jeongheewoo.com

초대일시 / 2013_0628_금요일_06:00pm

Artists talk / 2013_0710_수요일_07:00pm 예약제로 진행하며 참가비 무료 문의[email protected] 070.4379.2359

후원 / 서울 53호텔 기획 / A*Lab

관람시간 / 11:00am~08:00pm

아트스페이스 53 ART SPACE 53 서울 종로구 익선동 53번지 서울 53 호텔 1층 Tel. +82.2.763.3833 seoulartlab.blog.me

도시(서울)를 주제로 기획되는 여섯 번째 전시인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 은 지금까지 도시의 겉과 속을 충실히 기록하고 재현해 온 작가 정희우의 이야기이다. 정희우는 단순히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것을 넘어,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도시를 기록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그것은 작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도시의 외관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도시를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흐름은 그의 지속적인 관심거리였다. 특히 강남의 도시개발사와 함께 성장해 온 작가에게 강남은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곳이였기에 작품의 소재로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급속한 압축 성장을 한 탓에 역사의 지층이 얕은 강남은 작가의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동네였다. 특히 지난 4년 간(2008 – 2011년) 작업의 대상이 되었던 '강남대로'는 포촘킨 파사드(18세기 후반 그레고리 포촘킨이 크림반도 순방길에 오른 러시아 제국의 예카테리나대제의 눈을 속이기 위해 만들었던 가짜 건축물의 입면.) 처럼 전면에서만 그럴듯해 보이는 곳이었다. 고층빌딩으로 번쩍거리는 도로의 전면과, 낮고 오래된 상가와 유흥업소가 자리한 이면의 분위기는 너무도 달랐다. 정희우는 표피를 벗겨내듯 강남대로의 앞면만을 화면으로 옮겨왔다. 강남대로에 있는 한 건물에 작업실을 얻어 수시로 그곳을 관찰하고, 사진과 비디오로 기록하고, 구글어스, 네비게이션 등을 총동원하여 작품의 기초 자료로 삼았다. 이걸로도 메꾸어지지 않는 틈은 걸어다니며 자신의 보폭으로 직접 측량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린 덕분에 지도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남대로 풍경이 완성되었다. 사실 그것은 단순한 풍경 이상의 기록이다. 눈과 몸으로 만들어 간 작가의 발자취이자, 한편으로는 '보이는 게 전부처럼 느껴지는' 한 사회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다. 강남대로 작업이 끝나면서, 정희우는 도시의 기호들로 시선을 옮겼다. 기존에 도로를 그리며 보았던 화살표, 일방통행, 진입금지 등과 같은 커다란 기호들은 이미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터였다. 그러고 보니 도시의 바닥은 각종 기호들로 가득차 있었고,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그 기호들의 지시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도시의 바닥에서 도시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 이 기호들을 보면서 작가는 도시의 또다른 풍경을 발견했다.

정희우_신사역 사거리_장지에 먹, 채색_140×168cm×2_2011
정희우_Peeling The City-우회전_종이에 먹_520×130cm_2012
정희우_길거리 탁본

"거대한 도시가 기호에 의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그 기호들은 너무 익숙해서 내가 그것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잊고 지낸다. 도시를 돌아가게 만드는 엄청난 힘을 지닌 기호들이 이미지로, 풍경으로 스며들어 자리 잡고 있다" (정희우 작가노트)

정희우_구 도하부대 목욕탕 탁본_거울, 종이에 먹_2013_부분
정희우_구 도하부대 목욕탕 탁본
정희우_서울53호텔 지하로 탁본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강남대로를 그리면서 느낀 한계 때문인지, 이번에는 '탁본'으로 바닥의 도로 표시, 보도블럭, 맨홀뚜껑 등을 떠냈다. 요철이 있는 것은 무엇이나 있는 그대로 떠낼 수 있는 탁본은 빛으로 물체를 재현하는 사진이나 스캐너와는 또다른 차원의 도구이다. 시각뿐 아니라 촉각이 동원되는 탁본으로 사진보다 더 정확하게 대상의 모양뿐 아니라 사소한 흔적들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도시의 또다른 풍경은 이 작업을 통해 자연스레 드러났다. ● 최근에는 이 도시의 작은 한 부분이지만 그만의 특수한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탁본으로 재현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그곳은 바로 재개발로 인해 머지않아 사라질 옛 '도하부대 목욕탕'(금천아트캠프 뒷마당에 위치하고 있는 옛 도하부대 목욕탕은, 지난 1년간 가수 하림이 도하프로젝트를 진행해왔던 곳이다. 아쉽게도 미래형 친환경 생태단지 조성을 위해 금천아트캠프와 함께 철거될 예정이다. 금천구청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금천아트캠프는 도하부대가 주둔했다가 2012년 이전하면서 예술가들의 새로운 둥지이자 이 지역 주민들과의 예술 소통공간이 되고 있다.)이다. 작가는 이 공간의 사라짐을 아쉬워하며 목욕탕 벽에 흰 한지를 감싸고 먹을 찍은 솜방망이로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탁본으로 떠냈다. 이런 직접적인 접촉은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흔적과 현재를 더 생생하게 드러냈다. 이 공간에 대한 작가 개인의 기억이자, 역사의 작은 증거물인 이 탁본은 게이 바의 전력을 가진 서울53호텔 지하 공간으로 가져와 재설치되었다. 사라져 가는 공간의 재소환이기도 하고, '군부대 목욕탕'과 '게이 바'라는 독특한 역사와 흔적을 가진 두 공간의 생경한 만남이기도 하다. 이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의 여러 모습을 기록해 온 정희우의 여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간의 여정은 작가가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와 만나고, 그 공간들을 기억해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 장유정

Vol.20130630a | 정희우展 / JEONGHEEWOO / 鄭希宇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