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의 정원

최정展 / CHOIJUNG / 崔禎 / painting   2013_0605 ▶ 2013_0614

최정_Knot garden_캔버스에 유채_70×70cm_2013

초대일시 / 2013_06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파편의 정원'에서... ● 현대사회의 삶은 파편화된 시간과 공간들로 구성된다. 장소의 이동과, 거기에 따른 절연된 시간들의 몽타쥬같은 이어짐, 혹은 분절된 공간에서의 경험들이 레이어들처럼 겹쳐져서 일상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감성과 인식도 결국 그런 시공간의 체험에 의해 파편화된 상태의 정서로 내면에 축적된다. 그런 파편들의 교집합이 삶의 상·하부구조를 이루는 축이자 세계관의 뿌리라 하겠다.

최정_mute impact 04_캔버스에 유채_70×70cm_2013

일상을 대면하는 첫 번째 관문인 우리들의 눈, 즉 사물을 보고 관찰하는 시선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이런 외부세계를 향해 의식적인 응시나 관찰, 무의식적인 시선까지 수용해서 대뇌로 전달하고 저장시킨다. 수동적으로 몸과 마음을 따라다니는 눈이지만 그 기능은 대단히 능동적이라, 몸이 있는 곳들의 장소성과 거기에서의 느낌과 사유의 방향을 설정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발점이라 하겠다.

최정_mute impact 02_캔버스에 유채_73×91cm_2013

작가 최 정의 회화는 이런 일상의 시각경험에서 출발한다. 그 시각경험들은 도회의 시공간에서 반복되는 일과 사건을 동일성(전형적인 도시성)으로 전치시키는 삶의 양식에서 발생한다. 도시는 다양한 삶이 공존하면서 각 개인들의 잡다하고 무질서한 삶의 경험을, 익명의 단순한 몇 가지 패턴과 코드로 환원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특히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고, 뱉어내는 공간인 거대한 건물들은 그런 익명적 환원의 장소성을 갖는다. 저 많은 마천루들을 가만히 관찰해보고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현대성의 결과물이면서도 동시에 그런 현대성에 대한 반성적 사유의 현장을 제공해 주는 단서가 되기도 함을 발견할 수 있다. 최정이 도시의 빌딩들을 주목하면서 작업을 풀어가는 단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정_mute impact 02_캔버스에 유채_73×91cm_2013

그렇게 수시로 출입하는 삶의 현장 사이에서, 우리들의 눈이 자주 마주치면서도 별 생각 없이 지나치는 지점을 최 정은 도회적 삶을 반성하는 하나의 단서로 포착한다. 도시의 풍경과 사물, 그리고 건물들,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는 작가의 도시적 실존성, 시각현상으로 응집되는 현장을 회화적으로 번안하는 것으로 그녀는 내면적 서정과 일상적 서사에 반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접근의 시작점은 빌딩의 외벽을 장식하는 유리창과 거기에 반사되는 풍경이다. 말이 유리창이지 창보다는 반사경이라는 게 맞겠다.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바깥풍경을 그냥 볼 수 있으니 창이지만, 외부에서 그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에겐 투명하지 않고 사물을 반사하거나 비추는 거울역할을 하는 외장재 유리가 그림의 주된 소재다. 시선이 통과해서 볼 수 있는 것과 시선이 통과하지 못함으로 반사되는 안팎의 차이에, 다시 반사된 상들의 변형과 왜곡을 모태로 또 다른 그녀만의 이미지가 발생한다.

최정_detected fragments series #1, #3, #4_캔버스에 유채_각 30×30cm_2013

그 지점에서, 도회에서의 시간· 공간· 일상· 정보· 생각· 의지· 양식들이 파편화되어 이리저리 흩어지고, 다시 집합해서 또 다른 형상으로 구축된다. 반영된 사실적 풍경의'파편'적 해체와, 그 조형적 재구축의'정원'에서 최정은 어떤 유기적인 생동감을 변주하고 도출해낸다. 빌딩외벽 유리창의 반복된 기하학적 구성이 변주된 그리드(Grid)위에, 그 규칙성을 무너뜨리며 식물처럼 생장하는 이미지, 혹은 뒤집어 버린 구조로 화면전체를 유동하는 무브먼트로 드러낸다. 얇은 안료와 터치의 반복적 구사들의 집적도 결국 이런 동적인 형태감을 드러내는 출발점이 된다. 짧은 호흡이 단자(單子)가 되어 구축한 이 유기적 호흡의 집합은 기존에 보아왔던 도시에서의 규칙적 일상성과 시각성을 벗어난 것이다. 오히려 그런 반복된 패턴의 틀로부터 식물성의 불규칙성, 우연의 형태감, 카오스적인 생성이미지로 순수 자연과는 다른 그녀만의 인위적'유기성'을 연출해낸다. 거기에 현장에 기반한 '팩트적 허구'의 상상이 다시 리얼리티를 북돋으며 시각적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최정_압축된 풍경_캔버스에 유채_112×145.5cm_2013

최 정은 사실적인 재현으로부터 그 재현을 무화하는 변주의 과정을 거쳐 화면에 또 다른 어떤 추상적 '현상'을 형상화했다. 그것은 도시야말로 "개인의 서사들이 얽혀 또 다른 역사를 생성하는 곳(작가노트)"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역사를 생성한다는 것은 이미 경험했던 과거가 아니라 과거의 틀과 고착된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최 정은 이런 또 다른 역사가 생성되는 가능성을, 그녀가 빌린 소재인 도시 공간 건축물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서술로 접근해 간다. "단순히 사물로 보지 않고, 우리들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관계의 대상으로 그 기능을 재해석 하고자 한다.(작가노트)"

최정_mute impact_캔버스에 유채_70×70cm_2013

애초 최 정의 시선이 만났던 도시와 빌딩이 갖던 속성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작업과정에서 드러낸 그녀의 화면에서, 마침내 우리가 만난 것은 기존의 도시성과는 다르게 새로운 감각을 배태한 회화공간이다. 그것은 콘크리트나 유리같이 견고한 질료나, 건물의 기능, 혹은 관념적인 자연에 대한 소재적/표현적 접근을 넘어서서 도시의 새로운 생태적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또 다른 감수성이자 기원(祈願)이라 볼 수 있다. 도회적 삶에 대한 기존의 감수성과 의식으로부터 마음을 리빌딩(Re-bulding)하려는 그녀의 마음이 자라는 생장공간으로서 말이다. 그래서 최 정만의 화법으로 펼쳐지는 산뜻하고도 역동적 현장인 '파편의 정원'이란 서정·서사공간을 소요해보면, 거기에는 도회를 소비하고 소구하며 우리들의 내면을 반성과 색다름으로 이끄는 그녀만의 생산적인 회화공간이 보인다. ■ 김진하

Vol.20130605e | 최정展 / CHOIJUNG / 崔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