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Landscape, amid surfaces

정지현展 / JEONGJIHYUN / 鄭志玹 / painting   2013_0618 ▶ 2013_0707 / 월요일 휴관

정지현_Flow_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_100×10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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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618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_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GALLERY SUN CONTEMPORA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82.2.720.5789, 5728~9 www.suncontemporary.com

정지현의 이전 작품에 등장하던 사막의 꽃이나 생명체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그 형태가 일정부분 현실의 대상들을 모방하고 있어 완벽히 낯설지 않았으며 더불어 그들의 구조적 밸런스는 시각적 편안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번 신작들을 통해 익숙한 형태와 안정적 구조를 떠난 한결 자유로워진 대상들의 모습을 선보인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름답게 피어나고 만개한 후에는 결국 시들어 간다. 작가는 이 보편적 법칙에 반발하며 그림 속 대상들의 소멸 대신 지속적인 변이를 택했다. 흐릿한 표현과 낯선 형태로 그들이 본래 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는지는 정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방향성을 띠고 뻗어나는 형태나 아찔하게 몰린 피처럼 보이는 붉은 점들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지 몰라도 관객은 이 생동감 있는 변이의 순간을 지켜봄으로써 그들의 거쳐온 역사를 상상하고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정지현_Bloom-Smearing_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 유채_145×145cm_2013
정지현_Budding_Flying_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 유채_145×112cm_2012
정지현_Amid Surfaces_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 유채_65.1×80.3cm_2013

생성의 과정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작품들은 관객들의 시야와 인식을 혼란 시킬 정도로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움과 추함,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는 대상들은 자신들이 지닌 이중성을 뿜어내며 그 본질에 대한 의문과 혼란을 촉발시킨다. 이러한 복합적 감성의 외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녀가 채택한 도구는 에어브러쉬이다. 마치 안개가 걷히면서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는 찰나를 묘사한 것처럼 정지현의 그림은 아련하다. 흐릿하고 뿌연 화면을 그려내는 이 표현방식은 대상의 질감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제공하지 않기에 존재의 모호성은 짙어지고 그에 대한 촉각적 상상까지 이끌어낸다. 즉, 정지현의 이미지는 다감각적인 자극을 유발함으로써 대상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한다.

정지현_Growing_Flying_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 유채_145×112cm_2011
정지현_Budding_Flying_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 유채_90×90cm_2013
정지현_Encounter-Bloom_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 유채_200×200cm_2012

낯선 형태와 질감, 명확하지 않은 표현, 무(無)의 배경 등 정지현의 그림이 품고 있는 부정확한 양상들은 불안정과 불완전을 대변한다. 그리고 작가는 관객에게 작품 안에 내재된 공감각을 바탕으로 이 불안한 객체의 본질을 지각하도록 권유한다. 지각은 시각, 촉각뿐 아니라 후각, 미각, 청각, 그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이뤄진다. 따라서 그녀의 객체들의 본질을 지각할 만한 특성이 꼭 시각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소금과 설탕 모두 희고 고운 결정체로 시각적 차이는 없지만 그 맛은 확연히 다르듯, 정지현의 대상들이 가시적으로는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모습일 지라도 후각적으로는 완벽한 향기로 그림 속 노니는 나비들을 유혹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직 추측일 뿐 실제로 대상을 만지거나 향기를 맡을 수 없기에 그 어떤 성질도 단정지을 수 없다. 이렇듯 작가는 작품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각들과 함께 멈춰있을 때보다 움직임으로서 더 강렬하게 나타나는 존재성, 그리고 본질에 대한 정의불가능성 에 대해 이야기한다. ■

Vol.20130618g | 정지현展 / JEONGJIHYUN / 鄭志玹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