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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516_목요일_06:00pm
Bongsan Cultural Center 제4전시실 기획展
워크숍 / 2013_0601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2층 제4전시실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77 Tel +82.53.661.3081~2 www.bongsanart.org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독특한 해석과 그들의 다른 기억을 공작하라! 또 다른 기억, 낯선 풍경을….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꽃을 밟다 ● 단정하게 정돈된, 그러나 적막하고 생기를 찾기 어려운 전시실은 폐허의 조형논리를 직감하게 한다. 우선, 바닥에는 검은색의 기호로 가득 채워진 반복 문양들이 보인다. 동시에 벽에서 하늘거리는 종이 위의 '꽃'을 발견한다. 얇은 반투명 종이에 목탄으로 그려진 '꽃'은 속씨식물의 생식기관을 일컫는 자연의 꽃 이미지가 아니라, 한글 'ㄲ, ㅗ, ㅊ'으로 이루어진 글자 '꽃'이다. 나무를 태운 숯으로 그린 검은 색의 이 '꽃'은 꽃의 관념적인 상징과 정서적 기억, 즉 작가가 전시 제목에서 언급한 판타지들을 거부하고 흩어버리면서 글자 '꽃'만을 보여준다. 마치 바람에 날려가고 남은 실체의 허무함, 나아가 어떤 비장한 각오를 느끼게 한다. 그 왼편 벽면에는 180×180㎝ 크기의 액자가 걸려있다. 이 'Landscape(scale 1:150m)' 작업은 대지 위에 배치한 '꽃' 조형물을 부감 풍경으로 축소해 놓은 것이다. 역시 실제 꽃이 아닌, 정육면체의 검은색 플라스틱 '꽃' 글자 수 만개를 화면 중앙의 한 점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도록 설계하여 부착한 이 작업은 글자 조형이 꽃을 대체하는 의도성과 더불어 실제 크기로 대지 위에 설치되었을 때의 거대한 규모와 장관을 상상하면서 정서적 상실감과 신선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다르고 낯선 풍경은 관람자 자신이 밟고 있는 바닥을 살펴보면서 한층 다양하게 경험된다. 바닥에 채워진 문양이 '꽃' 글자의 연속처럼 보이기도하고, '끝', '끔' 글자로도 보인다. 석유화학산업의 부산물인 합성고무로 만든 검은색 '꽃' 글자는 꽃이 검다는 시각적 충격을 패턴화하며, 관객의 밟는 행위와 밟을 때 발끝에 닿는 감각을 대상화하고 개념화한다. 꽃을 밟는다는 행위는 무시, 방치, 폐기, 소멸,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인데, 예를 들어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와 같은 환상은 사라지고 더 이상 꽃밭이 아닌 폐허를 걷고 있는 관객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꽃은 향기롭고 화려하며 아름답다. 그러나 작가는 아름답지 않은 '꽃'을 내밀면서 'Fantasiless'를 말한다. 작가에 의하면 사회적 통념들은 '꽃'이 상징하는 'fantasy'를 부정하도록 재촉하며, 꽃은 그냥 '꽃'일 수밖에 없다고 떠밀어낸다. 일체의 상상을 무시하고 제시되는 '꽃'은 죽은 꽃이며, 검은색의 죽은 꽃을 밟는다는 의미는 죽음을 확인하고 기억하며 다시 인식하는 행위이다. 어쩌면 작가는 꽃처럼 상징의 의미가 관습화된 대상의 환상을 거부하고 밟으면서 대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야성 혹은 살아있는 생물적 감각과 자유를 잃어버리고 규범에 갇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폐허 위를 다시 거닐기를 권하는 배려일 것이다.
그 너머의 꽃, 꽃에 물을 주다 ● 장준석은 '꽃'이라는 텍스트 기호를 통하여, 'Fantasy'와 'Less'를 합성한 'Fantasiless'를 주제로 환상이 없거나 제거된 상황을 탐구하면서, 실재와 상징화된 관념 사이에 존재하는 허무를 주목하고, 진정한 실체의 인지를 질문해왔다. 또한 작가는 경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들을 살피고, 사회 통념에 의한 '구획 짓기' 혹은 '범위의 한정'을 걷어차는 미술의 가능성을 실험해왔다. 이전까지 작가의 '꽃' 작업이 꽃의 아름다운 색상에 기댄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전시는 화려한 색상의 '꽃' 작업들에서 도외시했던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삼는다. 작가는 꽃이 화려하게 피어나서 얼마 후 시들고 소멸하는 그 생태적 현상의 진실을 시적으로 표현하기를 고심하였다. 그는 이번 'Fantasiless'에서 꽃들이 죽고 소멸되어 끝난 상황을 연출하고, 그 너머에 있을 새로운 꽃을 기대한다. 스테인레스 거울판을 파낸 '꽃' 글자는 작품 반대편의 풍경과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표정을 담아내면서 새로운 꽃의 희망을 가늠한다. 또 작가는 검은 '꽃' 바닥 위에 주홍빛의 '꽃' 글자 입체조형을 놓고 그 위에 직접 물을 뿌린다. 전시 때마다 진행한다는 퍼포먼스인데, 그 장면의 사진을 인화해서 전시장 한 벽에 전시한다. 개념화된 글자 '꽃'에 물을 주는 행위는 새로운 '꽃', 꽃 너머의 '꽃'의 생성을 희망하는 주술적 의미로 읽혀진다.
작가가 보여주려는 것은 아마도 환상의 부정과 생태적 소멸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폐허를 관객이 밟아보는 사건과 그 너머에 있을 희망에 관한 기억이 아닐까? 확대된 'Fantasiless' 사건은 생태적 진실, 정돈된 폐허의 흔적으로서 기억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인간 욕망의 'Fantasy'와 사회적 거부의 'Less'에 관한 작가의 기억, 예술가로서의 의지와 실현에서 비롯되는 흔적들을 기억하고 다시 공작할 것이다. 지금 한 예술가의 'Fantasiless'는 우리들 미래의 어떤 순간과 이어지기 위한 필연적인 기억공작소일 것으로 기대한다. ■ 정종구
□ 워크숍 내용 소개 전시작가의 작업과정과 작품을 이해하는 좀더 적극적인 감상방식으로서 시민이 참여하는 예술체험프로그램입니다. 제목 : 한글 '꽃' 문자를 이용한 꽃밭 드로잉 체험 일정 : 6월 1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제4전시실 대상 : 일반인 준비물 : 끝이 뾰족한 드로잉 재료 (펜, 싸인펜, 색연필 등) 참가비 : 무료 참가문의 : 053)661-3517 내용 : 관객과 함께 전시관람 및 작품 설명 토론 후 드로잉체험
장준석 blog.naver.com/viewinus www.googleartproject.com/artist/jun-seok-jang/3689016/
Vol.20130517h | 장준석展 / JANGJUNSEOK / 張峻奭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