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를 잃지 맙시다 Let's Remain Courteous

염중호展 / YUMJOONGHO / 廉中熩 / photography   2013_0621 ▶ 2013_0810 / 일,공휴일 휴관

염중호_예의를 잃지 맙시다_잉크젯 프린트_110×11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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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620_목요일_06:00pm

주최 / 하이트문화재단 후원 / 하이트진로주식회사 기획 / 사무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하이트컬렉션 HITE Collection 서울 강남구 청담동 132-12번지 하이트진로주식회사 내 B1~2층 Tel. +82.2.3219.0271 hitecollection.wordpress.com

염중호 개인전 「예의를 잃지 맙시다」는 작가 염중호의 사진 작업 및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 전시이다. 프랑스와 서울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 염중호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작가는 자신의 이미지를 기록과 상상, 재현의 중간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데, 주변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들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들의 관계와 질서를 찾으려 한다. 그는 버려진 것들이나 일상적이고 어쩌면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는 존재들에 관심을 갖는다. 막힌 벽, 사라진 문, 또는 우스운 모습을 한 버려진 것들의 존재, 그것들과 주변과의 관계에 놓여진 혹은 사물들 간의 관계성과 그 당위성 등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들을 시각화 한다. 그 이미지들은 이 사회의 정치적 이슈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들여다 보면 사회가 만들어내는 이슈들을 품고 있고, 또 드러내는 은유적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는 가벼운 이미지들은 심각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보는 이들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는 특성을 지닌다.

강석호_무제_리넨에 유채_215×410cm_2013

염중호는 이미지가 다양한 시공간에서 다른 의미들로 비추어 지는 것이라 믿는다. 일상 생활에서 발견되거나 놓여진 상황을 담은 이미지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거나 연약하게 보이는 식물이 강한 생명력의 모습 등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한번에 쉽게 읽혀지지 않는 이미지들을 통해 작가는 시각적 표현만이 할 수 있는 감정들, 부조리, 건조함, 덧없음 그리고 유머를 추구한다. 그것들은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 사물들간의 질서와 리듬을 새롭게 그려낼 수 있게 해 사물들 간의 '진정한 관계'를 연상할 수 있게 한다. 전시 타이틀 「예의를 잃지 맙시다」는 미셸 우엘벡의 소설 『지도와 영토』의 주인공이 초대된 그룹전의 전시 제목에서 비롯되었다. 이 전시는 인공적인 환경에 존재하는 식물의 모습을 기록한 염중호와 그와 협업을 한 7명의 작가들의 전시이다. 인간에 의해 식물에게 주어진 조건들과 인간들이 식물을 인지하는 태도의 문제, 자연이 훼손되고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의 존재위상과 생태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듯한 작가의 시선에서 도시 풍경사진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권경환_4개의 한그림 첫번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9×54cm_2013

식물들은 인간에 의해 제시된 상황과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도시에서 생존하기 위해 도시 속의 식물은 자신의 생태 환경과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인공적인 모습으로 다듬어진다. 식물은 존재감이 덜 하고 무기력해 보이기까지 한다. 식물들이 생존을 위한 어떤 전략들을 갖고 있는지 궁금함에서 시작된 작업은 식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한다. 버려지고 죽어가는 식물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것 같은 생동감이 전해질 때도 있고, 또한 슬퍼질 때도 있다. 인간과 식물은 권력관계 등이 큰 의미 없이 쉽게 행해지고 있고 누구도 크게 개의치 않고 무심하게 지나간다. 식물의 존재방식이 인간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서 늘 피지배의 상대로만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삶에 대한 투쟁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싶다기 보다는 그저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싶어하고 식물이 처해있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환경의 독특한 모습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코멘트 한다. 결국은 식물에 대해 우리 인간이 취하는 예절에 대한 고민이다. 그는 식물들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수영_#20_종이에 유채_38.7×49.7cm_2013

산업화된 사회 특히 도시에서 식물이 처한 상황은 인간이나 가축 등이 처한 상황에 대한 비유로도 읽을 수 있다. 개인과 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위해 만들어지고 보존되는 환경과 시스템의 논리, 그리고 이 틀을 받드는 일상성, 인간의 윤리, 인간 중심적 휴머니즘은 지극히 불완전하며 특정하게 불합리한 이해관계가 우선시 되어 시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코멘트로도 읽을 수 있다. 굴레로 작용하는 상황을 운명으로 여기든 그나마 다행인 여건으로 여겨 생명을 다하든, 식물의 입장에서는 힘들게라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구절처럼, 결국 자연의 것은 자연의 것이고 인간은 오히려 그 속에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배워야 하는 존재이다. 또한 사회나 시스템 보다 영원한 것은 인간인 것이다. 작가는 이 모습들을 기록하였고, 그의 기록들을 다른 작가들과 공유하여 협업하는 형식의 작업들이 전시장에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강석호, 권경환, 김수영, 로와정, 리오넬 사바테, 박진아, 최대진 총 7명의 작가가 염중호 작가와 협업의 형태로 작업을 진행한다. 염중호 작가가 촬영한 이미지들 전체를 각 작가들에게 보내고 그들과의 서신을 통해 작업에 대한 이야기나 상상으로 소통해 왔다. 그럼으로써 작가들과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작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은 이미지의 재해석과 공간을 구성하는 전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생산한다.

로와정_어딘가의 기념품-나무_3D 설치_가변크기_2013
박진아_방 안의 식물_종이에 드로잉_32×24cm_2013

여러 작가들과의 협업이 가능한 것은, 염중호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려는 의도와 다른 의미로 해석 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다른 작가들로부터의 새로운 해석을 기대하고 협업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 또한 작업의 일부가 된다. 이번 전시는 다르게 읽혀지고 새롭게 해석되어 재 탄생하는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염중호 작가의 작업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이미지 해석 프로젝트로 추진될 것이다. 협업이 겨냥한 것은 식물들을 바라보는 염중호의 시선이나 코멘트를 향한 제3의 시선을 통해 다시 염중호의 관심을 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류와 식물이 처한 조건들에 대한 인식상의 협업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조화를 이루는 협업 감정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동시에 이것을 자유롭고 평등한 시선의 모나드로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염중호와 협업 작가들이 다루는 전체 주제는 '식물'에 대한 것이다. 강석호의 작업은 염중호의 작업을 흑백의 그림으로 그렸다. 이 작업은 강석호가 이전까지 해오던 작업과는 달리 이번 전시를 위해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염중호와의 전시 후에는 사라질 운명을 가지고 있다. 염중호의 특정 작품 이미지를 다른 매체로 발전시켜 앞선 이미지(의견)를 페이드 아웃 시켜 나간다. 김수영의 작업은 자신의 감성적 필터링을 통해 나타나는 리얼리티 상을 즉물화해보고자 한다. '대면'의 결과를 즉물화된 상 그 자체로 보려는 시도이다.

최대진_회랑을 산책하는 보행기_보행자, 메가폰, 비닐 봉투, 사운드 장치_가변크기_ 2013

그리고 로와정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생활도처에서 인간을 위해 상생하는 식물들의 성격이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조경을 위한 식물이나 분재의 형태로 만들어진 식물들 모두 뿌리와 원래의 흙을 분리시켜 다시 재구성한 형태다." 그들은 이 주제를 페이퍼 트리 공원으로 재현한다. 최대진은 "염중호의 식물사진들은 오브제로 보이기보다는 그 주위환경에 관련되고 반응하는 살아있는 유기물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식물들의 존재감을 은유적으로 해석하여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권경환은 염중호의 사진을 선택해 그것을 페인팅으로 그린다. 박진아는 드로잉을 교환하는 일종의 드로잉 그림편지 작업을 진행한다. 사진 작가인 염중호와 페인터이지만 드로잉을 하지 않는 박진아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드로잉을 교환방식을 사용하여 협업을 진행했다. 염중호는 교환의 마지막 단계에서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이 둘의 협업은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던 방식을 통한 소통의 시도이다. 리오넬은 손톱과 살 껍질을 이용하여 장미의 형태를 만든다. 자란 후 버려진 손톱을 모아 꽃의 형태를, 철조망을 연결해서 줄기를 만드는 작업이다. 리오넬은 본래 해오던 작업 중에서 염중호의 주제의식이 병존 가능한 방식을 택하였다. 소통의 가능 여부가 협업의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소통을 재현해서 염중호의 식물에 대한 코멘트를 보는 동시에 코멘트의 소통지평을 개방하자는 것이며 그래서 감응의 방식을 볼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 ■ 사무소

Vol.20130624c | 염중호展 / YUMJOONGHO / 廉中熩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