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마을로 가는 길 The Road to Happy Village

김덕기展 / KIMDUKKI / 金悳冀 / painting   2013_0502 ▶ 2013_0617 / 일요일 휴관

김덕기_행복한 마을로 가는 길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10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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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 홈페이지_www.dukki.com      인스타그램[email protected]

초대일시 / 2013_0502_목요일_02: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소울아트스페이스 SOUL ART SPACE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 해변로 30 Tel. +82.(0)51.731.5878 www.soulartspace.com blog.naver.com/soulartspace www.facebook.com/soulartspace @soulartspace

모든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고 누군가 쓸쓸하게 말하였는데 이는 모두들 행복을 추구하지만 정작 그것을 찾아내고 누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이런 곤고한 사람들의 마음을 밝혀주었던 것일까? 관람객들의 즐거운 반응을 갤러리 현장에서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김덕기 그림의 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아트 페어에 끝없이 세워진 하얀 벽들을 장식하는 근래 미술을 살펴보면 외형상 이보다 훨씬 거대한 스케일과 기이한 색채, 의미심장하고 난해한 메시지, 첨단의 미디어로 번쩍이며 무장하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이 가운데 오히려 용감하리만치 꾸밈없고 소박하게 느껴지는 김덕기의 그림이 순수한 회화 본연의 힘과 명료한 메시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있었다.

김덕기_가족과 꽃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12

세모지붕 아래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아담한 집 한 채와 주변으로 잘 가꾸어진 나무들, 흐뭇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좋은 부부, 자전거나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들 주위를 뛰노는 명랑한 강아지, 분수 옆 촉촉한 잔디 위로 피어나는 갖가지 꽃들과 지저귀는 한 쌍의 새 등, 소재 속에서 비추어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행복한 일상의 흔적은 작가가 삶 전체에 대해 가지는 깊은 신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긍정과 감사의 잔잔한 결과물이다.

김덕기_꽃들은 피어 만발하고 새들은 즐거이 노래하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2

이번 전시 작품에서 특히 산이나 바다 등의 자연물에 비해 아주 작게 그려진 인물의 비율이 동양의 인물 산수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 그림 속 인간은 자연에 칩거하여 순응하고 살아가는 고고한 선비의 이미지라기보다 화면의 주인공으로서 자연이 주는 기쁨을 누리며 경작하고 다스리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좀 더 다양한 옷차림이나 구체적 상황의 연출보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 가족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역할과 관계성 등을 상징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어 보인다. 가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가슴시리고 다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한 감정, 더 잘해주지 못하였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같은 것들이 이 완전하게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 번 소망과 기대를 품은 다짐으로 이어진다. 그에게만 특별히 행복이 거저 주어졌던 것은 아닐 것이다. 고단한 현실 가운데 끊임없는 회유를 극복하고 긍정적 시각을 구축해나가며 우직한 실천으로 꽃피워내기까지 외로운 시간을 지나왔을 것이다.

김덕기_가족-즐거운 정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2

그림 속 파란 스웨터를 입고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처럼 미소 지으며 부산을 방문하고 일대 바닷가를 스케치북에 열심히 담아가던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좋은 구도를 찾아 뛰어다니며(!) 캐러멜 색 가죽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그날 햇살과 바람에 반응하며 출렁이는 파도와 풍경들을 연필과 수채 물감으로 꼼꼼히 기록하였다. 그렇게 스케치북 속에 기록된 풍경들은 여주 작업실에서 더욱 작가만의 색채와 형태를 지닌 모습으로 거듭난다. 대체로 2,30호에서 100호 정도 크기의 네모 캔버스를 선택하는 작가는 먼저 전체 화면 위로 생생한 한 가지 원색의 물감을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전체 화면에 안료가 고루 베어 들고나면 준비되었던 드로잉과 공간을 운용해나가는 감각을 통해 산의 능선과 같은 큰 덩어리로부터 구체적인 형상들을 하나씩 그려간다. 지난 라인 드로잉 시리즈에서도 평면 공간과 형상들이 서로 관계하며 자유롭게 확장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덕기_청사포의 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62.2cm_2013

그림자같은 색면들이 차분하게 자리한 중간단계가 이루어지면 마침내 두근거리는 점들이 쏟아질 차례가 되었다. 작가는 여주 작업실 주변으로 펼쳐진 잔디나 버드나무 같은 자연물을 묘사하며 자연스럽게 점묘를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알알이 화면을 수놓는 뜨거운 형식과 아크릴 물감의 산뜻하고 발랄한 색감이 그가 지니고 있는 섬세하고도 열정적인 에너지를 담아내는 적절한 도구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한 점, 한 점 봄날에 벚꽃 잎들이 흩날리듯 파레트에서 붓으로, 붓에서 캔버스로 색조각들이 옮겨진다. 가까이 보면 점 하나하나 탄력있는 모필이 쓰여진 방향이나 눌려진 힘에 따라 조금씩 다른 크기와 모양, 두께를 보이는데 색채의 선택은 주변과의 관계에 있어서 특별한 규칙을 두지 않았다. 아래 면과 대비되는 색점들이 생겨나는 과정에는 패턴 식으로 공간을 채워가는 지루함이 아닌 서로의 색채가 상충되고 부서지며 생기는 긴장과 울림이 있다. 저마다의 빛깔이 소리를 내지만 비슷한 톤과 크기의 무리가 모이고 흐르고 중첩되며 우아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조르주 쇠라의 미세하게 분쇄되어 있는 점들이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시선을, 야요이 쿠사마의 창백한 점들이 강박적이고 병적인 심리를 담아내었듯이 김덕기의 점이 가지는 무심한 듯 발랄하게 찍혀진 붓질의 생동감과 따뜻한 이미지가 한국 회화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모습으로 발전해가기를 기대해본다.

김덕기_행복한 마을로 가는 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62.2cm_2013

「노란 바다가 보이는 풍경」에서 바닷가 절벽이 깎여진 모양대로 구불구불 내려오는 선들이나, 「청사포의 봄」에서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벚나무 가지, 「등대가 보이는 풍경」의 구름 등 두터운 물감을 찍어 남겨놓은 선명한 붓자국도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진다.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모여 이룬 마을과 그 주위를 돌아가는 노란 길, 해안가 절벽 주위로 묶여 있는 배, 등대, 수평선 위를 장식하는 동글동글한 구름도 바다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소재들이다. 바다의 표현을 위해서는 아래 색이 보이도록 공간을 좀 더 두었고 가로로 대여섯 개 혹은 열댓 개의 작은 점들이 한숨에 리듬을 타고 찍어졌는데 이는 파도 위로 반짝이는 햇살, 물결이 움직이는 방향, 평화로운 수평선을 암시하며 여백으로 남겨진 하늘이나, 밀도 높은 육지와 구분되어 화면에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주었다.

김덕기_행복한 마을로 가는 길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100cm_2013

어김없이 떠오르는 해 아래로 부드러운 산등성과 온화한 땅이 비추어진다. 수고하지 않아도 열매 맺는 각양 나무들과 보기에 좋은 꽃들, 주위를 두르는 바다 위 보석처럼 반짝이는 파도는 잔잔하게 일렁일 뿐 결코 뭍을 침범하지 않는다. 종류대로 만들어진 새와 물고기도 짝을 짓고 노래하며 번성한다. 한 번도 보지 못하였던 태초의 천지를 재현하려는 듯 야심찬 시도 속에 현재하는 우리의 가정과 일상을 오버랩 시키며 어그러진 시간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소망이 전해온다. 김덕기의 그림 속 행복은 누군가만 얼핏 맛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조화로운 질서와 사랑의 관계성 속에서 모두에게 덤으로 주어지는 넉넉한 축복이다. 행복한 마을로 인도하는 노란 길을 따라 즐겁게 걸어본다. ■ 전은미

Vol.20130505g | 김덕기展 / KIMDUKKI / 金悳冀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