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se Regained

홍세연展 / HONGSEYOUN / 洪細淵 / painting   2013_0619 ▶ 2013_0702

홍세연_The Garden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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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61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리서울 갤러리 LEESEOUL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23-2번지 Tel. +82.2.720.0319 www.leeseoul.com

야생의 숲에 도도히 앉아 무언가를 응시하는 표범의 고요한 눈빛에서 시원(始原-paradise)을 향한 욕망을 엿본다. 그 욕망은 이글거리는 탐욕이 아니라 깊고 슬픈 그리움으로 표출된다. 밀림의 푸른 잎사귀와 줄기는 휙휙 뻗어있고 너울너울 춤추기도 한다. 부드럽고 섬세한 묘사, 거칠고 힘 있는 터치가 원시적 생명성을 드러내준다. 홍세연 작가의 작품들은 이렇듯 원초적 세계에 대한 동경과 낙원에 대한 열망을 회화로 표현한 가상세계이다.

홍세연_The Garden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13

원시성에 대한 기억은 인간 유전자에 잠재되어 있다. 야생 식물과 동물처럼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문명의 시간들은 지극히 짧은 기간이다. 문명과 기술은 사람들에게 안락함을 주지만 한편 소외와 결핍도 초래한다. 세상은 복잡하고 사람들은 너무 많다. 소통은 표피적이고 관계는 쉽게 단절된다. 절대적 사랑마저 늘 불안하다. 그러므로 원초적 생명성을 그림 그리는 홍세연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이 상실한 본연의 휴머니티를 꿈꾸는 것일 수 있다.

홍세연_The Forest_캔버스에 유채_90×90cm_2012
홍세연_The Forest_캔버스에 유채_90×90cm_2012
홍세연_The Forest_캔버스에 유채_90×90cm_2012

표범이 등장하는 작품 중에는 밀림 속 붉은 표범 무리가 배경으로 있는 것이 있다. 작가는 '후면의 표범 무리는 야생의 표범이고, 홀로 전면에 있는 표범은 동물원의 표범'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전면의 표범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는 '나는 밀림을 그리워하는 동물원의 표범이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고 해석되어 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시선의 주체와 객체, 나와 표범의 동일화가 이뤄진다. 늘 허기진 현대인의 결핍, 쉽게 끊어지는 관계성을 표범을 통해 상징한다.

홍세연_The Garden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13

그렇지만 표범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이다. 어둡고 진한 숲에서도 표피 무늬의 소파에서도 표범의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는 "나는 표범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표범의 아름답고 화려한 무늬 때문이다. 내가 표범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어떤 명품 스카프에서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스카프를 하고 외출을 하면 왠지 힘이 나고 내가 표범이 된 것처럼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야생성이 다시 살아났다" 말한다. 표범 무늬를 몸에 두르면 힘이 솟고, 야생성이 살아나는 경험을 한다는 작가는 은닉된 야생성을 기억하며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한다. 작가는 더 나아가 자연적 본성을 더 강렬히 상상하며 이를 멋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더 순수하기 때문이다.

홍세연_The Garden_캔버스에 유채_90×90cm_2013

이번 전시의 제목은 'Pardise Regained'로 정했다. 우리말로는 '다시 찾은 낙원'을 의미한다. 분석적으로 관찰하면 작가의 예술적 방법론은 이전보다는 더 휴머니티에 가까워지고 있고 그것은 작가가 예술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작업은 더 수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야생의 밀림에 스푼과 포크, 화려한 찻잔과 접시, 카멜레온 등을 그려진 또 다른 작품에서 느껴지듯이 화가가 보는 세계는 여전히 결핍되어 있다. 표범의 눈빛, 얼룩말의 몸짓, 부엉이의 표정에서 삶과 예술에 대한 이상향을 추구하는 작가의 강렬한 열망을 보게 된다. 어쩌면 그 부족함과 결핍, 그리고 그것에서 발현되는 간절한 소망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생명이고 낙원일 수도 있다. ■ 조운조

Vol.20130622c | 홍세연展 / HONGSEYOUN / 洪細淵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