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공휴일_10:30am~06:00pm
인사갤러리 INSA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82.2.735.2655~6 www.insagallery.net
현재의 매체환경에서 전형적인 조소의 변화양상은 다양화 되었다. 기법에서 3D 기술과 기계의 힘을 빌어 작품을 제작하고 색채 또한 형광안료(vivid color)를 입힘으로써 인위적 흔적과 감성을 배제하는 방식과 이와 다르게 신체와 물성을 강조하고 물질고유의 색을 존중하며 신체와 물질과의 대면과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형태에서 기존의 유기체적 형상 또는 추상적 형상, 기하학적이면서도 비유기체적인 형상 추구, 또는 오브제의 완전한 재현적 특성이 강한 작품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가 김경호의 작업은 작가 신체의 행위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으며, 오브제의 재현적 특성이 강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에게 있어 재현적 의미는 전형적 방식과는 다른 차이점을 갖고 있다. ● 작가 김경호의 작업에서, 초기 그러니까 유학을 떠나기 이전 작가의 작업은 난형(卵形)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세계의 순환적 관계에 대한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표현했다. 스테인레스 스틸로 정교하게 가공한 난형과 석고로 떠낸 거칠고 투박한 형태에 섬세하게 실을 감은 난형을 제작하여 이를 전시장에 설치하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관객들로 하여금 관조하게 하였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완결된 구체(球體)는 시간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무한한 시공간의 세계를, 투박한 석고 덩어리에 섬세하게 감아놓은 실은 자연-세계의 유한성의 관계를 표상하였다. 그의 작업에서 우선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물성의 대비를 통한 감각의 발생이었다. 더불어 물성의 가공적 측면에서 조각의 가장 기본적인 작가의 수공이라는 측면이 부각되었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현재의 작업에서도 관철되고 있다.
금번 『매스의 변주 : 부드러움과 그 형태들』전에서 그는 기타-이미지를 내놓았다. 오브제-기타의 이미지를 작가의 작품이미지로 전환하는 방법은 조각, 실용조각, 혹은 수공예품, 디자인 등의 흐물흐물한 상호-경계점을 상기시키며, 예술로서의 조각이 무엇인가의 질문을 유발시킨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재적 시점에서 이러한 질문들의 무의미함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의 작업에서는 예술성의 추구라는 무거운 사유를 내려놓고 대리석의 물성적 특성에 자신을 한층 더 긴밀하게 접근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예술형식이 자신과 대면하고 있는 대상(물질)과의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차이를 갖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또한 예술성이 무엇에 대한 추구, 영원한 것의 추구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유와 행위의 시작점으로서 가장 근원적인 신체-물성-감각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되는 그 무엇이며, 그 과정임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 김경호의 작업은 기타의 구조적 특성을 차용하면서 비례와 절제의 형식미를 추구하고, 질서와 조화로움의 의미배열을 가시화시킨다. 그의 작품에서 기타-이미지는 기존 오브제의 이미지 차용이지만, 사물의 재현적 의미를 벗어나 오브제가 갖고 있는 구조와 형식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더불어 치밀한 구조분석과 완벽한 마감을 통해 응결된 덩어리에서 분출하는 물성과 감성의 힘을 강조한다. 이러한 특성이 표출될 수 있는 것은 기타-이미지가 갖는 오브제적 성격을 온전하게 차용함으로써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인 것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것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완결된 형태의 추구하려는 작가의 조형론은 조각의 관습을 깨뜨리기 위한 방법론적 실험이며, 조각의 역사, 그 자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금번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방식은 전형적인 조각의 방법론에 물음을 던지면서 동시에 비틀어 버리고 그 고정화된 조각의 개념틀을 벗어나려는 행위라 할 것이다.
조각의 관점에서 작가가 금번 작품에서 주목하고 있는 신체와 감각, 물성적 측면에 집중하는 방법론적 특성은 다른 장르의 감정전달 체계나 기술에 비해 물리적 매스와 직-간접적인 가촉성을 확장시키며 보다 적극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지시키는 일차적 동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그의 작업은 시각적인 정교함에 머무는 것 뿐 아니라 청각적 요소를 발생시키는 기타의 실재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대리석의 단단함과 기타의 시각-이미지와 소리-이미지의 이 삼중적 관계가 시지각과 청각의 공감각적 관계를 형성시키고 있다. 그리고 시지각을 통해 파악되고, 물리적으로 공간을 점유하는 매스와 비가시적인 소리-이미지의 공감각을 통해 어떤 비형식적-이미지와 비가시적인 세계를 직접적으로, 공격적으로 드러내며, 우리의 경험과 기억의 한층 내밀한 공간으로 침투해 간다.
작가가 금번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주목하고 있는 신체-감각-물성의 융합은 그의 조형론의 범주들을 체계화 시킬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작품세계의 완성에 도달하기 위해서 모든 예술의 미적담론을 치장의 도구로 삼을 필요는 없다. 외재적 형식 또는 내용이 자신의 작품에 관하여 아무런 보장이 안 되듯이, 작가는 대상(물성)과의 만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들을 통해 방법론을 터득해야하고, 자신의 신체에 각인하듯 새겨 넣어야 한다. 단순히 거울을 들여다보듯 대상을 대면하며 무의식에 내재된 자기-이미지를 재생-재조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상으로부터 경험되고 체득되는 감각을 통해 자신의 조형세계를 열어야 할 것이다. ■ 황찬연
Vol.20130612f | 김경호展 / KIMKYOUNGHO / 金璟浩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