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502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노상준_송영욱_신제헌_신진식 유현근_윤주_정세인_조미영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K_광주 SPACE K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 460-17번지 2층 Tel. +82.62.370.5948 www.spacek.co.kr
코오롱그룹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_광주에서 봄을 맞이하여 종이의 예술적 가능성을 탐험하는 기획전『뉴페이퍼(Newpaper)』展을 마련했다. 전통적으로 종이는 드로잉이나 한국화에서 안료를 고정시키는 지지대로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일개 도구로서 종이의 소극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종이 자체의 조형성과 물성을 발견한 작가들을 주목한다. 접고 찢고 붙이는 기본적인 조형 수법 외에 적재와 해체를 통해 새로운 물성을 이끌어내는 여덟 명의 작가들은 예술적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험하며 놀라운 테크닉과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 어떠한 것도 거부감 없이 미술의 재료로 사용되기에 이른다.
일회 사용 후 폐지로 전락하는 종이 박스를 작업의 소재로 삼은 작품들은 정크아트(junk art)를 뛰어넘는 조형성과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유학시절부터 소포 상자로 입체물을 만들어 작업을 해오고 있는 노상준은 골판지로 만든 작은 오브제들을 평면의 캔버스에 결합하여 부조적 느낌과 조각적 디테일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낡은 것은 가차없이 폐기하고 새로운 것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현대사회의 풍토 속에서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의 소외감과 고립을 조감도적인 시점의 풍경으로 완성한다.
이와 달리 유현근은 골판지 상자의 색감과, 상표, 텍스트를 그대로 살려 자신의 메시지를 좀더 강력히 보여주고자 한다. 균일하게 재단된 상자를 촘촘히 엮어놓은 그의 조형물은 언뜻 보기에는 견고해 보이지만 마치 속 빈 강정처럼 내용물이 없다. 작가는 종이 박스를 매개로 경박한 소비문화 저변을 비판하면서, 내면보다는 외면에 치중하는 현대인의 병적인 증후까지 진단한다.
가볍고 유연한 종이의 물성을 정치적으로 풀어낸 작가들도 있다. 종이 박스를 이용해 속이 텅 빈 형태로 권력자들의 흉상을 제작하는 신제헌은 사회적으로 포장된 인물들의 허구성을 논한다. 강력한 헤게모니를 자랑하며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들을 저렴한 종이 박스로 표현한 그는 막강한 듯 보이지만 한 순간 종잇장 구겨지듯 무너지는 권력의 얄팍한 아이러니를 꼬집고, 시대적 아이콘들의 상실된 정체성을 회의한다. 이를 통해 한낱 그럴싸한 포장지에 불과한 권력자들의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마치 공산품처럼 대중에게 소비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작가 개인의 경험과 연관된 갖가지 대상들을 한지 주물로 재구성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여왔던 송영욱은 이번 전시에서는 집단의 경험에 초점을 두어 사회적 문제에 접근한다. 공격과 위협의 상징인 총을 한지로 캐스팅하고 총구가 관람객을 향하도록 만든 설치 작품에서 관람자들은 집단적인 정서적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총이라는 오브제의 문화적·관습적 의미를 공유하며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노출시킨다.
한편 종이의 감성적 측면을 섬세한 조형으로 풀어낸 작가주의도 빼놓을 수 없다. 윤주는 '페이퍼 컷 아웃(paper cut out)' 기법을 통해 작가 주변의 일상적 풍경들을 자신만의 시점으로 재단한다. 그의 작품에서 여백은 아무 것도 손대지 않은 무의 공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윤곽과 형체를 드러내는 중요한 조형 요소이다. 작가에게 실제 대상과 상상 공간의 연결점이 되어 새로운 공간적 여지를 남기는 그의 여백은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감성이 어우러져 전시장 내에 무한한 숲의 풍경을 풀어놓는다.
반면 조미영은 보드와 골판지 상자의 박피를 이용해 심리적 풍경을 연출한다. 작가는 인간의 논리적 행동이나 사고와 같은 의식 영역을 상층부에 표현한 반면 수면에 투영되듯 설치된 하층부는 그 의식을 움직이게 하는 광대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이원화했다. 불안정하게 부유하는 섬과 도시 구조물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이 같은 심리적 풍경을 통해 개인의 무의식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미디어, 실험영화, 회화 등 매체의 구분 없이 창작활동을 펼치는 신진식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대중가수와 범죄자들을 담은 회화작업을 통해 현 사회의 상반되고 모순적인 실태를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꼬집고 그 부조리를 외면하는 사회를 고발한다.
정세인은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언어를 배우고 구사하듯이 소통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는 시각 영상 매체만큼이나 현대 사회에서 집단을 착각하게 만드는 미디어인 신문을 소재로 진행한 작업「골든 뉴스(Golden News)」를 통해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인간의 끝없는 욕구와 권력을 보여준다.
이렇듯 평면과 조각, 설치작업을 아우르는 이번 뉴페이퍼 전시는 종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미적, 기호적, 감성적 가치를 특유의 물성으로 전달한다. 시각적 표현을 하기 위한 수동적 단순 도구에서 새로운 발상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매체로의 종이의 대변신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전시는 그야말로 종이에 대한 신보(newspaper)로서 현대미술의 다양성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방법론을 보고한다. ■ 스페이스K
Vol.20130508h | Newpaper 뉴페이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