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입

이승신展 / RHEESEUNGSHIN / 李承信 / painting   2013_0621 ▶ 2013_0702

이승신_꽃병 Flower Vas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7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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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62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7월2일_12:00pm~06:00pm

갤러리 두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2가 14-59번지 2층(문래우체국 옆) Tel. +82.10.4940.3035 cafe.naver.com/gallerydoodle

서정적인 이미지, 그 안에 가득한 가시 ● 바람이 잘 통하는 넓은 방 안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꽃병, 그 꽃병으로부터 아무렇게나 꽂힌 듯 흐드러진 꽃나무 가지들이 방의 빈 공간을 향해 뻗어있다. 창문을 지나 벽을 훑으며 번지며 들어오는 빛이 꽃나무 가지에 내려앉아 부서진다. 꽃향기는 빛을 더해 온 방안을 채운다. ● 무언가에 몰두하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내다본 창 밖. 처마 아래로 늘어져 흔들거리는 꽃나무 가지들이 한 덩어리의 빛을 잘게 쪼개고 그 빛들이 튕겨져 와 얼굴을 간지럽힌다. 눈은 반쯤 지긋이 감기고 갑자기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잠깐의 여유로움이 행복하다. ● 그러나 꽃이 피어야할 나뭇가지 마디마디에 그 대신 피어난 가시. 그 작지만 무수한 따가움이 부드럽고 눈부시고 화려해야할 풍경에 통증을 만든다. 따갑다. 아프다. 아름다워서 더 그렇다. 아름다워서...

이승신_滿開 Full Bloo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4×32cm_2012
이승신_블루 Blu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5×50cm_2013

상처, 어디로부터 오는지... ● 어느덧 불혹이다. 나에게도 맑고 티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즐거웠고 웃음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이젠 어른이 되었다. 우리는 어울려 삶을 살고 있다. 누구나 그 어울림이, 그 풍경이 아름답기를 원한다. 방 안에 흐드러진 꽃처럼, 부서져 내 눈에 들어오는 찬란한 빛처럼, 시적이고 평화롭게. 그런데 우리는 왜 아픈지, 왜 상처받는지, 그 상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 우리의 어울림 속에서는 수많은 대화들이 오간다. 살아온 삶만큼이나 우리의 말도 쏟아져 나오고 사라진다. 결국 내 안에서 곱씹으며 통증을 만들어내는 일들은 그 말들 속에 있었다. 내 마음 속에 박혀 통증을 만들어내는 가시들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었다. 그 입은 가시를 뱉어내고 내 입은 그것들을 삼킨다.

이승신_통증 Pai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2×18cm×2_2013
이승신_피에타 Piet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62×130cm_2012

말하기, 그리고 치유 ● 나의 입도 누군가에게는 뱉어내는 입이겠지. 가시를 뱉어내야겠다. 그러면 내 속에 가득히 박힌 가시들이 쏟아져 나와 통증이 가라앉을 것 같다. 그렇지만 말하지 않고 뱉어내고 싶다. 누군가 다시 삼키는 일이 없도록. 아프지 않게. (2013년 6월) ■ 이승신

Vol.20130627h | 이승신展 / RHEESEUNGSHIN / 李承信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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