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환영 : '신화 & 반복' Illusion of Sculpture : 'Myth & Repetition'

엄익훈展 / EOMIKKHOON / 嚴翼勳 / sculpture   2013_0424 ▶ 2013_0510

엄익훈_Pygmalion_스틸, LED_700×170×50cm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엄익훈 블로그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모인화랑 Moi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9번지 2층 Tel. +82.2.739.9292 www.moingallery.co.kr

엄익훈의 작품은 금속의 재료들을 일정한 단위의 모양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는 하나하나의 개체들을 소중히 연마하여 그것을 공간에 드로잉 하듯 붙여나간다. 일정한 단위로 깎여진 판이나 연마된 편린들은 선이나 면의 형태로 서로 엉켜 비정형의 모습을 이룬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꼬이고 붙여진 형태는 분류하자면 형태상 추상 조각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그의 전작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적지 않은 시간을 금속을 다루는 것에 집중 했었다. 특히 재료의 성질을 이용한 작업에 몰두 하면서 주변의 생명, 우주의 생성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재료에 투영하여 반복과 증식이라는 방법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근래의 작품들은 이러한 추상 조각에 빛이라는 요소를 개입시켰다.

엄익훈_Aggregation-gravel_스테인리스 스틸, LED_40×40×40cm_2013
엄익훈_Aggregation-gravel_스테인리스 스틸, LED_40×40×40cm_2013
엄익훈_Proragation-13_스틸, LED_25×25×25cm_2013

전시에서 대체로 조명은 작품을 돋보이기 위한 부수적 요소로 사용되지만 작가는 빛을 조명이 아닌 작품 자체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빛의 작업과 그림자의 작업으로 분류 하고 있다. 빛의 작업이라 일컫는 것은 소중히 연마된 낱낱의 금속 편린들이 구와 같이 닫친 형태의 비구상의 덩어리를 이루는 것으로 작품의 내부에 조명이 들어가 작품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작업을 말한다. 이러한 작품의 내부에서 새어나오는 빛의 직접적인 개입은 그가 그동안 집착해온 '금속' 이라는 재료와 노동력의 형체를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현대 미술에서 전통적인 재료나 방법을 고수한다는 것은 시류에서 떠나 있거나 고루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재료나 방법적인 면에서 오는 편견들을 그것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빛의 작업은 마치 그가 만든 낱낱의 노동 씨앗들이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생명을 얻은 듯한 효과를 보이며 환상적인 모습을 한다.

엄익훈_Proragation-13_스틸, LED_25×25×25cm_2013
엄익훈_Repitition-doodle_스테인리스 스틸, LED_50×50×50cm_2013
엄익훈_Repitition-doodle_스테인리스 스틸, LED_50×50×50cm_2013

그림자의 작업은 작품에 빛을 개입하는 방법이 기존의 조명을 쓰는 방식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조명인 듯 인식되는 빛은 전작의 시리즈 중의 하나인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안팎을 가늠할 수 없는 유기적 형태의 추상 혹은 깎여진 띠와 연마된 편린들로 구성된 열린 형태의 비정형의 작품을 비춘다. 이것은 그간 그가 해온 방식으로, 생명과 삶, 우주 섭리의 철학을 담은 추상 조각으로 모습한다. 그러나 여기서 작품은 빛에 의해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벽면이 화폭이 된 그의 조각이 만들어 낸 그림자 그림에는 페르세포네의 납치, 아폴론과 다프네, 피그말리온과 같은 신화의 한 장면들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그림자는 빛과 사물이 만드는 우연성의 효과로 인식될 수 있으나 그의 작품에서 그림자는 작가의 철저한 계산으로 의도된 필연적 현상으로 조각을 통해 또 하나의 평면 작품을 그려내는 도구로 사용된다. 회화가 이차원의 평면에서 사물이나 공간을 환영한다면 그의 추상 조각은 공간에서 회화, 혹은 평면을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조각과 회화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이루어지며, 비구상의 이미지를 통해 구상의 이미지를 그리고, 실재하는 것이 실체 없는 것을 만든다. 그는 현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금속이라는 실물로 신화라는 대표적 상징인 허상을 그려내 서구고전주의미술의 전통과 동시대 모더니즘 조각을 상호조응 시킨다. ■ 김영신

Vol.20130424g | 엄익훈展 / EOMIKKHOON / 嚴翼勳 / sculpture

2025/01/01-03/30