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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510_금요일_06:30pm
참여작가 고승욱_권혜원_김세진_김아영_이강우_임흥순_홍영인
주최 / 주영한국문화원 기획 / 김미영(독립큐레이터, Anna Art Project)
공모전 심사위원 Katrina Schwarz(Collection Development Advisor, British Council) Daniel F. Herrman(Eisler Curator & Head of Curatorial Studies, Whitechapel Gallery) Sook-Kyung Lee(Research Curator, Tate Research Centre: Asian-Pacific)
부대행사 오프닝 퍼포먼스 / 2013_0510_금요일_07:00pm 최윤석 작가「Chronicle of Mr. Kim」 아티스트 토크 / 2013_0513_월요일_06:30pm 초청 크리틱 / 다니엘 허만(화이트 차펠 갤러리 큐레이터) 참여작가 / 권혜원_김세진_김아영_홍영인
관람시간 / 10:00am~06:00pm
주영 한국문화원 1-3 Strand, London Wc2N 5BW, UK Tel. +44(0)20.7004.2600 www.kccuk.org.uk www.annaartproject.co.uk
성장의 이면의 가치 ● 전시 『The Hidden Cost of Prosperity (성장 이면의 가치)』전은 짧은시간 괄목할만한 '근대화'를 이루어낸 한국의 경제개발 역사속에 간과된 사회 저소득층의 삶을 주목한다. 개발 도상국의 근대화의 역사속에는 번영과 성장을 위해 희생되었으나 자본주의의 특성으로 인해 잊혀진 저소득층의 삶이 함께해 왔다. 한국도 이러한 자본주의의 그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으나 최근 신자유주의의 쇠퇴와 함께 소외된 사회 저소득층의 삶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이번전시는 7명의 참여작가와 함께 그동안 국가번영을 위해 '희생되었으나 소외되었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Cost (비용)'으로 여겨졌던 사회 저소득층의 삶을 관찰하고 그 의미에 대해 탐구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근대화는 경제체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통제할수 있었던 강력한 정부주도하에 1962년부터 시행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로인해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국가의 부를 축적할 수 있었으나, 정부의 '낙수 효과 (대기업의 소득과 투자로 전체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저소득층에도 이득이 돌아가 부의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라는 이론)'에 대한 믿음과 재벌기업에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인해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사회 저소득층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재벌위주의 집중지원은 필연적으로 물가상승, 부동산 투기, 저임금 정책등으로 귀결되었고, 그 결과 부의 불평등한 재분배, 사회 양극화, 불균형한 지역개발을 불러왔다. 사회 저소득층은 어렵게 축적한 국가의 부를 배분하는데 있어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국가의 지속적인 '근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희생되어야 했다. 서구에서 100년이 걸린 근대화를 30년만에 이룩한 한국의 근대화는 '인권'의 가치를 그 과정에 담을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권혜원「Eight Men Lived in the Room Series: News, Film Set, Monument」 ● 권혜원 작가의 필름, 「Eight Men Lived in the Room Series: News」는 값싼 노동력을 대량으로 필요로했던 국가의 경제개발 정책으로 인해 많은 농촌사람들이 서울로 유입되었던 1960년대의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뉴스영상은 영등포 근로자 합숙소의 완공소식을 전하는 45초 흑백뉴스 기록에서부터 시작된다. 근대화가 시작된1962년 당시 서울로 이주해온 지방 노동자들을 위해 지어진 근로자 합숙소는1999년 철거되었으나 철거와 함께 합숙소에 관련된 모든 기록과 뉴스는 국가기록원에서 사라졌다. 이에 의구심을 가진 작가는 뉴스, 매거진, 소설등을 통해 부재한 과거의 기록들을 찾기 시작하였다. 필름,「Eight Men Lived in the Room Series: News」는 근로자 합숙소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들을 연대기순으로 설명하여 이후 합숙소와 관련된 기록들이 사라진 이유를 깨닫게 한다. 또한 작품속에서 반복되는 45초 뉴스 이미지는 기록이 부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 ● 2 채널 필름, 「Eight Men Lived in the Room Series: Film Set」는 영등포 근로자 합숙소의 내부를 영화세트로 재현하여 촬영한 작품이다. 실제 노동자들이 불렀다는 '타향살이' 노래가 배경이 되어 고향을 그리는 노동자들의 잊혀진 삶, 외로움, 우울한 감정등을 환기시킨다. 조각작품 「Eight Men Lived in the Room Series: Monument」 는 기념비 모형의 설치물과 함께 이름모를 여러장소에 설치된 기념비의 사진이 나열되어 있다. 마치 합숙소 노동자들의 삶처럼, 사라져버린 합숙소의 위치상실로 인해 주소를 잃어버린 기념비는 어느 한곳에도 영구히 설치될 수가 없다. 작품은 중요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를 아무것도 기억할것이 없는 아무곳에 세우는 역설적인 상황(Irony)을 만들어 낸다.
김아영「Please Return to Busan Port」 ● 김아영 작가의 필름, 「Please Return to Busan Port」는 1980년대 당시 외국문물로 인해 마약밀수가 잦았던 부산지역에 거주하던 마약밀수범의 삶을 묘사한다. 작품은 생계를 위한 마약 밀수범의 삶과 1980년대 후반 초고속 경제성장과 근대화를 상징하는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게임'의 이미지들을 한 화면안에 대조적으로 병치한다. 작가는 부유한 국가번영과 가난한 이들의 삶의 대조를 통하여 초고속 성장사회의 저소득층의 삶이 어떻게 사회안에서 불균형을 이루는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국가의 경제성장과 부의 축적이 개개인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질문한다. 또한 거꾸로 역행하는 아시안, 올림픽게임 이미지와는 반대로 앞으로 전진하는 밀수범의 자전거 타는 행위의 대조는 번영한 사회가 저 소득층의 부진한 성장속도를 만회하도록 기다려주기를, 그리하여 그들과 함께 동행하기를 갈망함을 의미한다. 작품제목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익히 알려진 한국가요의 제목을 본따서 명명한 것으로 전체 필름에 연주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구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마약밀수범이 살았던 지역인 부산과 연결되어 관객들에게 이들 저소득층의 삶에의 관심을 호소한다. ● 최근의 한국 경제개발 과정에는 정부의 개입이 많이 줄어들었으나1990년대말부터 신자유주의 체제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는 감세, 민영화, 규제완화 그리고 노동 유연화 등을 야기시켜 사회 계층간의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철학'은 (인간의 안녕 혹은 복지는 강력한 사유 재산권, 자유시장 그리고 자유무역으로 규정지어지는 제도적 장치 안에서 개개인의 기업가적 자유와 기술을 해방시킴으로서 가장 진화될 수 있다.) 사회로 하여금 '경쟁'을 가장 중요하게 추구해야 할 절대적 가치로서 수용하게 만들어 태생적으로 물려받은 경제적 계급으로 인해 경쟁이 불가능한 저소득층을 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켰다. 「Every North Star Part I &II」 ● 김아영 작가의 필름 「Every North Star Part I &II」는 경주마 '북극성'과 여성기수 '박진희'에 관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I은 '북극성'의 족보와 그의 부산 경마장의 정착과정을 묘사하며 경마산업이 어떻게 한국에 정착, 발전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파트I과 연결된 파트 II는 '북극성'과 함께 많은 경주에서 우승하였으나 지나친 경쟁과 부당한 대우로 인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기수의 비극적 삶을 이야기한다. 경마 종주국에서의 경마는 역사적 유산과 문화적 이벤트의 성격을 갖춘 스포츠이나, 한국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한국경마는 관중들의 베팅만을 위한 합법적인 사행성 이벤트가 되었다. "삶과 사랑을 위해"라는 한국 마사회의 공식표어와는 달리, 한 여기수의 삶과 죽음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의 여기며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될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김세진「Night Workers」, 「24hrs city」 ● 김세진 작가의 필름, 「Night Workers」는 2명의 야간 노동자, 야간 경비원과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의 삶을 근접하게 관찰한다. 단순히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지켜보는 것으로서 작가는 야간 노동자들의 외로움, 고립감, 주류사회로부터의 소외감 등을 묘사한다. 그들의 소외감과 고립감은 그들이 속한 사회의 인식과 시각에 따라 더욱 깊어진 것으로, 사회와 경제시스템 전반에 걸친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경쟁주의'는 이들을 '경쟁에서 뒤쳐진', 또는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사진작품 「24hrs city」에서는 야간 노동자들의 유일한 휴식공간일지도 모르는, 무미건조한 24시간 패스트 푸드점 이미지와 함께 이들의 고립감, 소외감등을 읽을수 있다. ● 1960년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된 석탄 증산정책은 강원도 사북, 고한, 철암 지역의 광산산업에 경제적 호황기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지역들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이래로 환경보호법에 의해 석탄수요가 점차 감소하다 이후 광산산업의 철폐를 맞이했다. 지역경제가 쇠퇴하자 경제생활이 어려워진 주민들은 지역경제 재활성화의 간절한 희망으로 카지노 비즈니스 설립을 정부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카지노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윤은 모두 타지역 출신의 투자자들에게 돌아갔으며 지역주민들은 카지노 사업의 부산물인 매춘, 파산한 도박자들, 범죄등 만을 떠안게 되었다. 정부는 카지노 사업의 설립과 운영에 신자유주의의 경쟁주의 원칙을 따랐으나 지역주민들은 자본력 부족으로 인해 카지노사업에 있어 경쟁의 승자가 될 수 없었다.
홍영인「Miners' Orange」 ● 홍영인 작가의 작품, 「Miners' Orange」는 강원도 고한, 사북 지역의 주민 500여명이 함께 참여한 퍼레이드 프로젝트로서 오렌지색과 함께 이 지역의 역사를 상징한다. 일부 참석자들은 과거 광부들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었고 다른 참가자들은 오렌지색 모자, 장갑, 띠, 풍선등을 착용하였다. 오렌지색 퍼레이드는 인내와 활력을 의미함과 동시에 이 지역의 불확실한 정체성을 상징하며 새로운 지역개발 사업(카지노 사업)의 결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애환과 어려움, 사회적, 문화적 변환을 의미한다.
이강우「풍경의 정치적 의미」 ● 이강우 작가는 한국의 산업화(1960-70년대)에 크게 기여한 탄광지역 (강원도 철암과 사북)과 그곳의 변화과정을 2004년부터 5년간 사진에 담았다. 그중 200여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그의 영상 「풍경의 거울: Mirror of the Landscape(50:30")」는 두 지역이 갖는 근대적 역사성과 그 가치의 재조명을 추구하며, 그곳에 불어닥친 신자유주의가 그곳의 삶과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부각시킨다. 철암은 한때 산업화의 주역이었으나 점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반면 석탄산업의 대체물로 대형카지노를 선택한 사북에서는 과거의 산물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신자유주의의 기호들이 보여진다. 이제 사북은 투전적 욕망에 기댄 자본주의적 탐욕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던 소중한 자산과 그 가치에 대해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서울의 도시빈민은 한국 경제개발 계획의 초기 노동집약적 산업을 위한 농촌인구의 유입으로 형성되었다. 갑작스러운 인구증가는 주택부족을 야기시켰고 이는 주택가격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였다. 낮은 임금의 유입 노동자들은 서울의 비싼 주택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도시빈민으로 전락하여 서울 빈민촌을 형성하게 되었다. 1980년대의 재개발 계획은 도시빈민 지역의 생활환경 향상과 주택개량이라는 명목으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의 희생양이 되었으며, 빈민촌의 원주민이었던 도시빈민들은 또다시 재개발된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 거주지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주택품질과 삶의 환경개선을 위한 도시 재개발은 현재까지도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재개발의 혜택은 원주민이 아닌 자본을 가진 외부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도시빈민들이 믿고 따라왔던 자본주의는 여전히 그들을 도시밖으로 내몰고 있다.
고승욱「엘리제를 위하여」, 「철인 삼종 경기」, 「노는땅에서 놀기 1,2,3」 ● 고승욱 작가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사회가 열망하는 이상적인 근대화의 환상과 척박한 현실과의 괴리감을 상징한다. 노동자들이 처한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근대화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과 극심한 노동력이 요구되었는데, 작가는 이를 퍼포먼스로서 은유하였다.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의 '엘리제을 위하여'를 연주하는 동안 작가는 육체적 힘으로서 무거운 피아노를 끌고가는 억척스러운, 안타까운 상황을 연출한다. 「철인 삼종 경기」는 자신들의 꿈을위해 열심히 일해왔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는 도시 이민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풍자한다. 작가의 철인 삼종 경기: 버팀목 위에서 자전거 타기, 맨땅에서 수영하기, 군중속에서 달리기는 게임 자체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그 어느 종목도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게 만든다. 작가의 철인 삼종 경기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도달할 수 없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 「노는땅에서 놀기 1,2,3」는 서울에서 끊임없이 진행되는 도시 재개발을 풍자한다. 작가는 도시 재개발 공사지에 땅을파고 수영하는 퍼포먼스로서 재개발 지역에서의 재정착을 꿈꾸는, 도달할수 없는 지역민들의 소망과 허망함을 표현한다.
임흥순「내 사랑 지하」, 「건전비디오1 - 새마을 노래」 , 「추억록」 ● 임흥순 작가의 비디오 영상들은 이번전시의 전체주제를 작가의 가족역사를 통해 반영한다. 작가의 부모님은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도시로 유입된 노동자들로, 작가의 가족들은 부모님의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도시빈민이 되었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적 근대화의 그늘이 작가의 부모들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들은 작품들로서 한국 근대화의 시대를 살아온 도시빈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는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내사랑 지하」는 작가의 가족이 9년동안 도시빈민으로 살아온 반지하 집에서 영구 임대주택으로 이사가는 마지막 날을 기록한 영상으로 도시빈민의 삶을 밀접하게 관찰한다. ● 필름 「건전비디오1-새마을 노래」에서 '새마을 운동'은 1970년대 정부 주도하의 근대화 과정에 노동자와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권장하는 상징적인 선전노래로서, 작품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새마을 운동'에 참여하였던 아버지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새마을 노래의 밝고 희망찬 미래를 위한 고된 노동에의 찬사는 오랜기간 고된 노동으로 늙고 지친 아버지의 얼굴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 2 채널 영상인 작품 「추억록」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된 부모님들의 삶을 묘사한다. 한쪽 채널에는 1970-80년대 부모님들의 기념비적 사진들을 나열함으로서 한국 근대화의 역사와 문화가 사진속 배경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시에 다른 채널에는 33년만에 처음으로 온가족이 모여 사진관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스튜디오 풍경을 병치시켰다. 임흥순 작가는 근대화 과정의 (피할 수 없는) 비용으로 여겨져 희생되고 간과되었던 사람들의 삶을 그의 가족역사를 통해 재조명하고 있다. ■ 김미영
Vol.20130510i | The Hidden Cost of Prosperity 성장 이면의 가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