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Alice?

2013_0601 ▶ 2013_1124 / 월요일 휴관

최우람_비밀의 추 Occultus Libramentum_철, 자석, 유리, 코일관, CPU보드_23×23×110cm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최우람CHOEURAM_박영근PARKYOUNGGEUN_김정욱KIMJUNGWOOK 고명근KOHMYUNGKEUN_양혜규YANGHAEGUE_이명호LEEMYONGHO 정연두JUNGYEONDOO_권오상GWONOSANG_오형근OHHEINKUHN 이동욱LEEDONGWOOK_최수앙CHOIXOOANG_박홍천PARKHONGCHUN 김범KIMBEOM_김두진KIMDUJIN_이형구LEEHYUNGKOO

주최 /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 이추영 협력 / (주)한진해운(국제운송)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 6월3일,11월18일 제외

Spazio Lightbox Cannaregio, 3831, 30121 Venezia, Italy

Who is Alice? ● 엘리스! 너의 부드러운 손으로 / 동심이 가득한 이 이야기를 가져가 / 추억의 신비로운 가닥 속에 놓아 두어라. / 어린 시절의 꿈들이 엮이어 있는 그곳에. / 멀고 먼 나라에서 꺾어 온 / 순례자의 시든 꽃다발처럼.(루이스 캐럴 저, 김경미 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비룡소, 2005) ● 환상적인 물의 도시 베니스는 전 세계인들이 평생 동안 한번은 방문하길 염원하는 꿈의 도시이다. 시간이 멈춘 듯 신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바닷물이 넘실대는 좁은 수로를 오가는 곤돌라의 이국적인 모습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 미술인들에게 베니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베니스 비엔날레'(1895~)로 잘 알려져 있다. 예술계의 올림픽(?)으로 알려진 이 대형 행사를 준비하면서 각 나라의 미술계는 자국 예술의 독창성을 뽐내기 위한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전 세계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비엔날레 사이의 차별성 문제와 전시 주제의 유사함, 각 국가관 대표 작가 선정의 난맥에 대한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베니스 비엔날레'는 여전히 세계 미술계의 최신 흐름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국제미술행사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 한국은 1996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국가관을 건립한 이후 격년제로 개최되는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와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내의 한국관과 함께 베니스 중심가에 위치한 라이트 박스(Light Box) 공간에서 특별 전시를 함께 개최함으로써 베니스를 찾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한국현대미술의 진수를 소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하였다. ● 한국현대미술은 국내의 우수한 미술 대학에서 매년 배출되는 수 천 명의 작가 지망생들과 유럽과 미국 등 세계의 주요 도시를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각 세 대의 기성 작가들에 의해 풍부한 층위를 형성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에 개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 미술관으로, 2013년 11월 서울 중심에 세계적인 규모의 서울관 분관(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을 개관할 예정이다. Who is Alice? 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7,000여점의 국내외 소장품 중에서 전시 주제에 부합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만을 선별하여 구성된 컬렉션 특별전으로 베니스를 찾은 관객들에게 한국현대미술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보여 주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양혜규_여성형 원주민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0

『Who is Alice?』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루이스 캐럴의 환상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기획의 모티브로 삼아 시간과 공간의 제약과 한계를 뛰어 넘어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젊은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가 개최되는 공간인 Light Box는 14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중심 거리인 스트라다 누아바(Strada Nuova)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베니스의 유명한 랜드 마크인 리알토 다리(Ponte Rialto)와 근접한 흥미로운 공간이다.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길을 걷다 우연히 전시장의 입구를 발견한 관객들은, 어느 날 문득 조끼를 입고 회중시계를 찬 토끼를 따라 어두운 동굴로 뛰어들어 환상 여행을 떠나는 동화 속 '엘리스'처럼 시공의 경계를 뛰어넘는 '상상 여행'의 주인공으로 초대 받게 된다. 그 곳은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상상이 뒤섞인 비밀스러운 공간이며, 놀라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마법과도 같은 공간이다. ● 관객들은 작가들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주인공들이 제각기 펼쳐내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세상의 시간을 놓쳐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0개의 작은 방들이 촘촘히 붙어 있는 전시 공간은 이번 전시 기간 동안 동화처럼 흥미로운 상상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각 방에 들어설 때마다 만나게 될 미지의 존재들이 펼쳐내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Room I. ● 전시장 계단을 올라온 관객들은 고풍스러운 긴 복도의 천장에 매달려 신비로운 빛을 내며 흔들리고 있는 최우람의 「비밀의 추」를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가상의 기계 생명체들로 전시장의 관객들을 시공의 경계가 뒤섞인 이상한 나라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흑과 백의 바탕 위에 그려진 한 쌍의 커다란 시계, The Time은 음과 양, 시간과 공간, 빛과 그림자 등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을 품고 있다. 박영근의 작품은 시간이 시간을 잉태하듯,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하는 초현실적인 시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Room II. ● 검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의 초상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김정욱의 작품(Untitled)속 여인은 깊은 어둠 속에서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며,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듯하며, 우아한 손의 포즈는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킨다. 투명 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든 고풍스러운 건물은 마치 3차원 영상처럼 입체적으로 보인다. 고명근은 여러 도시의 건축물들을 촬영하여 이를 필름 위에 인화시킨 후 새로운 구조의 건축적 조각을 보여준다. Dreams of Building은 뉴욕에 있는 대저택의 이미지들을 이용한 것으로 사진, 조각, 건축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관객들에게 풍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최수앙_The Wing_레진에 유채_56×172×48cm_2008

Room III. ● 플라스틱 화초, 색색실의 뜨개질, 밧줄, 마른 버섯 등 다양한 일상의 오브제들로 장식하고 알전구를 온몸에 감은 채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6개의 스탠드는 양혜규의 작품 「여성형 원주민」이다. 이들은 마치 동화 속 '이상한 나라의 원주민'들처럼 독특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우뚝 서서 이국적이며, 신비스러운 아우라를 뿜어낸다. 이들만의 공간에 들어선 관객들은 마치 낮선 방문객 된 듯한 생소한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명호의 작품(The Tree)에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나무의 이미지는 사실 우리 주변의 공원과 숲에 있는 평범한 실제 나무를 촬영한 것이다. 배경에 설치된 흰색 천과 조명의 효과는 이들을 평범한 자연의 풍경 속에서 분리시켜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주인공으로 변화시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표현했던 김춘수 시인의 싯구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Room IV. ● 평범한 인물들의 모습이 벽면에 투영되고 있다. 극장 영사 기사가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주유소 아르바이트 소년은 자동차 레이서가 된다. 정연두는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마술을 펼친다. Bewitched 는 연령과 국적이 다양한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놀라운 마술 프로젝트이다. 비록 짧은 순간의 변신이지만, 작품 속 주인공들은 이 특별한 '지니의 마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창문 옆에 서 있는 머리 둘 달린 인물은 권오상의 사진 조각 「쌍둥이에 관한 420장의 진술서」는 이다. 작가는 수백 장의 사진으로 인물의 모습을 촬영한 후 이를 입체적인 조각으로 재구성한다. 이들의 모습은 이성과 감성, 기쁨과 분노, 호기심과 망설임 등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는 자아의 쌍둥이 초상처럼 보인다. Room V. ● 전시장 벽면에 걸려 있는 커다란 소녀들의 초상 작품은 한국사회의 특정 인물군을 포착한 초상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오형근의 Cosmetic Girl(도판8) 이다. 작가는 한국 십대들의 짙은 화장이 '여성성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행위인 동시에 정체성의 불안을 감추는 방어 수단'이라고 말한다. 미세한 솜털과 작은 뾰루지 까지 드러나는 이들의 얼굴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과 미성숙한 자아의 불안감이 미묘하게 교차하고 있다. 이동욱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완성시킨 정교한 극사실적인 미니어처 조각으로 유명하다. 옥수수 통조림에 빠져있는 초록색 거인(Green Giant)과 소시지 껍질을 벗고 일어서는 천하장사, (I wished) 참치 캔 속의 흰 고래(Dolphin safe) 등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처럼 인간들의 눈이 닿지 않는 세상의 주인공들이다.

박홍천_엘리스에게1_인화지에 사진_118×118cm_1994

Room VI. ● 손가락 깃털로 만든 한 쌍의 날개가 비상한다.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잘린 단면을 지닌 수 십 개의 손목들은 서로가 서로를 감싸 쥐며, 또 다른 이카루스의 신화를 보여주는 커다란 날개가 된다. 수많은 존재들의 비극적인 희생은 영웅 신화를 완성하는 좋은 재료이다. 비극적 결말은 희석되고, 잘 포장된 신화만이 남게 된다. 극사실적인 조각으로 잘 알려진 최수앙의 The Wing 은 거대한 이상을 위해 희생된 존재들의 아름답고도 잔인한 희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Room VII. ● 사람들로 북적대는 환상적인 도심 외곽의 놀이 공원이 기괴한 기운만 가득 찬 적막한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박홍천의 To. Alice 연작은 긴 시간의 조리개 노출을 통해 놀이공원을 찾은 수많은 인파의 움직임을 먼지처럼 없애버림으로써 마치 일시에 인간들이 사라진 공상과학 영화나 또는 동화 속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듯한 초현실적이며, 낮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적 없는 놀이동산처럼 적막한 전시 공간엔 어린시절의 꿈처럼 아름다운 회전목마(최우람의 Merry-Go–Round) 가 서서히 돌아간다. 그러나 잠시 후 회전목마는 주체 못 할 속도의 원심력으로 회전하며, 튕겨져 나갈듯 굉음을 내며 위태하게 흔들린다. 예기치 못한 회전목마의 움직임은 마치 뜨거운 여름밤의 악몽과도 같이 불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Room VIII. ● 뿔, 송곳니, 갑각은 동물들이 갖고 있는 공격과 방어를 위한 수단이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두 명의 남자들이 흔한 가정용품을 공격용 살상 무기로 활용하는 시범을 보인다. 김범의 작품 「뿔들, 송곳니들 그리고 갑각들」 은 선풍기, 시계, 의자, 심지어 과일 등 각 가정에 존재하는 일상의 물건들이 치명적인 무기 또는 방어용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친절한 안내 비디오는 차분한 톤의 내레이션과 연기자들(작가와 친구)의 진지한 연기 때문에 실소를 자아내지만, 문득 이 엉뚱한 상상에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오형근_강수라, 18세, 2008년 7월 19일_종이에 디지털 프린트_129×98cm_2008

Room IX, X. ● 투명한 크리스털 해골들이 펼치는 기괴한 축제가 펼쳐진다. 김두진의 The Youth for Bacchus는 신고전주의 작가 윌리엄 부게로의 유명한 회화 작품 「바쿠스의 젊음」의 이미지를 차용 하여 화면 속 인물들의 해골과 뼈대만 남겨버린 작품이다. 이들은 성별과 인종, 미와 추, 성과 속 등 인간들의 표피적인 판단 기준과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존재들이다. 이들의 펼치는 달콤한 바쿠스의 축제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 되어 있는 듯한 온전한 뼈대는 이형구의 Lepus Animatus 이다. 이 뼈대의 실제 주인공은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스타 '벅스 바니'이다. 작가는 생물학, 해부학, 고고학 등의 과학적인 이론과 처리 방식을 치밀하게 활용하여 가상의 존재인 벅스 바니의 척추, 갈비뼈, 해골 등을 정교하게 재현한다. 이는 고고학자들이 공룡의 뼈를 발굴하고 이들의 습성과 형태를 추측하는 방식을 역으로 전복시킨 것이다. 우리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공룡의 진짜 뼈와 우리가 알고 있는 '벅스 바니'의 가짜 뼈, 당신에겐 어느 쪽이 더 그럴 듯 한가? ● '예술'은 현실과 상상의 날선 경계 위에서 무표정한 '현실'의 껍질 뒤에 숨어있는 미지의 존재가 지닌 보들보들 한 속살을 들춰내는 창조적 행위이다. '예술가'는 현실에 발을 딛고 상상의 공간 속으로 머리를 비집어 넣은 호기심의 화신이며, 과학적 객관성과 이성으로 무장한 완고한 '현실'의 틈을 비집고 쪼개는 쐐기와 같은 존재이다. 현실의 무미함을 조롱하는 '놀라운 상상'과 상상의 허무함을 비웃는 '현실'은 공존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 둘은 종이의 양면처럼 서로의 존재로 인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불완전한 존재이기도 하다. '현실'이 사라진 상상은 공허하며, '상상'이 없는 현실은 삭막할 뿐이다. 현실에 매몰된 현대인은 날마다 '꿈'과 '상상'의 세계로의 일탈을 꿈꾼다. 쳇바퀴처럼 도는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하여 '베니스' 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첫발을 내딛은 용감한 여행자들은 '현대 미술'이라는 신비한 존재와 조우하며, 이들이 초대하는 '환상 여행'에 함께 동참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이추영

Vol.20130602c | Who is Alic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