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dtime Stories

지영展 / JIYOUNG / 知英 / painting   2013_0604 ▶ 2013_0614 / 토,일,공휴일 휴관

지영_Nymph 1_알루미늄 판에 혼합재료_135×24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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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월~금요일 10:00am~07:00pm / 토,일,공휴일 휴관

수호갤러리 SOOHOH GALLRERY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4-1 더샾스타파크 2층 F-15,G-23 Tel. +82.31.8022.5333, +82.31.713.0287 www.soohoh.com

From the Dark Forest: 지영의 기억 ● 에칭(etching)하면 이미지 복제, 즉 판화(printmaking)가 그 기능입니다. 이 기법이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처음 시도된 곳은 16세기 초 독일이었는데, 당시 독일에선 이미 에칭의 전신인 목판화와 인그레이빙(engraving)의 마스터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 명성을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까지 떨치고 있었습니다. 복제가 그걸 가능하게 했지요. 그리고 에칭과 같은 새로운 복제기법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구텐베르그 이후 불붙기 시작한 대중적 출판문화의 확산이란 시장질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 관점에서 볼 때 지영 작가가 에칭기법을 쓰되 반면 복제의 기능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금속판에 새겨진 음각 이미지란 잉크를 받아 다른 종이에 찍어내주기 위함이 아니고 그 자체로 좋고 그냥 가지고 있겠다는 저항의 긴장관계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복제가 아닌 고유성의 선택은 예술적 의미를 넘어 에칭의 문화사적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지영_Nymph 2_알루미늄 판에 혼합재료_135×80cm_2012
지영_Treasure Map_알루미늄 판에 혼합재료_34×25cm×4_2012
지영_Forest_알루미늄 판에 혼합재료_72.7×100cm_2013

동시에 지영 작가가 소급하는 이미지들은 일단 동화의 세계를 연상시키는데, 그 코드를 유심히 살펴보면 특히 우리에게 친숙해진 독일의 민담, 즉 그림형제가 처음 수집하고 월트 디즈니에 의해 만화영화화된 세계를 근간에 두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작가가 보고 자란 동화의 세계란 '애니'의 세계였지요. 감상자로 하여금 이런 이미지들에 의해 지배당한 어린 아이의 시각적 상상력과 그 문제점에 대해 질문을 하게 합니다. ● 그렇다면 에칭의 평면세계가 보여주는 생소함, 바꿔 말하면 입체감이 배제된, 그래서 우리에게 이 이미지들이 사실적으로,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는 점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여기 명암 처리가 안된 음각성이야말로 상투화된 동화의 이미지들을 뭔가 생소하게 보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필자는 "Nymph"시리즈, "Pink Bear," "Forest," 그리고 "Dark Forest"가 이 면에서 가장 적절하고 성공적이며, "Bedtime Stories"시리즈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영_Bedtime stories 2_알루미늄 판에 아크릴채색_162×103cm_2012
지영_Bedtime stories 3_리넨에 아크릴채색_162×103cm_2013
지영_Bedtime stories 4_리넨에 아크릴채색_162×103cm_2013

앞서 지영 작가의 문화역사적인 기억 소급을 독일로 한정했습니다만, 사실 그의 색채와 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고려 이후 내려온 불화를 연상케 합니다. 그윽한 향기, 어떤 신비로운 깊이가 거기서 느껴지며, 이것이 그의 작품을 단순히 개념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그걸 넘어서게 만듭니다. 특히 색의 자유로움에 있어서는 북유럽의 중세미술을 연상시키기도 하여 거기서 또 하나의 접점을 찾아본다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예술적 헤리티지를 '중세적'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모더니즘에 저항하는 신선한 의미로서 말입니다. ■ 홍진휘

Vol.20130604a | 지영展 / JIYOUNG / 知英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