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 억 · 놀 · 이

일 년 전, 나는 내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오래된 집을 떠나게 되었다. 세월의 짐과 함께 힘겨운 이사를 마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정든 집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전 동네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 집은 남아있지 않았고 텅 비어버린 집터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내 머릿속은 새하얘져버렸다.

지유선_기억놀이_도자기_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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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그 많은 흔적들이 이대로 끝나버린 것일까? 돌아오는 길, 사라진 나의 오래된 집의 흔적처럼 이 길 어딘가에 있을 이곳을 오가던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 무형의 것들을 떠올려본다.

지유선_기억놀이_도자기_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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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에서 일어나는 소멸과 상실의 경험은 '형체 없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사라진다는 것, 그것의 의미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실존하는 형체가 사라지면 그 안에 내재했던 기억과 가치들, 그러한 무형의 에너지들은 결국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기억놀이』는 그 물음에 관한 이야기다. ■ 지유선

Vol.20130526d | 지유선展 / JIYUSUN / 池裕善 / ceramic.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