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백정기 블로그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사)서울영상위원회_서울시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일,공휴일 휴관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 미술동네 OHZEMIDONG GALLERY 서울 중구 충무로4가 125번지 충무로역사내 Tel. +82.2.777.0421 www.ohzemidong.co.kr
잃어버린 감각의 회복 ● 요즘 섬에 내려와 살면서 매일 한 두 시간씩 텃밭에 나가 시간을 보낸다. 땅을 파서 뒤집고 잡초와 돌을 골라내고 물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풀 한포기까지 섬세하게 관찰하고 땅에 애정을 갖게 된다. 그렇게 가꾼 채소를 한 입 물면 자연의 순환 고리가 심플하게 떠오른다. 까마득한 시간동안 인과의 과정을 거쳐 채소가 된 자연이 내 몸의 일부가 되고, 나는 조금씩 아주 오래전부터 정해진 대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이다. 장엄한 생의 비밀이 생생하고 산뜻하게 느껴지는 맛이다. 텃밭 속에서 머나먼 다른 땅의 일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인터넷으로 아프리카 오지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는 것일까. 조그만 스마트 폰의 액정 속에 코를 박고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진보된 원거리 전자매체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서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와 상호 작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어떤 감각은 퇴화하거나 어떤 감각은 비약적으로 예민해 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TV 등이 어떻게 정보를 전달하는 지 생각해 보자. 이런 매체를 통해서 결국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화상과 음향과 텍스트다. 세상이 미디어에 의해 추상화 되면서 시각과 청각 외의 감각은 슬쩍 탈락된다. 냄새나 맛 촉각은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다. 이런 감각이 빠진 간접 경험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은 얼마나 밋밋한가. ● 진보된 전자 매체가 먹어치워 버린 감각의 세부를 일깨우기 위해서 만든 것이 RMP(ridable multimedia player)이다. RMP는 말 그대로 '탈 수 있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다. RMP를 타고 달리는 것은 땅과 공명하는 여정이다. 땅의 요철에 따라 RMP가 진동하고 그 떨림에 따라 내 몸이 함께 운다. 진보된 전자매체를 통해서 넓은 세상의 정보를 손쉽게 얻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때로는 내가 밟고 서 있는 땅의 형편을 뼈저리게 느끼는 극진함도 필요하다.
탈 수 있는 멀티미디어 서울 주행 ● 2006년, 배달용 오토바이와 전자매체를 하나로 조합하여 RMP 시리즈를 제작 하였다. 배달용 오토바이와 전자매체의 결합은 '우유배달을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나의 실존적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밤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를 배달하고, 낮에는 영상 이미지를 편집하면서 확연하게 다른 두 세계를 동시에 경험했다. 하나는 버튼을 누르면서 세상을 추상화 시키고 다른 하나는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면서 구체적인 세상을 체험한다. 이런 이중적인 삶은 혼란스러웠다. 결국 두 삶의 격차를 봉합하기 위해서 대안 미디어를 RMP를 제작하였다. ● 두 번째로, 자전거 바퀴와 안장을 나무와 철로 바꿔 땅의 요철을 온몸으로 느끼는 미디어 장치, RMP_b를 제작했다. RMP_b에 올라타 거리를 달리면 노면상황에 따라 진동이 엉덩이에 직접 전달된다. 마치 엉덩이로 땅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기존의 미디어가 몰입감을 높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미디어는 고통스러운 진동 때문에 각성상태가 유지된다. 진동이 미디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미디어로부터 거리를 확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RMP-b의 핵심 기능이다. 몰입체험의 이데올로기적 위험성을 경고함으로써 미디어에 대해 메타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RMP_b를 만드는 목적이다.
2008년,『RMP_b, 멀미를 회복하다』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전시회를 하였다. 당시의 전시는 미디어의 형식실험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끌어내는 것이 주제였다. 2013년『RMP_b, 서울 주행 보고, UNDERLINE』은 RMP_b를 실제로 활용해서 서울의 환경을 스케치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전시이다. 그래서 두 번에 걸쳐 RMP_b를 타고 서울을 달렸다. 서울을 원을 그리며 도는 일주에 이어, 홍은동에서 충무로까지 연결하는 주행을 마쳤다. 보고서에는 사소한 것까지 전부 기록해 두었다. 어떤 게 중요한 내용인지는 그때그때 달라질 테니까. 주행을 통해서 문제 해결이나 논리적인 탐구 따위는 얻을 수 없었지만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생생한 도시환경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 백정기
Vol.20130603f | 백정기展 / BAEKJUNGKI / 白正基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