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6019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니요우위 Ni Youyu_이석 Seok Lee_이용백 Lee Yongbaek 진양핑 Jin Yangping_치우안시옹 Qiu Anxiong_허수영 Heo Suyoung
기획 / 윤재갑 Yun Chea Gab
관람시간 / 09:30am~07:00pm / 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소격동 70번지) Tel. +82.720.1524~6 hakgojae.com
제 나이 서른 즈음에 네팔 친구를 따라 안나푸르나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힘들게 번 돈으로 자기 마을에서 유일하게 수세식 변기를 갖췄다는 그 친구 집에 초대받았습니다. 말이 초대지 이건 고행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해발 삼사천 미터에 있는 그 고산 마을까지 기다시피 갔습니다. 고생 끝에 도착하고 보니 몸이 불덩이입니다. 아마 고산병이었을 겁니다. 그 친구는 마을 사당 안에 저를 눕히고, 고약 같은 것을 뜨거운 양젖에 타서 먹였습니다. 기절한 듯 잘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잠결에 들리는 노래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문을 열고 보니 쏟아지는 햇살 아래 멀리 히말라야가 보이고 문지방에는 붉은 꽃이 가득했습니다. 마당에는 열 살이 채 안되어 보이는 마을 꼬마 이삼십 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목소리, 히말라야의 하얀 만년설과 문지방에 수북이 쌓인 붉은 꽃잎에 저는 할 말을 잊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집의 문들이 하나 둘 씩 열리고 온 마을에 밥 짓는 연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알고 보니 이 마을의 풍속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이른 새벽에 동네 꼬마들이 옆구리에 광주리를 끼고, 행렬을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산속으로 들어가 붉은 꽃을 따옵니다. 아이들은 마을의 모든 집들을 줄줄이 돌며 노래를 부르면서 문지방에 꽃잎을 뿌립니다.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마을 모든 구성원들의 안녕을 기원한답니다.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이 경이로운 광경을 저는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제 어설픈 글 솜씨로는 도저히 온전하게 옮기기 힘듭니다. 그 후로 저는 미술평론가나 전시기획자로 줄곧 살아왔습니다만, 고백하자면 제가 글을 쓰거나 전시를 기획하거나 작품을 고를 때마다 안나푸르나에서 본 그 경이가 가장 큰 기준이 되었습니다.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들은 제게 그때의 경이와 경탄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전시에 함께한 여섯 명의 작가들도 제게 그런 경탄을 준 작가들이고 작품들입니다. 이십 년이 넘은 오랜 친구부터 육 개월이 채 안 된 갓 사귄 작가들도 있습니다. 사람 사는 사회와 마찬가지로 미술계 역시 진성성과 속물성이 공존하는 세속적인 영역입니다. 이 세속의 삶 속에서도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은, 아주 드물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 윤재갑
Vol.20130625d |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The Moment, We Aw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