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425_목요일_04:00pm
참여작가 / 유희은_이주희_이효정_최재형_허현숙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공휴일 휴관
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49-12번지 Tel. +82.2.588.5642 www.hanwon.org
회화, 각기 다른 사유의 방식-디지털 시선에서 ●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무한대로 발전해나가면서 이미지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기계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조금씩 의지하게 되었다. 거듭되는 생산과 복제로 인한 이미지의 과잉시대에 그림에 대한 감상과 평가는 한결 가벼운 일이 되었고,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린다거나, 저 그림은 언제, 어디서 제작되었다는 식의 이미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육안으로 원작을 감상하며 그것이 내뿜는 향기와 말없는 대화를 나누는 감성적 행위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여가시간에 행해지는 특별한 문화생활이 된 것이다. 한편, '디지털 감성'의 시대에 회화는 그 내용이 매우 풍부해지고 있다. 고전 회화나 서양의 명화가 하나의 소재가 되어 작품 속에 고스란히 자리를 차지하면서 모방이 아닌 '차용'이라는 기법으로 자주 사용되고, 캐릭터 산업의 부흥이 시각예술을 파고들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회화에 등장하는 등, 미술과 상품의 경계에 선 팝아트라는 이름으로 재생되고 있다. 대중을 자극하는 강한 컬러감과 충격적 장면, 시각적 트릭을 노린 기발한 아이디어, 대중적 이미지를 끌어와 패러디하거나 차용하는 이러한 다양한 방법의 시도는 이제 한 시대의 유행병이 아니라 21세기 회화의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00년 이후의 한국화(동양화) 영역에도 이 현상은 마찬가지로 나타나는데, 주로 고전 이미지의 활용과 전통기법의 재생을 통해 한국화의 전통계승이나 현대화라는 과제를 방법적 측면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한국화'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회화라는 범주 안에서 일어나는 시도들은 때로는 타인의 취향에 편승한 시각적 유희에 치우친 면을 보이기도 한다. 시선을 자극하는 컬러와 반복되는 차용, 회화 너머의 회화를 되묻는 메타회화적 접근법이 과잉이 되면서 회화는 감상적 차원보다는 해석과 제안에 더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평면성과 일루전이라는 상충되는 회화의 존재론적 조건 위에서 보다 회화적인 것, 판판한 종이 위에 붓을 들고 한 점, 한 점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가의 열기, 먹의 번짐과 색채의 미묘한 변화라는 물성의 기운을 느끼며 화자의 심상을 끄집어내는 그리기의 과정은 그래서 오히려 숭고하게 느껴진다. 모더니즘 시대 회화의 끊임없는 탐구와 제안,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회화의 부단한 형식파괴실험 등이 '회화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되물음 속에 진행되어왔다면, 이후의 시대, 이미지가 넘쳐흐르는 이 시대에 회화는 현상과 표면을 꿰뚫는 통찰력, 삶의 안팎과 마음 구석진 곳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깊은 감수성으로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에 다시 눈을 돌려야 되지 않을까싶다. ● 사유의 장으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멘붕(멘탈붕괴)'과 '힐링(healing)'이라는 두 단어가 화두처럼 사용되는 것은, 현대사회의 경쟁적이고 복잡정교해지는 조직망 속에서 잃어가는 자아와 정서적 안정을 갈구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되찾으려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느림의 시대가 추구한 가치관, 세계관은 오늘날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으며, 과거의 예술은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정서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대자연의 기운과 화자의 벅찬 감동이 옛 그림에 담겨있듯이, 오늘날의 한국화 화가들은 일상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감성, 기억에서 되새기는 아련한 영상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평면 위에 풀어냄으로써 자아를 되찾고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화중유시(畵中有詩)'의 미를 되살린 것으로, 공간예술인 회화가 시간예술인 시의 운율과 리듬을 반영하고, 시가 지닌 은유와 공감각의 기법을 통해 정서의 폭을 더욱 확대시킴으로써 회화를 삶 속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보여주기 위한 그림'이기보다는, 그림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대상의 아름다움을 옮겨내어 그 감성을 품어내는 사유와 명상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유희은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새기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재료의 물성을 끌어들인다. 그 기억의 공간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박제된 시간 속의 풍경으로 적막하고 우울하다. 작가는 옻나무 수액으로 그림을 그리고 건조 후 종이를 긁어 보풀을 내어 기억의 영상을 흐릿하게 만든다. 사진 속에 존재하는 자아의 모습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아의 상충되는 이미지를 그 기억의 공간 속에서 배제시키고 자신이 있었던 그 공간을 보풀로 뒤덮어버리는 "기억의 발굴과 매장"이라는 의식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한다. 그에게서 회화는 힐링의 장이자, 매체연구의 장이 되고 있다.
이주희는 일상의 익숙한 풍경들을 '낯설게' 그린다. 늘 한결같은 나뭇잎의 흔들림이 문득 자신에게 속삭임으로 전해올 때, 그 감성의 순간을 화폭에 담는다. 붓질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한 스텐실 기법이 적용되는데, 뚫린 공간 속으로 먹을 중첩시키고 채색 안료를 뿌림으로써 나무의 향기를 가득 담아내고 있으며, 의도된 여백 공간을 통해 구도의 맛을 살려낸다. 이러한 반복된 붓질을 통해 작가는 정서적 평형상태를 얻게 된다. 이주희의 그림은 그래서 시선 너머의 무언가를 찾게 되고, 그 여백을 통해 시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소리를 그림에 담아내는 이효정의 작업은 서로 다른 예술형식의 상호침투를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겹치는 비단에 스며든 먹의 다양한 농담은 음악의 리듬감을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있으며, 소리가 내뿜는 강약의 비트는 종이 위에서 속도감 있는 붓놀림으로 되살아나 바위나 구름, 나비를 연상케 하는 추상적 형상으로 번안되었다. 음악과 함께 춤추는 먹의 형상은 작가가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상에서 보다 분명하게 보여줌으로써 회화의 영역을 확대해나간다. 이효정의 작업은 스며들고 번지는 먹의 운용으로 회화의 음률을 되살림으로써 시간성과 공간성이라는 두 예술형식의 성공적인 교배를 가능하게 하였고 이 두 형식의 만남을 통해 고요한 내면의 소리를 명상하게 된다.
최재형에게 있어 그림은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미지의 향연이다. 어항 속에 떠다니는 녹초의 미묘한 흐름과 변화, 바람과 물과 공기가 만들어낸 돌의 역경의 세월을 화폭에 클로즈업함으로써, 마이크로(micro)한 자연에서 발견된 생명의 미학을 풀어내려 한다. 어항 속에 떠다니는 녹초를 유영(遊泳)하는 초록이미지로 확대하고 거듭 쌓아올리는 채색작업을 통해 화면 전면을 채움으로써 거대한 숲을 연상시킨다. 작은 수석 표면의 굴곡진 질감 역시 반복된 붓 터치와 먹의 농담조절을 거쳐 거대한 바위산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러한 자연관찰과 세심한 묘사는 초미립자에서 거대한 우주의 형상을 발견하게 되는 자연의 신비, 나아가 생명의 미를 노래하는 서사시가 된다.
허현숙은 유년기를 보내었던 기억 속 동네풍경을 새롭게 구축하여 자신만의 도시계획도를 완성한다. 똑같은 지붕, 똑같은 물탱크, 똑같은 정방형의 구조로 이루어진 다가구주택이 반복되어 늘어선 서울의 인구밀집지역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 즉 부감시법(俯瞰視法)으로 구성함으로써 피로한 도시의 삶을 관망한다. 그러나 작가에게 어린 시절 그곳은 끈끈한 유대의 그물망이었으며 좁은 주택가의 골목골목은 정겨운 놀이터로서, 개인적 경험은 도시를 살아온 이들 공통의 경험이 된다. 이합장지에 연필이라는 기본적인 매체로 커다란 화폭에 밑그림 없이 끊임없이 그려나가는 작업과정은 그 시절 자신을 보듬었던 공간 속에 현재의 자아를 비추어봄으로써 현재 삶에서의 정서적 평안을 누리려는 치유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이들 다섯 신진작가들의 회화는 자신의 내면에서 바라보는, 일상에서 바라보는, 소리를 통해 바라보는, 기억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등, 서로 다른 바라보기를 통해 대상에 대한 각자의 사유 방식을 드러낸다. 이들 고요한 종이 위의 미학은 화자와 타자의 마음속을 파고들어 마음 속 안정을 되새겨주고 있다. 복잡해져가는 회화매체의 다변화 속에서 종이와 비단, 먹, 채색이라는 오랜 도구가 여전히 섬세한 내면의 소리를 울리게 한다는 것, 시각예술의 발전 속에서 사각평면 위의 그림 그리기가 여전히 대상 너머의 시선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 그것은 회화예술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주도권을 잃지 않는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명백한 이유일 것이다. ■ 김미금
■ (재)한원미술관 Young Artist Project 꿈 드림 워크샵 행사명 : 2013 Museum Open Day_미술관 가는 날 일시 : 5월 18일 17:00~19:30 장소 : (재)한원미술관 전시장 내 대상 : 작가지망생, 미술대학 재학생 및 대학원생, 신진 작가 등. 개요 :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갤러리 토크 및 기획전 참여작가들의 작품세계, 작품제작의 현실과 고민을 들어보고, 한원미술관 관장이 직접 강연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즉, 작가와 미술세계, 포트폴리오 구성과 내용, 작가노트 작성, 작가 관리와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듣고 참가자와 질의, 토론하는 워크샵 프로그램 세부내용 17:00 - 17:40 전시장 투어 및 작가와의 대화 (기획전 참여작가 5명) 17:40 - 18:00 다과시간 18:00 - 19:30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워크샵 (한원미술관 관장 하승연)
Vol.20130427a | 그리기의 즐거움 畵歌 : 사유의 방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