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517_금요일_06:00pm
윰 갤러리 개관展
전시기획 / 37.2℃ (강재영, 박수민, 박은아, 이가은, 정지영)
세미나 『노가다 가다』/ 2013_0517_금요일_04:00pm 진행_아키하나반(ARCHI 1+1/2 : 송구호, 최동근)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윰 갤러리 YOOM GALLERY 서울 강남구 개포동 172-1번지 1층, B1 Tel. +82.2.561.7809 yoomgallery.com
나와 세계의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은 문화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서구인은 개개인의 개성과 가치를 우선시하는 반면 동아시아인은 '관계'를 중시한다. 자기 자신의 의중보다는 타인과 나의 관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조직 속에서, 사회와 국가 안에서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확인하려 하는 습성은 이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의 거미줄 속에서 살고 있다. ● 이런 관계를 지탱하는 힘은 바로 '믿음'이다. '믿음'은 관계의 무게추이다. 영화 『도약선생』(2010)에서는 '믿음'과 '도약'을 이야기한다. 세계육상선수권에 진출할 진흙속의 진주를 찾기 위해 장대높이뛰기 코치 전영록은 대구 시내를 헤집으며 시민에게 '운동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도약'의 원리를 설명한다. 겨우 찾은 선수들에겐 변변한 훈련도구 하나 없이 동네 공원에서 높은 나뭇가지에 손을 뻗는 훈련을 시킨다. 영화 속 모습이 관계 속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바라보고 뛸 뿐이다. 서로간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의 믿음은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 혹은 사물과 개인이라는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산소호흡기이며, 상상력이다. 믿음이 있어야 비로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가능해진다. ● 우리는 이런 관계 속 믿음의 힘을 새로운 관점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들을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용준, 김상현 두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하지만 지나칠 수 있는 실, 비닐봉투와 같은 소재로부터 우리가 알지 못했던 '관계'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김동희는 '세미나'라는 하나의 형식을 통해 공간을 관계의 장으로 효과적으로 변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 강재영
김동희의 작업은 일종의 틈에 대한 사유이자 그것을 메꾸어 나가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것은 온전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지만, 이는 온전함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 나가는 힘과 물음을 생성하게 만드는 하나의 근원이기도 하다. 버려져있던 잉여 공간을 찾아, 약 5개월가량을 직접 거주하며 공간을 바꾸어 나갔던 「FREE HOME PROJECT」(2011)와 같은 그의 일련의 작업들은,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공간을 의미로 가득 채워나가는 시도이며, 작가는 이러한 상황 속에 자신을 내던짐으로서 이를 경험한다. ● 이번 전시에서 내보이는 「세미나」는 이 틈을 사유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졸업 후에도 작업을 지속하기 위한 건강 세미나」(2011), 「빌린 공구를 빌려서 배우는 공구 세미나」(2012), 『받으면 샘이나는 지원금 세미나」(2012)와 같은 세미나 연작들은 작가 본인에게 필요한 주제의 세미나를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섭외하여 진행하는 일종의 이벤트이다. 이번 『세미나』(2013)는 건축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과 실제 사용하는 은어들 그리고 기술들을 생생하게 알려준다. 작가는 건설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미나 강연자를 위한 세트장을 제작한다. 또한 용접, 조적, 미장, 조경, 조명, 철거 등과 같이 분야별로 체득할 수 있는 기술들을 아이콘으로 제작하는 것은, 소위 '노가다'라고 불리는 노동현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작가는 세미나의 환경만을 제공할 뿐, 작업의 의미는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열린 결말의 세미나는 과정 그 자체로 의미하며,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직조되는 가능성의 장이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틈'과 같지만, 확장된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 정지영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내뱉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그런 세상에서는 모두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기 위해서 최고가 되어 1등의 자리를 꾀어 차야 한다. 이렇게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는 알게 모르게 1등을 강요받고 있는 듯하다. '행복은 성적순'이나, 1등 여행사 00투어같은 줄세우기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심리에 기인한다. 이 '위치'라는 것을 대변해 주는 '순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 같은 '숫자'라는 기호 뒤에 숨어서, 마치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시스템을 따르는 듯한 형상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 기준'은 어느 집단의 이익이 반영된 도구로 1등을 가리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게 만들기 위함이다. 이와같이 곧이곧대로 그들이 제시한 길을 따라 걷는 모범시민의 자세는 최고라는 타이틀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에 김상현은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는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평등한 축구대회를 시작한다. 이 토너먼트에서 일등은 가장 뛰어난 하나(the one)가 아닌, 여럿 중 하나(another)이다. ● 이 게임의 이름은 『GLOBAL REPOSITIONING 2010』이다. LED 왼편에는 게임의 룰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고, 진행방법은 다음과 같다; 김상현 작가는 FIFA에 가입된 전 세계의 축구협회에 이메일을 보내서, 그의 작품에 협회의 엠블럼의 사용 가능 여부를 묻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답장을 요구한다. 답장의 형식에 따라 작가가 정한 룰을 적용하여 승점을 부여하는데, 이 룰은 고유언어를 가진 나라, 특정한 날의 습도가 높은 나라, 혹은 온도차이가 적은 나라가 승점은 가지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기준을 따른다. 작가는, "식민지였던 나라들은 고유언어를 지킬 수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이 부분은 제 불찰이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어떤 평가기준도 언제나 한결같이 평등하고 누구에게나 적확하게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작가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LED 오른편에는 작가가 각 축구협회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담긴 답장이 있다. GLOBAL REPOSITIONING 2010에서 우승국은 '이란(Iran)'으로, LED에서는 이란이 보낸 'YOU ARE MY FRIEND, COME ON'이라는 메시지가 국기를 이용해서 만든 이미지와 함께 빛나는 영광을 만방에 알리 듯 번쩍이고 있다. ● 참가국조차 확실치 않은 이 게임은 작가가 이메일의 send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작된다. 마치 선수 없는 잔디밭에서 심판만이 호루라기 부르는 것처럼 덧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자신이 보낸 이메일에 어디서도 답장이 오지 않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그는 이성을 넘어선 '믿음의 도약'을 시작한다. 작가는 숨죽여 기다렸고, 그의 믿음은 진실한 것이었으며, 흔들리지 않았고, 이는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이는, 신앙은 하나의 열정이지, 증명할 수 있는 믿음이 아니라고 주장한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가 만든 룰이 공정하고 객관적인가라는 판단을 넘어, 이 게임의 참가자들(작가와 이메일을 받은 축구협회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두려움을 가지고서' 본 게임을 믿고 진행하느냐가 이 게임을 참관하는 우리가 정면으로 마주하는 믿음의 도약의 결실일 것이다. ■ 이가은
'관계'에 대한 고민은 조용준 작업에 있어서도 하나의 중요한 근간이 되어왔다. 작가의 근작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소재인 '실'을 읽을 수 있는 맥락이기도 하다. 지난 겨울, 작가는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공간을 실로써 새로이 재구성한바 있다. 학생들이 머물다 떠난 공간 안에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을 추억들을 실이라는 물리적 요소로 엮어주었던 것이다. 관념적으로, 추상적으로만 존재하는 기억들에 대한 관계망을 형광 색 실로 시각화했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람과 사람 간 관계에 대한 고찰을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특히 오브제에 대한 실험이 추가되는데,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컵과 의자 등의 물체들을 일견 생소하게 설치한다. 한 예로, 우리의 손을 떠난 머그잔이 실 가닥들에 의존해 허공에 떠있다. 이를 위태의 상태로 볼 것인지, 안정의 상태로 볼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우리가 성공여부에 대한 확신 없이 "일단 믿고 뛰었"을 때, 이것이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 되지 않도록, 미래로의 '도약'일 수 있도록 우리를 사방에서 잡고 이끌어주는 힘들이 있다. 조용준 작가의 작업에 빌어, 일단 그렇게 믿어본다. ■ 박은아
윰 갤러리는 작가와 기획자간의 협력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개념적 상관성 전시를 지향하는 공간이다. 공간의 공유적 환경은 작가, 기획자, 관객의 참여를 위한 토론의 장으로서의 역할 또한 수행하며 지역공동체와 연계하여 관객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도록 생산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윰 갤러리의 목표이다. 윰 갤러리의 개관전은 『믿음의 도약』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세 작가는 일상에 산재한 관계를 일상적 소재를 사용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 윰 갤러리
Vol.20130516g | 믿음의 도약 Leap of Faith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