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612_수요일_05:00pm
협찬 / 경동건설_부산은행 후원 / 힐튼 경주
관람료 / 성인 8,000원 / 학생 5,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우양미술관(구 아트선재미술관) WOOYANG MUSEUM 경북 경주시 신평동 370번지 2층 3전시실 Tel. +82.54.745.7075~6 www.wooyangmuseum.org
아트선재미술관이 우양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첫 전시로 기획한『한국 근·현대 미술거장전-아름다운 열정 박수근·이중섭』展은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 가장 뚜렷한 기억을 남긴 두 거장의 대표작을 심도 있게 조명해 봄으로써 우리 미술의 좌표를 그 시작부터 차분히 되새기고 동시에 새롭게 출발하는 미술관으로서의 지향점을 모색해 본다는 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현대미술은 과거에의 저항 그리고 새롭고 실험적인 형식의 발견에 매료되었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성과에 못지않게 예술이 우리 몸에 작용하는 원리를 간과했던 것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그동안 우리가 외면하거나 지나쳤던 '오래된 것'에 대한 의미를 겸손하게 재인식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초기에 중요한 업적을 이룩했던 작가들에 대한 평가와 자리매김이 이루어진 후에는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다양하고도 지속적인 접근이 부족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번 전시의 작가 박수근과 이중섭은 서양의 미술을 모방 혹은 답습하는 것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색채와 기법으로 보편적인 한국인의 미의식과 그 속에 녹아든 삶의 모습을 모두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낸 최초의 작가들이다. 이에 우양미술관에서는 20세기 초 한국 근·현대 시기에 활동했던 미술계의 대표적 거장 박수근과 이중섭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며, 그들의 삶과 화폭에 담긴 우리 미술을 향한 열정을 차분히 되짚어보고자 한다.
박수근(朴壽根, 1914 ~1965)은 돌을 연상하는 질감으로 20세기 전반 고된 삶 속에서도 희망과 따스함을 잃지않았던 우리의 정서를 화폭에 옮긴 작가로 유명하다. 박수근은 양구공립보통학교에 다닐 당시에 미술에 눈을 떴다. 그러나 이 무렵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 어려운 집안 형편, 편찮으신 어머니,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은 아내와 자식과의 생이별 등 박수근의 일생에는 그림을 포기하도록 하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현실을 비관하지 않고, 미술을 향해 끊임없이 열정을 바쳤으며 이는 회백색의 화강암 표면 같은 질감 위에 형상을 담은 박수근 특유의 마티에르 기법으로 승화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마티에르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빨래터」,「노상의 여인들」등이 출품된다. 특히, 이번에 출품되는 '여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기법적인 측면과 동시에 작가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를 통해 더 넓게는 보편적인 당시 여인들의 정서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화 외에도 박수근의 종이에 연필로 그린 인물화 등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작품이 이번에 함께 전시된다.
이중섭(李仲燮, 1916 ~ 1956)은 대담하고 거친 선묘로 굴곡진 시대의 삶을 담아내는 표현적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항상 그 이면에 해학적이면서도 유쾌한 희망의 메시지를 잃지 않는, 유머와 따뜻함을 동시에 화폭 안에 녹여내는 화가로 유명하다. 평남 평원군에서 태어난 이중섭은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이 많았다. 도쿄에 있는 제국미술학교(현, 무사시노미술대학)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시작한 이중섭은 당시부터 해학이 넘치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해학의 근저에는 슬픔이 깊게 깔려 있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찾아온 가난으로 말미암은 가족과의 생이별, 힘든 삶 속에서도 그림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은 이중섭의 힘겨운 생애와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이 외에도 은지, 송곳 당시 작가들에게는 보기 힘든 실험적인 소재의 선택이 눈에 띈다. 다양한 재료의 활용은 한국전쟁 이후 붓과 물감을 살 수 없을 만큼 궁핍했던 그의 생활고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작가의 삶 주변에 밀착되어 있던 재료에 그려진 것이기에 이중섭의 실체가 오히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담배 내부에 있는 은지에 그린「아이들」연작이 출품된다. '아이'는 이중섭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전시장에서 다양한 색채로 은지와 캔버스에 담은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단색의 절제된 미를 추구한 박수근과 색의 대비를 통한 격정성을 화폭에 담으려 했던 이중섭, 이들의 화풍은 다르지만, 일제 식민지 시기와 광복,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모두 체험한 불행한 세대이면서, 생전에 자신들이 이룩한 화업의 깊이를 인정받지 못한 점 등에서 많은 공통점을 보인다. 무엇보다 이 두 작가는 힘겨웠던 개인과 역사의 삶 안에서도 작업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고 특유의 기법과 표현으로 근·현대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지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전반기 모더니즘의 대표주자 박수근과 이중섭이 생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소재를 중심으로 이들 작가들이 힘겹게 반석 위에 올린 한국적 모더니즘의 모습을 우리는 깊은 감응과 더불어 새로운 깊이로 다시금 가늠해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조효식
Vol.20130613f |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전-아름다운 열정, 박수근·이중섭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