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427_토요일_03:00pm
주최 / Atelier O 주관 / 도하프로젝트 후원 / 금천아트캠프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독산동 도하부대 서울 금천구 독산동 441-6번지 projectdoha.blogspot.kr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과거 육군 도하부대에서 일 년간 진행된 예술 생태계 퍼포먼스 도하프로젝트는 8월 철거를 앞두고 있다.『일시적 점거자』는 강준영, 김은학, 정희우 세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 폐쇄된 군부대 도하의 공간을 탐색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일시적으로 점거하는 것과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되짚어보는 전시이다. 본래 용도가 폐기된 특정 장소에서 세 작가들은 우리의 마음을 내밀하게 점거하는 보편적인 감정과 일상을 간섭하는 존재감 없는 파편들의 드러남 그리고 공간에 아련하게 새겨진 기억과의 조우를 기록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회화, 설치 등의 작업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도하를 경험한 흔적들이다. 관람객들 또한 일시적 점거자로서 이곳과 저곳을 탐색하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사라지는 소중한 순간들을 발견하길 바란다. ●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찰나는 각자의 생을 마감함과 동시에 또 다른 생을 시작하는 연속들이다.『일시적 점거자』는 곧 사라질 운명을 선고 받은 독산동 도하부대 공간 곳곳에 증언하듯 남겨져 있는 흔적들 즉, 지금은 사라져버린 이 시공간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일시적으로 점거하는 것, 그로 인해 사라지는 유무형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 우리는 매일, 매 순간 무엇에 의해 점거 당한다. 그리고 개인의 경험과 삶이 축적된 시공간을 순간순간 전복하고 탐색해나가는 '일시적 점거자'로 살아가고 있다. '점거'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는 차지하여 자리 잡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강압적으로 독차지하고 점령한다거나 혹은 이해와 요구를 걸고 방어적인 자세로 버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인식된다. ● 본 전시에서 '일시적 점거'는 단지 차지하고 지배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찰나에 주목하고 오히려 문을 열어 모두에게 들어오라고 말을 건네는 제스처와 같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점거한다는 것은 숙명적으로 사라짐을 맞이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찰나는 각자의 생을 마감함과 동시에 또 다른 생을 시작하는 연속들이다. ● 강준영, 김은학, 정희우 세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 도하의 공간을 탐색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일시적으로 점거하는 것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되짚어보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이들이 이곳에서 발췌한 이야기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희망 그리고 부서지기 쉬운 아름다운 장면들, 마치 사고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순간의 면면을 살며시 드러낸다.
강준영_그 시간이 지나갔잖아요 ● 일상의 평범한 사건과 기억의 파편들을 재료로 삼는 강준영은 시시때때로 우리를 간섭하고 점거하는 '사랑' 이라는 매우 개인적이면서 보편적인 감정에 관해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강준영의 드로잉 속 이미지와 텍스트는 자신의 삶의 경험에 기인한모든 시간의 궤적들로서, 철저한 사유와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자전적 감성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 자신은 이러한 감성을 한마디로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도하 곳곳에 숨겨 둔 그의 기억의 조각들은 영원하기 위해 일방적 혹은 헌신적으로 모습을 달리하는 사랑을 내밀하게 담아낸다. 강준영에 의해 조명된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시적이지만 아름다운 점거이며, 지나간 그 시간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소산물이기도 하다. 도하에 숨바꼭질하듯 숨겨진 촘촘한 조각들을 찾아내는 동안 당신과 나의 삶이 그 순간만큼은 진실할 뿐만 아니라 잔잔히 요동치며 서로를 점거하길, 그 사랑의 노래가 모든 이들에게 영원하길 바라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김은학_점거를 위해 제작된 불편한 구조물 ● 우리의 일상을 간섭하는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가시화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김은학의 작업은 그동안 누군가에 의해 완성되었던 이전의 작업개념과는 달리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마주한다. 최근 폐자재를 이용한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도하부대의 공터 한 구석에 버려진 폐자재와 가구들에 주목하고 한때 이곳을 구성했던 해체된 존재를 다시 도하의 내부공간으로 이동, 재결합 시키기로 했다. 목적을 잃고 파편화된 이 증거물들은 도하 내부에 온전히 존재하는 네모나고 좁은 방 즉, 반드시 관람객들이 지나가야 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곳의 벽과 바닥, 천정으로 들어와 이 공간을 잠시 점거한다.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외부 점거자에 의해 불규칙적이고 인위적으로 세워지는 파편들은 쓰임새가 모호한 구조물로 모습을 드러내고,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행동반경을 간섭하면서 불편함을 준다. 존재감 없이 누워있던 나무 사이의 모호한 틈과 상처 난 거친 표면, 읽을 수 없는 자국은 임시적이지만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찰나, 물리적 공간을 역전시키면서 새로운 장소로 변모하게 한다. 이는 단순히 위치 이동이 아니라 그 공간을 완전히 차지함으로써 관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해체적 방식에 의해 오히려 가시화되는 점거자의 위상 변화이다.
정희우_PEELING THE CITY-감지하기-만지기-드러내기를 통한 트리뷰트 ● 정희우에게 눈으로 바라보고 발로 걸어 부대끼며 기록하는 풍경은 대상에 말을 거는 것과 같다. 그 대상은 본인이 속해 살고 있는 도시와 공간인데, 도시의 표면을 드러내는 다각적인 방법을 탐색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기록과 보존을 넘어 대상과 내가 만나는 촉각적 감각에 몰두한다. 도하의 공간을 마주한 그는 이 공간에 남겨진 과거의 흐릿한 시간의 자국들을 개인적인 시선으로 감지하고 터치함으로써 서서히 눈앞의 현실이 되도록 펼쳐 보인다. 정희우의 몸과 감각이 매개가 되어 형상을 드러낸 도하의 표면들은 그곳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아 왔던 증인과 다름없다. 정희우의 탁본 작업은 틈과 균열, 자신을 증명했던 점거자들이 남긴 표식들의 존재를 소생시킨다. 새하얀 종이로 그 몸체를 감싸고 손으로 그 표면을 두들기며 기록함으로써 과거를 찾아내고, 그곳에 살아있는 현재와 조우한다. 이는 무명의 존재들이 뒤덮고 있는 표면을 벗겨내는 움직임이자 감춰진 작은 서사들을 드러내는 하나의 실험이다. 정희우의 감지하기-만지기-드러내기는 작가 자신의 경험적 체험을 통해 겉과 속을 기록하고, 각자의 다른 기억들을 되짚어보게 한다. ■ 김사랑
Vol.20130428f | 일시적 점거자 I was her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