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가이아 GALERIE GAIA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7-1 Tel. +82.2.733.3373 www.galerie-gaia.net
지우고 덧칠하며 드러나는 역설적 감각의 공간 ● 심여란 작가의 이번 전시는 '취함(Intoxicated)'이라는 전시 주제가 말해주듯 그 무엇인가에 몰입하게 될 때 작가가 경험하게 되는 감각 혹은 작가적 태도와 관련되어 있는 듯 하다. 작가는 아주 사소한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대해 자주 취한 것과 같이 몰입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주변의 사람이나 사물일 수도 있고 잡지나 책에서 만나게 되는 어떤 대상일 수도 있다고 한다. ● 심여란 작가의 작업은 이렇게 작가의 삶 속에서 만나는 대상들과의 관계에서 발견하고 경험한 영역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작가가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사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작가의 작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작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그가 마주치게 되는 어떤 대상 혹은 사물의 형상보다는 이들과 반응하는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 자체와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는 작가의 작업에서 무엇인가를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지워낸 것 같기도 하게 여러 번 겹쳐진 붓 터치들과 같은 작가의 작업 내용을 보면 그 이유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여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화면을 구성하는 여러 붓 터치의 간극 사이에서는 흐릿하게 형상이 보일 듯 하다가도 이내 터치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에 압도당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어떤 대상을 인식할 수 있는 형상적 이미지와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있었을 법한 붓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터치 사이에서 관객의 시선은 반복적으로 오고 가면서도 결국은 대상 자체보다는 대상에 대한 작가의 교감방식이 드러나는 작가의 행위와 작가의 시각적 감각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시 말해 작가의 붓 터치를 이용하는 방식은 형태를 그려간다기 보다는 형태를 해방시키고 해체시키는 하나의 회화적 기제이며 대상의 이미지에 고착되기 쉬운 감각과 인식의 한계를 너머 대상을 마주하며 거기에 몰입하게 되는 작가 자신을 내적 상황과 연결된 일종의 몸짓이거나 작가적 감각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흔적들 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이미지들이 현실 속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듯하지만 현실의 그 무엇과는 다른 비현실적 이미지로 다가오게 되는 것은 어떤 대상을 그리는 것 자체보다는 그 대상 혹은 그 대상 이면으로부터 찾을 수 있는 감각이나 생각을 발견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와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다른 한편 그 대상의 속성에 작가 내면에서 발현하는 정서들을 감정이입 하듯 끌어들이고 여기에 심취되어 되새김질하듯 느낌을 경험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작가 특유의 작업방식과 연결된 것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작가로서는 대상의 현실적 상태를 어느 정도는 해체하거나 소거시켜야만 작가가 어떤 대상에 대해 몰입하게 되는 상황이나 감각을 드러낼 수 있기에 작가는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가면서도 그리기 보다는 지워내기에 가까운 붓 터치들을 덧칠하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현실의 여러 층위의 규범적 틀을 넘어선 작가적 시각 안에서 발견하거나 포착한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 고유의 작업 방식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현실과 비현실, 필연과 우연의 경계 지점에서 일정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지워내며 행위를 반복하는 이 일련의 작업 과정 자체를 통하여 어떤 대상에 취해있는 상황을 고찰하고 또한 대상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작업 행위 자체에 취하듯 몰입하는 자기자신의 현재를 경험하고자 하는 흥미로운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승훈
내가 캔버스에 넣는 형상들은 실재로 우연하게 봤던것들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주로 생명체 혹은 존재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내가 보았던 것들이 주체적인 사물의 본질이 되기도 하고 선택적인 인식을 통해 걸러지기도 한다.. 그것들은 마음속에 이미지를 재현한 것이므로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며 현실 세계에 속하지도 않는다. 현상의 실재가 아닌 내면의 실제적인 대상물로서 표현했을 뿐이다.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기 보다는 표면아래의 세계를 진실되게 표현하기를 추구한다. 추상은 구상이 되어 이미지의 옷을 입으며 다시 추상이 되는 그런 흐름, 또는 반대로 구상은 추상이 되어 이미지의 옷을 입으며 다시 구상이 되는,.... 추상과 구상의 적절한 균형 - 내가 추구하는 것이다. 예술은 언제나 규범을 벗어나는것. 판에 박은 어떤 틀을 떠날 때 이루어지는 것 일 것이다. 철학자, 트뢰즈는 그것을 '우리를 묶는 모든 것으로 부터의 해방' 이라 했다. 이로써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현실을 버린다는 뜻보다는 '판에박은' 현실의 모든 것을 떠남으로써 자유에 이른다 보들레르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취해라.술이든, 시든, 덕이든, 무엇이든." ■ 심여란
Vol.20130528g | 심여란展 / SIMYEORAN / 沈汝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