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죽 내 가족

강수경展 / KANGSOOKYUNG / 姜秀京 / installation   2013_0614 ▶ 2013_0622

강수경_방도를 찾지 못해 쌓아 올린 탑_쌀과 그릇_200×180cm, 가변설치_2013

초대일시 / 2013_0614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_문래예술공장

관람시간 / 12:00am~07:00pm

대안예술공간 이포 ALTERNATIVE ART SPACE IPO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 58-77번지 붉은벽돌집 1층 Tel. +82.2.2631.7731

방 안에서 자고 있던 나는 주방에서 나는 소리에 잠이 깨어 주방으로 나오게 되었다. 나와 보니, 아직 해가 뜨기 전인데도 아버지는 주방식탁 위에 스탠드를 켜고 무엇인가를 쓰고 계셨다. 깜깜한 어둠 속에 스탠드 아래로 보이는 작은 불빛 아래에서 아버지는 혼자만 쩔쩔매며 감옥에 갇혀 죄를 달게 받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인기척에 놀란 아버지가 돌아보며 나에게 한 말씀은"참 이상하지? 글씨가 쓸 때랑 말할 때랑 달라."였다.

강수경_방도를 찾지 못해 쌓아 올린 탑_쌀과 그릇_200×180cm, 가변설치_2013

아버지는 나의 원망으로 사라져야할 사람이었다. 내 아버지는 배운 게 없어서 글도 모르고, 가진 것은 힘을 쓰는 것밖에 없으며, 돈도 벌지 못하여 가족의 경제적 안정도 보장해 주지 못하여 결국은 내 가족의 안녕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쓸모없는 아버지"라고 생각했었다. 아버지는 번번이 구하고자 하는 일에 낙담하며 어머니이자 자신의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였다. 아버지는 주변 친구들과의 노름에서 친구들의 약은 속내에 돈 잃고도 다음번 노름자리약속을 잡고 싶어 하셨으며, 새벽에 오는 전화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가족에게는 우물쭈물 변명을 하며 급히 집을 나서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술에 취한 밤에는 어리던 내게 손찌검을 했었다.

강수경_말없는 엄마_조각한 나무_200×350cm, 가변설치_2013
강수경_말없는 엄마_조각한 나무_200×350cm, 가변설치_2013

가죽 같은 가족. 가족 같은 가죽. "엄마, 애들은 때리면 안 돼. 수경이 좀 봐봐." "언제 아버지가 수경이를 때렸다고 그래. 아버지가 우리 수경이를 얼마나 예뻐하셨는데"

강수경_강씨네 부적_혼합매체_120×180cm, 가변설치_2013

『내 가족 내 가족』은 개인의 가족사에서도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던 나의 경험을 떠올리는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기억은 절망이며, 지금까지도 아물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서 나에게 내 가족을 멀리하게 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애써 담아두었던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이제야 하는 것은 내가 오랫동안 집을 떠나나온 것 때문인지 아버지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아서인지 아버지를 닮은 내가 아버지를 더욱 닮아 버리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내가 외로워서 그런 건지는 나도 도통 알 수 없다.

강수경_강씨네 부적_디지털 프린팅_150×20cm, 가변설치_2013

나는 아버지에 대하여 잘 모른다. / 내가 아는 것은 아버지와 내가 많이 닮았다는 것이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 작년쯤부터인가 아버지는 글씨를 집착하며 쓰시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으신다. 그래도 노름자리는 아직까지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아버지는 친구들과의 노름자리를 생각하며 들떠 계셨는데,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어머니는 화를 내셨다. 그러자 아버지는"다 산 놈한테 뭘 그렇게 할 말이 많아!"라고 말씀하셨다. ■ 강수경

Vol.20130616g | 강수경展 / KANGSOOKYUNG / 姜秀京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