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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50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오로라 보레알리스 Aurora Borealis - 박종우의 풍경사진 ●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까운, 아무리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더라도 먼 것의 일회적 나타남'을 의미하는 벤야민의 아우라aura개념을 오늘날 풍경사진의 궁극의 자리인 '더 이상 찍을 수 없는 것을 찍어낼 수 있는' 가능성의 자리로 불러왔을 때 '오로라aurora'와 '아우라aura'의 자기장 속에서 풍경의 실재가 드러난다. 머나먼 지구의 북쪽 끝, 지상에서 100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우주공간에 아주 가끔씩 나타나 커튼 모양으로, 또는 나비의 날개 모양으로 춤을 추다가 꿈결인 듯 이내 사라져버리고 마는 오로라.
'언젠가, 한때, 분명히' 하늘 한 구석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사진으로 담아내기는 쉽지가 않다는 그 '오로라'의 실체가 촬영되어 지금 내 앞에 있다! '오로라 공주'라는 이름에서 보듯 오로라 타이틀이 붙은 이 세상의 수많은 것들은 기실 닿을 수 없는 판타지였다. 그래서 오로라를 찍은 사진은 언젠가 내 꿈에서 조작된 풍경일 수도 있다. 과학적 상식과는 별개로, 나에게 오로라는 우주로 높이 날아 올라간 지상의 티끌들이 반짝이는 별무리가 되어 밤하늘을 여행하다가 가끔씩 사람의 마을에 놀러오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게 오로라'라고 일러 주지 않는다면 그저 분위기가 농후한 색으로만 이뤄진 '추상'이거나 컴퓨터그래픽의 조작으로 거칠게 그어진 한 획의 붓질처럼 보이는 박종우의 오로라 사진에서 언제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둥글고 밝게 휘감겨오는 빛의 이미지들이다. 나사NASA 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오로라의 과학적 사진이 현상 그대로의 모양이라면, 박종우의 오로라 사진에서는 땅에 발붙인 사진가가 오랫동안 하늘을 향해 기도한 끝에 겨우 만난, '반짝'하고 그 모습을 드러낸 후, 서서히 사라지는 판타지의 끝자락이 보인다.
그동안 삶의 원형의 공간들을 찾아 지구의 동서남북, 소위 '원시적'이라 칭하는 공간의 상징과 신화, 의식들을 촬영해온 박종우의 카메라가 이번엔 오랜 염원의 풍경인 오로라 보레알리스, 즉 북극광을 담아냈다. 오로라의 시공간을 이해하는 일은 우주의 사업에 동참하는 일이라 할 만하다. 그것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이 인간의 의지가 아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자연의 흐름에 의해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순간, 어두운 밤하늘에서 제 스스로 빛나는 오로라를 본다는 것은, 의미로 충만한 우주의 콘텍스트에 참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종우의 카메라가 북녘의 어딘가에서 하늘과 땅을 매개로 오로라에 접근한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있었던 것의 '흔적trace'을 촬영하는 것이 사진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오로라를 찍어내는 일은 사진 본연의 현상eidos에 보다 가까워지는 일이다. '언젠가 존재했었음, 나타나고 사라졌음' 그리고 한 장의 사진으로 다시 '보여짐'이라는 사진의 경로는 그 속에 담긴 것이 일회적, 순간적일수록 사진의 속성에 가까워지므로 더욱 환유적이다. 가늠할 수 없는 높이의 아주 먼 하늘에 잠시 있다가 사라졌지만, 확장된 프레임framing과 예측할 수 없는 톤tone의 우연한 결합으로 사진 속에서 다시 빛나는 오로라 보레알리스!
사진 발명 이후, 풍경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가들의 열망은 새로운 것의 탐색과 이해의 과정에서 종종 번역의 오류를 낳아왔다. 보기에 적당한 각색과정을 거친 벽걸이용 그림이 되거나 아니면 난해한 상징들로 채워지면서 사진의 형식은 빈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벤야민의 말대로 '쓰여지지 않은 것(was nie geschrieben wurde)을 읽는 것'이 독서법이라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아무나 볼 수 없는 것들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것(그것이 지구의 경계에 겨우 도달한 입자들의 충돌이건, 또는 변모하는 땅의 이데올로기이건)이 풍경사진을 찍는 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갈수록 놀라운 기술을 뽐내는 카메라들은 점점 더 뛰어난 사진을 생산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고, 유사한 풍경의 이미지들은 계속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시각의 미학이 있다면 사진가마다의 고유한 '검지'의 움직임이 아닐까. 그러한 검지의 힘을 박종우의 새로운 풍경사진 앞에서 가늠해본다. ■ 최연하
Vol.20130506b | 박종우展 / PARKJOGWOO / 朴宗祐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