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구_김영삼_노태우_전두환_윤보선 김대중_노무현_박정희_이승만_최규하 등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본점 12,14층 Tel. +82.2.726.4456 store.lotteshopping.com
휘호의 사전적 의미는 '붓을 휘두른다'는 뜻이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친필휘호는 단순한 글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 동아시아에서만 내려오는 지도자들의 휘호전통은 붓을 사용하는 문화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전통 중에 하나이다. 붓을 들어 필담을 나누며 살벌한 정치문제를 시와 서예, 즉 문화로 풀었던 것이다. 길게는 20여자 내외로, 짧게는 단 몇 글자로 축약된 지도자들의 휘호. 다사다난한 격변기를 거친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도자, 특히 대통령이 적어 내린 휘호를 통해 사기진작뿐 아니라 지침,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또한 지지자들을 관리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그들의 휘호는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대변하는 전시제목을 '홍익인간'이라는 김구선생이 쓴 휘호(1948년 작)에서 차용한 것은 이 단어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동시에 지금까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명제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소원 중「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1947년 -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중략)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백범 김구)
김구 주석은 비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그 태동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장(주석)이자 민족의 지도자, 큰 어른으로 이 전시에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동시에 경쟁자이기 때문에, 이승만 대통령의 휘호와 함께 김구선생의 휘호를 함께 견주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48년 9월 15일에 쓴 '홍익인간'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던, 그러기 위해 '문화의 힘'을 길러야 하며, 더 나아가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실현되는 것이라는 김구선생의 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아울러 21세기, 무력의 힘으로 남을 침략하거나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높은 문화의 힘'으로 전세계 인류의 모범이 되기를 바라는 김구 주석의 높은 뜻은 우리 민족, 더 나아가 통일한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도 좋을 듯 싶다.
이번 전시의 구성은 우선 크게 5개의 섹션으로 나누었다. 1부는 대한민국의 태동을 이루었던 두 지식인이자 사상가, 그리고 정치적 경쟁자였던 이승만대통령과 김구주석의 휘호를, 2부에서는 근대화와 민주화의 대척점에서 사상과 정치를 이끌었던 박정희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의 휘호를 역사적, 정치적 사건과 대비하여 비교하였다. 즉 1부와 2부는 정치적 지도자로써 그들이 쓴 휘호가 이념이자 목표를 제시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었으므로 당시의 시대, 정치, 사회상황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재임기간이 짧아 그 뜻을 펼치기에 안타까움이 많았던 윤보선대통령이나 최규하대통령, 군사독재정권이었으며 상대적으로 휘호가 적은 전두환대통령과 노태우대통령을 묶어 3부에서 선보인다. 문민정부의 시작을 알린 김영삼 대통령과 SNS시대답게 휘호보다는 말, 그리고 한자보다는 한글을 즐겼던 노무현대통령을 4부, 이어 5부에는 영부인 육영수여사, 이희호여사 그리고 손명순여사의 휘호가 전시되며, 아울러 선물용으로 제작되었던 시대별 휘호도자기들과 기관에 방명한 대통령의 방명록도 볼거리로 전시된다. 각 섹션에 해당하는 글은 각각 섹션 앞에 나누어 실었으므로 이 기획의 글에는 생략한다.
손이나 붓으로 글씨를 쓰던 옛날에는 필적, 위인들의 휘호가 매우 중요한 가치이자 정신의 표출법이었다. 요즘처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시대에 무슨 필적이, 글씨가, 휘호가 중요한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붓이 지나온 길은 역사의 길이 되었고, 특히 정치인들에게 휘호는 자신의 정치사상을 압축시켜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 ● 인물에 따라 휘호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도 있었고 다소 소극적인 예도 있지만,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유추해 볼 때, 자신의 신념은 그의 글에서 확인되었고, 가치를 확인시켰다. ● 이번 전시는 단순히 대통령의 글씨를 모은 것에서 머물지 않고, 그들의 삶과 사상이 '글씨'라는 수단을 통해 좁게는 그를 따르던 지지자들이나 경쟁자들에게, 넓게는 한 나라의 방향과 기조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와 환경의 변화로 일부 대통령의 경우, 그들의 정책이나 사상을 반영하는 휘호를 선택, 전시될 수 없었던 점에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 롯데갤러리 본점
Vol.20130617h | 홍익인간 1919-2013-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휘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