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601_토요일_03:00pm
참여작가 구현모_김가을_오완석_최선호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금요일_10:00am~09:00pm / 월요일 휴관
대전시립미술관 DAEJEON MUSEUM OF ART 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155 1층 5전시실 Tel. +82.42.602.3200 www.dma.go.kr
이 전시 『집 그리고 길』은 4인의 작가 구현모, 김가을, 오완석, 최선호가 구축한 미완성 공간으로 시작하여 전시기간 동안 어린이들의 개입으로 완성되는 현장 진행형 전시이다. 4인의 작가들은 '집과 길'이라는 주제를 각자의 시선과 실천으로 접근하는데, 어린이들이 '개별적 감상'으로 혹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구체적 행위'를 통해 작품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어린이들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를 위해 작가들은 어린이들의 즉흥적인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할 모든 개입행위가 전시장에서 조화롭게 빚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구조를 설계하였다. 이 구조는 각각의 전시작품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아울러 이웃하는 다른 전시작품들과 함께 미장센을 구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여기에 어린이들의 현장참여가 더해져 합동결과로서 『집 그리고 길』을 이룰 수 있도록 전시현장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현장참여는 전시기간 중에 작가가 진행하는 아틀리에를 통해 활기차게 진행된다.
이 전시는 전시장이자 동시에 아틀리에로 연출된 이중적 공간으로서 작가들의 '어린이를 위한 미술'과 어린이들의 '어린이가 만든 미술'을 펼치고, 예정된 만남 속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기대한다. 전시장-아틀리에로 연출된 『집 그리고 길』은 모노블록 형식을 갖추어 4인의 작가를 한 데 모았지만 작가들은 제각각 바닥, 벽 그리고 천장까지 사용 가능한 모든 공간을 점유하고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은은하게 들리고, 음악에 귀를 열어 공간을 살피면 이내 그에 맞춰 (달)빛 아래서 움직이는 거미 한 마리에 시선을 멈춘다. 이는 구현모 작가의 영상작품 「Moonlight」(2009)로, 사뿐거리는 거미는 어린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기에 충분하다. 일상에서 우연히 잡아낸 대상 혹은 통제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우연성에 관련하여 꾸준히 작업을 해온 작가는 자연과 환경을 집안으로 들인 '도치한 결합'으로 사물화한 다섯 가지의 집을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영상과 드로잉에 담긴 상황과 사물에 대한 발견, 통제와 우연에 대한 작가적 관심은 고스란히 그가 디자인한 테이블에 담겨 전시기간 동안 '이중배역'을 맡는다. 4가지의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을 갖춘 테이블은 그 자체로 전시된 오브제로서 그리고 어린이들의 작업대로서 활용된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내에서 바퀴 달린 테이블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이동하여 우연한 자리에 놓고, 그 결과 테이블을 포함한 전시장은 매번 다른 표정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전시장에 들어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두 벽면 가득 그려진 대형 드로잉이 동화를 들려준다. 이 동화 같은 드로잉은 그동안 삶,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매체와 조형언어로 꾸준히 작업해온 김가을 작가의 「집 그리고 길 I, II」(2013)이다. 전시의 테마에 맞춰 주문에 가까운 방식으로 탄생한 두 벽면의 드로잉은 철저하게 어린이들과의 협동작업으로 진행된다. 우선 고운 채색면의 결합으로 차분하게 구성된 「집 그리고 길 I」은 어린이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기다린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일상적인 귀갓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친구들의 재미난 몸짓이나 혹은 초현실적인 공간을 뛰어가는 자신의 발걸음 등과 같이 어린이들 스스로 자신과 주변을 관찰하고 떠올린 몸의 이미지를 상황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제안한다. 이어진 「집 그리고 길 II」를 통해서는 내면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넘실거리는 산과 들판을 지나 대저택에 닿으면 잠시 창에 마주 서 자신만의 상상 속 풍경을 그려 넣고, 가로수 길을 따라 내려오니 이내 공간은 해저로 이어진다. 그리고 일순간 세트장 같은 실내공간으로 이동해 마음의 이야기를 무대에 살며시 올려본다. 이 여정의 기록은 작가가 현장에 마련한 다양한 장치를 통해 가능하고, 기록은 고스란히 전시장에 작품으로 남는다. 어린이들의 개입만큼 이야기의 구조는 변화하지만, 마련된 장치의 여분과 상황에 따라 어린이를 동반한 성인 관람객도 『집 그리고 길』의 이야기 구성에 동참할 수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 만약 오른쪽 동선을 선택한다면 한 벽면 가득 메운 빈 액자와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작은 원반이 쌓은 탑을 마주한다. 이는 오완석 작가의 「-0+play」(2013)로 이 역시 현장에서 어린이들의 참여로 생명을 이어간다. 우선 어린이들은 개인적으로 또는 그룹을 지어 작가가 직접 동그랗게 오리고 틈을 낸 고무 재질 원반을 쌓고 허물고, 허물고 다시 쌓아서 만드는 조형놀이에 초대받는다. 참여자는 작가가 도려낸 혹은 새겨 넣은 원반의 틈을 이용해 다른 조각을 물리거나 마주 물려 형태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작가의 표현처럼 '집을 기를' 수도 있고, 집을 지을 수도 있다. 혹은 간단한 이 도구로 주변에 관한 기억의 풍경이나 경험을 제조할 수도 있다. 원반에서 작은 모양이 떨어져 나간, 결국 빼서 다른 원반과 더해 구조를 이루어 나가는, 더하고 빼는 혹은 음과 양의 공존은 결국 '0'이 됨으로써 하나를 탄생시키는 이러한 구조 형식은 오완석 작가의 예술 사유영역을 그대로 잇고 있다. 어린이들이 만여 개의 원반을 만나 제작한 결과는 개별 촬영 후, 미리 걸린 빈 액자에 넣어 전시한다.
입구에 서서 고개를 살포시 들면 세 개의 '빛구름'에서 빛이 내려와 관람객들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앉는다. 넌지시 움직이는 듯, 고요하게 전시장을 지켜보는 듯, 전시장의 '하늘'에 빛의 수를 놓은 이 작업은 최선호 작가의 모빌 「별처럼 2013-002 III-123(2013)」이다. 모빌에서 뻗어 나온 줄기가 허공에 그려내는 속도감과 그 끝에 맺힌 빛 그리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는 색채감이 그려내는 광경은 전시장의 하늘과 땅에 창조된 별들의 길이요, 사람들의 길이 되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다른 세상으로 어느덧 우리를 이끈다. 이는 최선호 작가가 모빌을 두고 '살아 흔들리는 들풀 이파리처럼 풍경너머의 아름다운 또 다른 세상'이라 표현한 말을 떠올리게 하며 공간에 그려진 시를 연상케 한다. 어린이들은 빛이 쏟아지는 전시장에서 그 너머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또한 함께한 관람객들은 자신들의 가슴에 어느새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동화를 한 편씩 짓는다. ● 이렇듯 4인의 작가가 제안하는 어린이를 위한 미술은 어린이가 만든 미술로 완성되며, 이는 기존의 어린이미술전시에서 빈번하게 제안되었던 참여 작가들의 완성작 이후 그 작품의 뒤를 모방하는 형식으로 좇아서 참여하기보다는 그 현장에서 어린이들의 실질적인 개입을 통해 함께 작품이 구체화된다. 더욱이 『집 그리고 길』은 비단 어린이만을 위한 미술전시가 아니라 어린이를 동반한,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어른들을 위한 전시로서 모두의 가슴에 상상으로 가는 길을 내고자 한다. ■ 이보경
행사명 : 『집 그리고 길』 아틀리에 기간 : 2013. 4. 26 ~ 5. 28 장소 : 대전시립미술관1층 5전시실
Vol.20130426g | 집 그리고 길-어린이미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