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력 求心力 Centripetal Force

배석빈展 / BAESUKBIN / 裵錫斌 / painting.drawing   2013_0429 ▶ 2013_0516

배석빈_무지개_종이에 유채_75×10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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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504_토요일_05:00pm

스페이스 함은 LexusPRIME社가 지원하는 미술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 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그림의 세계가 가지는 자유로움은 생각과 태도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넓이와 깊이를 그림 한 점에서 볼 수 있고 그 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 배석빈 작가가 보고자하며 드러내길 원하는 세계는 마치 현존재의 유한한 삶으로 들어가는 곳이 아닌 듯해 보인다. 그리고 그 세계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존재를 뛰어넘는 대담함과 처절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이점이 보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과 매료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 그러한 세계를 들여다보려면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 분열된 상태의 세계를 대하듯 기존의 틀이 뒤틀리고 어느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난해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가 구축해 놓은 세계의 속성은 응축과 폭발의 두 상태 모두가 주는 극한의 쇼크처럼 다가온다. 숨을 멎게 하는 지점에 정신을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다면 그 세계를 볼 수 있다. '살아있는 상태로 그것을 본다.'라는 생각에 궁금함이 더해진다. 흐린 아름다움, 흐트러진 듯한 질서, 비우듯 채운 공간, 빠르게 휘갈긴듯하나 느슨하게 남겨진 흔적, 흐르는 견고함 등은 오묘하다. 존재의 경계를 허무는 환상의 법칙이 작용하는 생각이 든다.

배석빈_구심력_종이에 유채_75×105cm_2013
배석빈_델타_리넨에 유채_53×45.5cm_2012
배석빈_화산꽃_종이에 유채_105×75cm_2013

배석빈의 그림이 갖는 독특한 사유의 지점은 그가 그런 상태를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존재의 경계를 벗어난, 즉 우리를 둘러싼 거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현상으로 '유한한 존재로써 상대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과 동시에 대면하고픈 존재의 태생적인 갈망이라 여겨진다. 물론 그곳을 드러내는 화가의 존재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극한의 상태들은 초인이 경험하는 초월적인 상태라 상상된다. ● 쉽지 않은 낯설음에 불편함과 불안함을 감안하고 지켜본 그의 결정들은 우리에게 벅찬 희열과 때때로의 깊은 회의와 진한 갈망과 목마름, 그리고 가라앉는 진중함과 더불어 살아있음을 알리는 흔들림을 준다. 결코 그는 모호하지도 멜랑콜리하지도 않아 보인다. 보는 이를 그리고 스스로를 숨기거나 취하게 할 무엇도 끄집어 내지 않는다. 향수도 기억도 위로도 어떠한 것도 감싸거나 덮지 않는다. 그의 그림은 우리의 의식이 숨을 곳을 주지 않기에 병들 수가 없다. 너무나 생생한 병들지 않는 살아있는 의식의 상태는 때때로 힘겹다. 꾸준히 선보이는 낭창낭창한 붓질과 청명한 색감에서 배석빈의 이러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 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생생함이 배석빈의 세계가 주는 인상이다. 붓질로 다루는 표현의 내용과 깊이는 표면적인 모습을 넘어 삶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준다. 황량한 듯 청명한 화가의 기운이 묻어있는 그림들은 분명 삶에 밀착되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보편성을 아우르는 개인의 특수성이야말로 그림을 통해 우리가 보고자 하는 세계인 것이다. 우리가 여기는 귀함은 단단하고 빛나는 보석처럼 인간 정신의 어떤 한계를 향해 있을 때 드러난다. 세계에 흔들리고 버티는 것만이 아니라 세계를 만들고 움직이고 흔들고 있음을 아는 순간 그의 경험을 공유하며 그림 앞에 함께 서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석빈_스미다_리넨에 유채_130.5×194cm_2012
배석빈_floating_종이에 유채_75×83cm_2013
배석빈_진원 震源_종이에 유채_75×105cm_2013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가 세계의 크기와 모양을 만든다. '무엇이 날라 갔으며, 무엇이 쓸려갔으며, 무엇이 남겨졌고, 무엇을 남겨지듯 붙잡았고 끄집어내었으며 또 그것을 어떻게 느꼈는지' 상실에 대해, 혼란에 대해, 유한함에 대해 삶의 수많은 상태들에 대해 어떻게 대면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그림은 하고 있다. ●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우주가 생각나게 한다. 그것은 그의 시선이 순간을 넘어 '모든 것이 지나가고 사라지는 어떤 과정 속에 우리 존재가 그저 놓여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그의 붓질과 형상들, 흔적들은 분명 잠시 온도를 낮추었다. 낮은 온도에서 그 깜빡거림은 더욱 절절하다. 이런 세계에 던져진 그가 얼마나 더 초인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갈지 그의 그림이 보여주는 사유가 얼마나 더욱 강인할지 궁금하다. ● '자유롭고 용감하며 그리고 넓고 높고 깊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인간 정신이다. 그것을 연륜이 묻어가는 화가는 섬세하고 침착하게 바라보고 있다. ■ 김이형

Vol.20130429d | 배석빈展 / BAESUKBIN / 裵錫斌 / painting.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